2026년 9월 일본의 한 전력회사에서 19세 직원이 송전탑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서에는 직장에서 들었다고 주장한 폭언과 강요가 적혀 있었다. 회사는 제3자위원회를 설치해 사건 경위, 직장 환경, 지도 상황, 괴롭힘 지적의 유무, 안전배려의무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괴롭힘의 사실 여부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확정된 사실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1][2]
이 사건은 ‘지방이면 느긋할 것 같다’, ‘대기업이면 안전할 것 같다’는 직감을 쉽게 깨뜨린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3년도 조사에서는 노동자의 19.3%가 지난 3년 동안 직장에서 파워하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험자가 있는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의 소통 부족, 많은 잔업,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인력 부족, 다른 부서나 외부와의 교류 부족 등이 두드러졌다.[3]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권위주의적 또는 방임적 리더십, 역할 모호성, 역할 갈등, 높은 업무 요구, 낮은 사회적 지원 등이 직장 괴롭힘과 관련되어 있었다.[4]
따라서 중요한 것은 도시냐 지방이냐보다 몇 명이 만드는 작은 팀의 권력 구조다.
1. 기원전 12세기에도 사람들은 그냥 참기만 하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 데이르 엘 메디나에서 왕묘를 만들던 노동자들은 곡물 지급이 늦어지자 일을 멈췄다.
토리노 이집트박물관의 ‘파업 파피루스’는 람세스 3세 시대의 이 분쟁을 기록한다. 노동자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신전으로 이동해 받지 못한 곡물을 요구했다. 박물관은 이를 역사상 최초로 문서화된 노동 파업으로 소개한다.[5]
이미 구조는 현대적이다.
혼자 현장 책임자에게 호소하지 않는다. 여럿이 멈춘다. 더 높은 권력에 문제를 올린다. ‘우리가 멈추면 당신들도 곤란하다’는 협상력을 만든다.
인류는 3000년 전에도 노무협상을 하고 있었다.
2. 노예제에서도 선택지는 복종 아니면 대반란만이 아니었다
노예제는 이 문제의 극단이다. 법과 폭력이 이탈 자체를 막았다.
그럼에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자료에는 다양한 저항이 기록되어 있다. 일부러 일을 늦게 하기, 아픈 척하기, 도구를 망가뜨리기, 가족과 공동체를 유지하기, 몰래 읽고 쓰기, 법원을 이용하기, 도망가기 등이었다.[6][7]
직접 맞서면 가혹한 보복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겉으로 순응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도 생존 전략이다. 동료를 만드는 것도 전략이다. 도망가는 것도 전략이다.
싸움터에서 사라지는 것도 승리 방식이 될 수 있다.
3. 농노도 실제로 이동했다
중세 농노는 토지에 묶인 존재로 자주 설명된다.
그러나 2025년 영국 장원재판 기록 연구에서는 농노의 이동이 적지 않게 확인됐다. 기록된 이동자의 거의 절반은 원래 장원에서 10마일 이내에 머물렀고, 약 3분의 2는 도시가 아니라 다른 농촌 지역을 택했다. 영주는 이동을 통제하려 했지만 실제 강제력은 제한적이었다.[8]
핵심은 이렇다.
탈출은 대륙 횡단일 필요가 없다. 옆 마을이면 될 수 있다. 다른 회사, 다른 부서, 다른 고객이면 될 수 있다.
하나의 의존관계를 끊는 데 세계 끝까지 갈 필요는 없다.
4. 생존전략을 티어로 정리하면 상위권은 ‘의존도 낮추기’다
이 표는 학계의 공식 순위가 아니다. 개인 생존성, 반복 가능성, 상대의 선의에 덜 의존하는 정도, 보복 위험을 줄이는 정도를 기준으로 한 편집상의 정리다.
| 티어 | 전략 | 역사적 형태 | 현대적 형태 |
|---|---|---|---|
| S | 떠날 수 있는 상태 유지 | 도주, 이주 | 저축, 이직 가능성, 전근, 이동 가능한 기술 |
| A | 수평 연결 | 집단 항의, 공동체 | 동료, 노동조합, 복수 증언, 외부 네트워크 |
| A | 상위·외부 권력 이용 | 청원, 법정 | 상급관리자, 인사, 컴플라이언스, 행정·사법 |
| B | 정면충돌 없이 시간 벌기 | 일상적 저항, 회피 | 접촉 축소, 기록, 최소 대응, 이동 준비 |
| C | 기간을 정해 버티기 | 기회 대기 | 다음 선택지를 만들 때까지만 잔류 |
| D | 혼자 정면승부 | 강자에 대한 단독 반항 | 가해자와 계속 일대일 싸움 |
| D | 폭력적 봉기 | 반란 | 체제변화 가능성과 별개로 개인 생존에는 극도로 위험하며 현대 직장 전략이 아님 |
최강은 상대를 논파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생계를 붙잡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5. 현대에는 ‘이탈’과 ‘발언’이라는 틀로 정리된다
앨버트 허시먼은 1970년 조직의 악화에 대한 반응을 크게 이탈과 발언으로 정리했다.[9]
이탈은 떠나는 것. 발언은 내부에서 바꾸려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이직이 이탈이다. 상사의 상사, 인사, 노동조합, 외부 기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발언이다.
하지만 이탈 가능성이 없으면 발언의 가격이 비싸진다.
