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힘들던 직장인데, 더 이상 출근하지 않으니 마음이 놀랄 만큼 가벼워졌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해결됐을까? 사람들의 성격이 갑자기 바뀌었을까? 피곤한 회의가 사라졌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달라진 건 딱 하나. 그곳에 더는 가지 않는다는 것.
회사: "오늘도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퇴사자: "저는 출연 계약 끝났는데요?"
졸업했다고 학교가 문을 닫지는 않는다
중학생 때는 반 친구와의 갈등이나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큰 사건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졸업하고 나면? 후배들이 들어오고 새 반이 생긴다. 선생님이 바뀌고 또 다른 학생들이 다툰다. 학교는 계속 돌아간다.
누군가 "요즘 2학년 3반 난리 났대!"라고 해도 돌아오는 말은 간단하다.
"아, 저 졸업했는데요."
학교의 문제가 해결돼서 마음이 편해진 게 아니다. 그 세계에서 내가 빠져나온 것이다.
회사 드라마에도 마지막 회는 없다
사람이 한 명 퇴사했다고 회의가 멈추거나 인간관계가 초기화되지는 않는다.
새 직원이 들어오고, 새로운 갈등이 생긴다. 시즌 2, 시즌 3에 외전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장면에 내가 등장할 이유는 없다.
여기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문제를 전부 해결하지 않아도,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면 어제까지 내 고민이던 일이 어느새 남의 소식이 되기도 한다.
마음을 단련하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편이 나을 때
힘든 직장에 있으면 "더 참아야지", "신경 쓰지 말자", "주말에 쉬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런 방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월요일마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겪는다면 휴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는 직장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 개인의 대처법뿐 아니라 업무 조건과 직장 환경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권한다. [1]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역시 부담의 원인을 먼저 줄이는 방식을 강조한다. [2]
연기가 가득한 방에서 호흡법만 연습할 게 아니라, 연기가 나는 곳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표부터 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선택권을 되찾는 것
퇴사 후의 홀가분함도 크지만 더 큰 발견은 따로 있다.
지금 있는 곳이 평생 머물러야 할 곳은 아니라는 사실.
팀을 옮길 수도 있고, 일하는 방식을 조정할 수도 있고, 불편한 사람과 거리를 둘 수도 있다. 필요한 경우 관계나 직장을 떠나는 선택도 있다.
생활비와 계약, 함께 책임져야 할 일 때문에 당장 떠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떠난다고 모든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도 선택지를 마련하고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감각은 중요하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졸업한 학교는 지금도 새 학기를 시작한다. 이전 회사도 계속 돌아갈 것이다.
그쪽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과 내가 거기에 매여 있어야 하는 것은 별개다.
회사의 다음 시즌은 그들이 찍으면 된다. 내 인생은 다른 곳에서 계속된다.
참고 자료: [1] 세계보건기구, Mental health at work: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mental-health-at-work [2] 미국 CDC/NIOSH, Hierarchy of Controls: https://www.cdc.gov/niosh/twh/php/hierarch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