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었던 건 불확실성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장기 구속이었다

단순히 불확실성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투자도, 이직도, 개발도, 새로운 도전도 못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손실 한도와 철수 조건, 검증 방법을 정해 둘 수 있는 불확실성에는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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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이 안 보여서'가 아니라 나빠지는 경로가 보였다

단순히 불확실성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투자도, 이직도, 개발도, 새로운 도전도 못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손실 한도와 철수 조건, 검증 방법을 정해 둘 수 있는 불확실성에는 들어간다.

내가 강하게 거부하는 건 다음 조건이 겹친 일이다.

  • 큰돈이 든다
  • 오래 간다
  • 물리기 어렵다
  • 책임 범위가 애매하다
  • 다른 사람이 조건을 바꾼다
  • 문제가 생기면 내 노동으로 메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싫은 건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겪어 본 패턴을 그대로 이어서 그려 보면, 내가 원하지 않는 노동에 수십 년간 묶이는 경로가 보인다는 것.

'감옥에 몇 년 들어가 있어야 하나' 하는 기분에 가깝다. 쓰는 돈을 감당하려고 계속 시간을 팔고, 일을 고를 수 없고, 투자와 자유는 줄어들고, 쉽게 빠져나올 수도 없기 때문이다.

2. '보통'이 나중에 채점 기준을 바꿔 버린다

선물을 줄 때 당일에는 "기쁘다", "네가 골라 준 거면 뭐든 좋아"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며칠 뒤 가격과 시세를 찾아보고, 가족이나 인터넷의 기준이 끼어들면서 "보통은 이 정도야", "답례는 1.5배는 해야지" 하고 다시 평가된다.

여기서 상처받는 건 금액 때문만이 아니다.

그날 끝난 줄 알았던 평가가 나중에 무효가 되어 버렸다.

생각이 바뀔 수는 있다. 다만 그 변화는 이런 식으로 다뤄야 한다.

  • 그때의 기쁨은 진짜였다
  • 나중에 내가 원하는 게 달라졌다
  • 과거에 상대가 한 행동을 몰상식한 것으로 고쳐 쓰지 않는다
  • 새로운 바람으로서 다시 의논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보통'이나 '상식'을 들이대며 과거를 다시 채점하면, 지금 하는 말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런 패턴이 선물에서 결혼식, 아이, 차, 집으로 번지면 인생 설계 전체가 나중에 바뀔지 모른다는 공포가 된다.

3. 바람이 있다는 게 아니라, 그 바람의 주인이 불분명하다는 게 무겁다

새 차를 갖고 싶다. 결혼식을 하고 싶다. 아이를 갖고 싶다. 부모님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 지방이라면 집을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바라는 것 자체는 자유다. 문제는 그 바람에 따르는 부족분과 노동, 제약, 실패 위험을 누가 지느냐다.

큰 바람을 함께하는 생활로 가져온다면 최소한 이런 건 필요하다.

  • 왜 원하는지
  • 대략 얼마나 드는지
  • 나는 얼마를 부담할지
  • 무엇을 포기할지
  •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 대안은 무엇인지
  •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바람만 내놓고 모자란 부분의 처리를 상대에게 맡기면, 바람의 주인과 실현의 책임자가 갈라진다.

바라는 건 나, 이루는 건 상대. 불안은 나, 안심시키는 건 상대. 제약은 상대에게, 선택권은 내 쪽에.

이런 구조가 무거운 것이다.

4. 직장과 결혼에서 같은 '흡수 모델'이 보였다

직장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이 애매한 일을 전부 떠안는 구조가 있다. 요구는 늘어나는데 인원, 권한, 정보, 평가는 늘지 않는다. 결국 능력 있는 사람이 장시간 노동으로 구멍을 메운다.

선배나 경력 입사자가 지쳐서 줄줄이 그만둔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자 '나도 한 달에 40시간, 50시간, 60시간씩 야근하며 흡수하는 미래'가 보였다.

연애에서도 똑같았다.

  • 불안이 올라온다
  • 요구가 나온다
  • 가족의 뜻이 끼어든다
  • 상대가 이해하고, 알아보고, 대안을 만든다
  • 그 자리는 어떻게든 넘어간다
  • 근본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이 처리해 버리니 시스템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능한 개인이 무너진 부분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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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