미국의 비경쟁약정 연구에서는 법적 집행력이 강할수록 임금과 노동이동이 낮아졌고, 노동자의 외부 선택지가 약해지는 것이 중요한 경로로 제시됐다.[10] 2026년 플랫폼 노동 연구에서도 경쟁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한 기업에 대한 노동공급 반응을 크게 바꿨다.[11]
사용하지 않은 선택지도 협상력이다.
6. 비둘기는 의지가 약해서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공원의 비둘기에게 다가가면 처음에는 걸어서 멀어진다. 더 가까이 가면 날아간다.
행동생태학에는 포식자로부터 언제 도망칠지를 다루는 최적 도피 연구가 있다. 핵심은 동물이 위험을 보는 즉시 항상 전력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을 이익, 잡힐 위험, 도망 비용을 비교한다는 것이다.[12]
도망도 비용이 든다.
먹이를 버리고, 에너지를 쓰고, 좋은 장소를 포기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불쾌하면 즉시 퇴사’가 아니다.
이상 징후를 느낀다. 채용시장을 본다. 저축을 지킨다. 기록한다. 이동 경로를 찾는다. 외부 관계를 유지한다. 위험이 커지면 떠난다.
강한 사람은 항상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도망갈 수 있는 사람이다.
7. 인간의 도주 능력은 다리보다 포트폴리오다
현금, 낮은 고정비, 다른 회사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 자격과 실적, 이동 가능성, 회사 밖 인간관계, 부수입, 여러 고객, 채용시장 정보.
이 모든 것은 한 가지를 낮춘다.
한 사람에게 NO라고 말하는 순간 삶 전체가 무너지는 정도.
그래서 회사원 대 창업가도 핵심 구분이 아니다.
저축과 이동 가능한 기술이 있는 회사원은 자유로울 수 있다. 매출 90%가 한 고객에게서 나오고 빚과 임대계약이 큰 사업가는 매우 종속적일 수 있다.
진짜 축은 의존 집중 대 선택지 분산이다.
8. S티어 전략을 써도 정신은 깎일 수 있다
직장 괴롭힘과 정신건강 메타분석에서는 괴롭힘 노출이 우울, 불안, 스트레스 관련 증상과 관련됐고 종단 연구에서도 이후 정신건강 문제와 연관됐다.[13]
게다가 피해 대응이라는 추가 업무가 생긴다.
기록한다. 누구에게 말할지 정한다. 보복 위험을 계산한다. 설명한다. 인사의 답을 기다린다. 전근과 이직을 알아본다. 면접한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갑자기 사건대응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다.
2025년 스코핑 리뷰에서는 조직 지원 요청, 사회적 지원,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전문 도움 등이 보고됐다. 그 리뷰에서 조직을 떠나거나 가해자와 분리되는 것은 긍정적 결과가 확인된 대응으로 두드러졌지만, 모든 사람이 퇴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14] 2025년 메타분석에서도 직장 괴롭힘과 이직 의도의 양의 관련이 보고됐다.[15]
비상구로 탈출했다고 해서 화재가 무해했던 것은 아니다.
9. 개인의 방어와 조직의 책임은 별개다
개인은 탈출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강하다.
그러나 조직이 ‘싫으면 나가라’고 끝내면 책임이 뒤집힌다.
좋은 조직은 피해자가 혼자 증거 더미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신입에게 강한 상사와 결투시키지 않는다. 신고 경로를 여러 개 둔다. 권력이 클수록 검증 가능하게 만든다. 탈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기 전에 개입한다.
개인의 이탈 능력은 방어구다. 조직의 예방과 시정은 소화설비다.
방어구가 있다고 불을 질러도 되는 것은 아니다.
10. 3000년 생존전략을 다섯 줄로 줄이면
- 출구를 만든다.
- 혼자가 되지 않는다.
- 바로 위의 가해자보다 더 위나 밖의 권력에 연결한다.
- 선택지를 만들 동안 이길 수 없는 정면전을 피한다.
- 최선의 수를 둬도 대가는 남을 수 있다.
비둘기가 사람을 피해 날아간 뒤 용기 평가서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위험과 거리를 두는 것은 오래된 생물학이다.
인간은 거기에 저축, 기술, 이동, 관계, 제도, 기록, 여러 수입원을 더할 수 있다.
강함은 매번 나쁜 사람을 쓰러뜨리는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한 명의 나쁜 사람이 내 인생 전체를 인질로 잡지 못하게 하는 능력일 수도 있다.
- TV Asahi News, 2026-09-18 news.tv-asahi.co.jp
- Shikoku Electric Power Transmission & Distribution, 2026-09-18 yonden.co.jp
- Japan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mhlw.go.jp
- Feijó FR et al. (2019) pmc.ncbi.nlm.nih.gov
- Museo Egizio, Turin Strike Papyrus collezionepapiri.museoegizio.it
- U.S. National Park Service home.nps.gov
- U.S. National Park Service home.nps.gov
- Raven M. (2025) cambridge.org
- Hirschman AO. (1970) books.google.com
- NBER 31929 nber.org
- NBER 35626 nber.org
- Cooper WE Jr, Frederick WG. (2007) sciencedirect.com
- Verkuil B et al. (2015) journals.plos.org
- Gagnon K et al. (2025) pmc.ncbi.nlm.nih.gov
- Sun S et al. (2025) pmc.ncbi.nlm.nih.go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