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전체와 『섬광의 하사웨이』 1부의 다바오 시가전 부근까지 다룬다. 그 이후 전개는 다루지 않는다.
처음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영상이 너무 예쁘다. 이거 진짜 영화잖아. 객실, 호텔, 밤거리, 피부에 닿는 빛, 모빌슈트의 크기가 모두 영화관용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제작진은 약 90분짜리 작품에 1500컷 이상이 들어갔고, 정전된 도시의 빛을 위해 소재를 세분화했으며 입체적인 카메라 이동을 위해 ‘카메라 맵’이라는 기법도 썼다고 설명했다.[1]
그러다 다른 의심이 생긴다. 예전에 이걸 중간에 끈 이유가 건담이 너무 늦게 나와서였던 것 아닐까? 충분히 가능하다. 초반은 로봇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여유 있는 어른들이 고급 셔틀에서 의미심장한 대화를 하는 영화에 가깝다. 사람을 지나치게 잘 보는 기기와, 무슨 일이 생겨도 표정이 단단한 하사웨이가 있다.
그리고 잊었던 질문이 하나씩 돌아온다. 하사웨이가 『역습의 샤아』에 나왔나? 퀘스가 누구였지? 액시즈와 콜로니는 뭐가 다르지? 지구는 아직 사람이 사나? 그리고 결국 하사웨이는 왜 이렇게 침착하지? 멘탈이 어떻게 된 거야?가 남는다.
결론은 이렇다. 『역습의 샤아』를 거의 잊었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다만 몇 가지를 기억하면 하사웨이의 ‘여유’가 안정감이 아니라 무서울 정도의 자기 통제로 보이기 시작한다.
1. “라라아 엄마 발언 + 큰 바위”만 기억해도 출발은 가능하다
『역습의 샤아』는 약 두 시간 안에 아무로, 샤아, 브라이트, 퀘스, 하사웨이, 첸, 규네이, 나나이 등을 빠르게 움직인다. 대충 보면 “아무로와 샤아는 알겠고 나머지는 극장판 조연인가?”라는 사고가 난다.
그 ‘조연인가?’ 속에 12년 뒤 주인공이 있다. 선라이즈 공식 줄거리도 브라이트의 아들 하사웨이가 퀘스 파라야를 만나 끌리게 된다고 설명한다.[2]
『섬광의 하사웨이』는 갑자기 생긴 신주인공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의 전쟁에 휘말렸던 소년이 12년 뒤 주인공으로 돌아온 이야기다.
2. 세 가지만 기억하면 하사웨이의 얼굴이 달라 보인다
첫째, 하사웨이는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이며 어린 시절 샤아의 반란을 겪었다.[3]
둘째, 퀘스의 기억이 깊게 박혀 있다. 퀘스는 하사웨이가 마음을 둔 소녀로, 결국 샤아 쪽으로 가서 뉴타입용 거대 모빌아머 알파 아질에 탑승한다.[2][4] 영화판에서는 퀘스가 첸에게 격추되는 것을 본 하사웨이가 격분해 첸을 죽인다.[5] ‘좋아하던 아이가 죽었다’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죽음을 본 직후 본인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한다.
셋째, 현재의 하사웨이 자신이 마프티의 리더다. 마프티 나비유 에린이라는 이름으로 반지구연방정부 운동을 이끌고 고위 관료 암살을 지휘한다.[3][6]
그래서 초반 납치극은 알고 보면 이상하다. 진짜 마프티가 가짜 마프티를 맨손으로 제압한다. 공식 프로필은 그의 신체 능력도 군사 훈련에서 나온 것으로 설명한다.[3]
3. 퀘스, 액시즈, 콜로니를 1분 만에 복구하기
퀘스는 하사웨이가 『역습의 샤아』에서 좋아하게 된 소녀이며 높은 뉴타입 적성을 보이고 알파 아질에 탄다.[4]
액시즈는 거대한 소행성을 이용한 우주 거점이다. 샤아가 지구에 떨어뜨리려 한 마지막의 거대한 ‘바위’가 이것이다.[7]
스페이스 콜로니는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기 위해 만든 거대한 인공 거주지다.[8]
즉 콜로니 = 인공 도시, 액시즈 = 소행성 거점. 문제는 우주세기 사람들이 둘 다 “이 정도로 크면 지구에 떨어뜨리면 세지 않을까?”라는 최악의 발상에 쓰곤 한다는 점이다.
4. “지구 살아 있었어?” 살아 있다. 오히려 특권적인 일등지다
지구가 죽어서 모두 우주로 도망간 세계가 아니다. 1부의 주요 무대는 필리핀 다바오이고 실제 현지 로케이션 조사도 이뤄졌다.[9]
문제는 누가 지구에 살 수 있느냐다. U.C.0105 연방정부는 허가 없이 지구에 머무는 사람들을 우주로 보내는 맨 헌터를 운용하며 시민들은 이를 ‘사람 사냥’으로 부른다.[3]
따라서 지구는 죽은 고향보다 거주권 자체가 특권이 된 초일등지에 가깝다. 화면은 남국 리조트인데 제도는 디스토피아다.
5. 뉴타입은 역시 치트에 가깝고, 아무로는 밖에서 보면 괴물이다
뉴타입을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보다 사람의 기척, 의도, 전장의 변화를 비정상적으로 빨리 감지하는 사람이다. 공식 입문 자료도 텔레파시나 예지와 비슷한 능력, 시야 밖 적을 느끼는 사례를 설명한다.[8]
아무로는 극단적인 사례다. 뉴 건담은 아무로 자신이 설계·개발에 참여했고 그 시스템이 그의 뉴타입 능력을 끌어낸다.[10]
베테랑 뉴타입 + 본인에게 맞춘 전용기. 본인은 필사적인데 상대 입장에서는 “쐈더니 없음 → 옆에서 판넬 → 붙었더니 베임”이다. 본인의 여유와 외부에서 보이는 강함이 완전히 다르다.
6. 기기는 초능력자 같지만 ‘잘 보는 것’과 ‘성숙함’은 별개다
기기는 “이 정도면 뉴타입 초능력자 아니야?”라는 느낌을 준다. 사람의 공기를 읽는 수준을 넘어선다.
하지만 적어도 1부 공식 캐릭터 소개에는 기기를 뉴타입이라고 명시하지 않는다.[3]
공식 설명은 기기가 어른 사회의 왜곡에 순응하지 않고 생각을 그대로 말하며, 주변 남자들이 눌러 둔 감정을 끌어내는 인물이라고 한다.[3] 성우 우에다 레이나는 기기를 여성이면서 소녀인 인물로 표현했다.[11]
그래서 남을 보는 능력은 굉장히 높아도, 자기에게 강한 말이 돌아오면 흔들릴 수 있다. “말은 사람을 죽여” 같은 말에 동요하는 것은 통찰이 가짜라서가 아니다. 타인을 읽는 능력과 자기 감정을 소화하는 성숙함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다.
7. 더 무서운 건 하사웨이다 — 얼굴과 행동만 먼저 어른이 된 느낌
하사웨이는 고위 관료에게 둘러싸여도, 납치를 당해도, 연상의 케네스와 대화해도, 기기가 핵심을 건드려도 겉으로는 잘 무너지지 않는다.
여유가 너무 많은데?
그러나 성우 오노 켄쇼는 하사웨이가 말하는 것과 머릿속 생각이 달라 연기하기 어려웠고, 계속 긴장선 하나가 팽팽하게 걸린 상태 같았다고 말했다. 또 하사웨이는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옳은지 계속 자문한다고 했다.[12]
따라서 그 침착함은 멘탈이 안정돼서 조용함이 아니라 내부의 흔들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기술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함에 가깝다.
소년기에 전쟁을 겪고, 퀘스를 잃고, 본인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했다. 지금은 정치적 폭력을 지휘한다. 그런데 말투와 표정은 차분하다. 얼굴과 행동만 먼저 굳었고 속은 아직 처리 중인 사람처럼 보인다.
8. “하사웨이 = 마프티”를 알면 초반의 모든 장면이 이중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브라이트의 아들이자 식물 감시관을 준비하는 좋은 청년. 뒤에서는 연방 고위 관료를 암살하는 조직의 지도자.
하운젠 356편에는 그의 조직이 노릴 만한 고위 관료들이 앉아 있다. 하사웨이는 그들과 평범하게 대화하고, 가짜 마프티를 제압하고, 칭찬까지 받는다.
반정부 조직의 수장이 정부 엘리트에게 “자네 대단하군” 소리를 듣는다. 이중생활이 너무 심하다.
9. 그리고 갑자기 모빌슈트 — 아름다운 영상이 그대로 재난 영상이 된다
다바오 야간전이 시작되면 “아 맞다, 이거 건담이었지”가 된다. 하지만 지상 인간의 높이에서 보면 모빌슈트는 거대한 병기다.
빔이 상대 기체를 빗나가도 시민에게는 빗나간 것이 아니다. 건물에 꽂힌다. 기체가 쓰러지면 몇 층짜리 구조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조종사에게는 시가전. 시민에게는 자연재해. 이 영화는 모빌슈트를 도시에 들어온 재난으로 보이게 한다. 그런데 그 재난이 엄청 예쁘다.[1]
빔 예쁘다. 지상 사람들: 죽겠다.
10. “건담은 학살만 하나?” 우주세기는 큰 걸 떨어뜨리기를 너무 좋아한다
『0083 STARDUST MEMORY』에는 콜로니 낙하 작전이 있고,[13] 『역습의 샤아』에는 액시즈가 있다.
사람이 사는 거대 인공도시도 거대한 소행성 기지도 결국 “지구에 떨어뜨리면 강하다”의 후보가 된다. 질량에 대한 신뢰가 너무 거칠다.
『섬광의 하사웨이』가 무서운 것은 이 전쟁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여 준다는 점이다.
11. 『역습의 샤아』를 잊었으면 일곱 가지만 들고 가면 된다
- 하사웨이는 브라이트의 아들이고 소년기에 그 전장에 있었다.
- 퀘스는 하사웨이가 좋아한 소녀이며 그녀의 죽음과 직후의 행동이 큰 상처다.
- 액시즈는 콜로니가 아니라 소행성 거점이다.
- 아무로는 본인은 필사적이어도 밖에서 보면 거의 치트다.
- 12년 뒤 하사웨이 자신이 마프티의 리더다.
- 기기는 사람을 무섭게 잘 읽지만 공식상 뉴타입이라고 명시되지는 않는다.
- 지구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거주권이 특권화되어 있다.
12. 결국 건담보다 무서운 것은 하사웨이의 조용한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영상 예쁘다.” 다음은 “건담 왜 안 나와.” 그다음은 “하사웨이가 역샤에 있었어?”, “퀘스 누구?”, “액시즈 뭐였지?”, “지구 살아 있었어?”다.
모두 연결하고 나면 **하사웨이 왜 이렇게 여유 있지?**가 남는다.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어른이 아니다. 과거도, 의심도, 감정도 있다. 다만 그것들을 얼굴에 다 내보내지 않은 채 기능하는 법을 너무 잘 배운 사람에 가깝다.
기기는 너무 잘 보지만 흔들린다. 아무로는 안에서는 필사적인데 밖에서는 괴물처럼 보인다. 하사웨이는 안에서는 흔들리는데 밖에서는 조용하다.
모빌슈트가 나오기 전부터 전투는 이미 시작돼 있다. 사람들의 얼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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