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회사에서, 어떻게 일할까

지금 직장에 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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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직장은 꽤 힘들다

지금 직장에 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으로서 다 싫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점이 있는 사람도 있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이야기해 보면 그냥 좋은 사람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앞으로 저렇게 되고 싶어?"라고 물으면 아니다.

저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
저 사람처럼 나이 들고 싶다.
저 사람 같은 가정, 취미, 여유를 남기고 싶다.
저 사람 같은 태도를 갖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건 꽤 큰 신호라고 생각한다.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직장에서 회사에 인정받으려고 애쓰면, 결국 닮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가치관에 맞추게 된다.

상사에게 평가받으려고 움직이고,
사내의 불문율에 맞추고,
뭐든 해주는 해결사로 신뢰를 쌓고,
회의와 사전 교섭(결정 전에 미리 사람들을 설득해 두는 일)과 눈치 보기를 늘린다.
정신 차려 보면 내가 싫어하던 모습에 가까워져 있다.

그게 무섭다.

직속 상사의 길과 경영진의 시야는 나눠서 생각하자

다만 전부 다 별로라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꽤 윗선의 사람에게는 시야 면에서 배울 점이 있을 수 있다. 회사 전체를 보고, 부서 사이에 어디가 막혔는지 보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전체 최적화로 생각하는 것. 이런 시야는 참고가 된다.

하지만 그것과 "이 회사의 중간 직급을 올라가고 싶다"는 별개의 문제다.

경영진의 시야는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계장, 과장, 부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매력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 중간에는 군림하면서 인정받으려는 사람이 있다.
방어적인 사람이 있다.
해결사만 자꾸 늘리는 사람이 있다.
생활을 망가뜨리면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위로 올라가도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윗사람의 시야만 훔치면 된다.

전체를 보고,
부서 사이에 막힌 곳을 보고,
회사에 무엇이 중요한지 보고,
상사의 추상적인 방침을 현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 전술로 바꾸고,
혼란을 시스템으로 바꾼다.

이건 내 자산이 된다.

하지만 사내 인정을 받으려고 지나치게 애써서, 되고 싶지 않은 중간 관리층의 가치관에 맞출 필요는 없다.

'오르는 곳'이 아니라 '챙겨 가는 곳'으로 보자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직장을 인생의 본거지로 삼을 필요는 없다.

오르는 곳이 아니라 챙겨 가는 곳으로 보자.

챙겨 갈 것은 다음과 같다.

월급.
상여금.
투자 자금.
부서 이동의 기회.
경력기술서에 쓸 수 있는 실적.
업무 개선 경험.
AI 활용, VBA(엑셀 작업을 자동화하는 매크로), 자동화 경험.
업무 표준화, 매뉴얼 작성, 교육 자료 제작 경험.
제조업 현장에 대한 이해.
이직 시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성과.

반대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다.

사내 인정.
상사에 대한 충성.
해결사로서의 신뢰.
불문율에 대한 과잉 적응.
군림하는 상사를 위한 감정 노동.
생활이 무너질 만큼의 노력.

닮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전력을 쏟는 건 위험하다.

필요한 건 회사에 물드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미래의 나에게 쓸모 있는 것만 들고 나오는 것이다.

'신뢰를 얻는 것'과 '붙잡히는 것'은 다르다

직장에서 신뢰받는 건 중요하다.

다만 신뢰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유로 이어지는 신뢰다.

이 사람에게 맡기면 업무가 정리된다.
이 사람은 현장과 관리 부서 사이를 통역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수작업을 표준화하고 자동화할 수 있다.
이 사람은 목적과 범위를 정리해서 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런 신뢰는 경력이 된다. 회사 밖으로 가져갈 수 있고, 이직할 때도 이야기할 수 있다. 내 전문성이 된다.

다른 하나는 속박으로 이어지는 신뢰다.

이 사람한테 부탁하면 뭐든 해준다.
귀찮은 일을 던져도 처리해 준다.
거절하지 않는다.
가르쳐 준다.
뒤처리를 해 준다.
윗사람의 애매한 지시를 어떻게든 형태로 만들어 준다.

이건 만능 해결사로서의 신뢰다.

이런 신뢰를 쌓으면 일은 늘어난다.
하지만 자유는 늘지 않는다.
평가도 월급도 별로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이 무너진다.

그러니 직장에서 신뢰를 쌓을 거라면 어떤 신뢰를 쌓을지 골라야 한다.

"뭐든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혼란을 시스템으로 바꾸는 사람".

"거절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목적, 범위, 기한을 정해 주면 성과를 내는 사람".

이런 신뢰 쪽으로 가자.

IT 수발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만들자

업무 개선이나 RPA(컴퓨터 안의 반복 작업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 로봇), AI, VBA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가르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가치가 있다.

하지만 환경이 나쁘면 'DX(디지털 전환)'가 아니라 'IT 수발'이 된다.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받는다.
매뉴얼을 읽어 주지 않는다.
매번 옆에 붙어서 조작을 알려 준다.
상대는 스스로 하지 못한다.
내 일은 줄지 않는다.
그런데도 "잘 아는 사람"으로 계속 불려 다닌다.

이건 위험하다.

할 거라면 시스템으로 만드는 데까지만 한다.

한 번만 가르친다.
매뉴얼을 만든다.
영상이나 샘플을 만든다.
같은 질문은 자료를 보게 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개별적으로 막힌 부분만 받는다.
통째로 떠넘기기나 반복 질문은 받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교육, 표준화, 업무 개선으로서 경력이 된다.

그냥 옆에 붙어서 수발만 들면 피로만 남는다.

스타트업의 혼란도 챙겨 가지 못하면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안 맞으면 스타트업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혼란도 조심해야 한다.

혼란을 고친다.
다음 혼란이 온다.
또 고친다.
그다음 혼란이 또 온다.
사업 방침이 바뀐다.
시스템을 만들기도 전에 전제가 바뀐다.
재량은 있지만 책임도 끝이 없다.
월급이나 경력, 주식 수익으로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면 결국 끝없는 불 끄기다.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가 아니다.

혼란을 고친 결과 내 인생이 흑자가 되는가.

이걸 봐야 한다.

대기업이라도 월급, 경력, 전문성, 심리적 안전감(말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좋은 롤모델이 있다면 괜찮다.
스타트업이라도 재량, 보수, 주식, 경력, 성장, 자유로 이어진다면 괜찮다.
반대로 어느 쪽이든 혼란만 늘고 챙겨 갈 게 없다면 아니다.

일할지 말지를 고를 수 있는 쪽으로 가자

결국 원하는 건 회사에서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일할지 말지를 고를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일해도 된다.
일하지 않아도 된다.
이직해도 된다.
남아도 된다.
부서를 옮겨도 된다.
부업을 해도 된다.
투자로 버텨도 된다.
회사에 인생을 통째로 쥐여 주지 않는다.

이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회사원도 괜찮다.

월급은 투자 자금이 된다.
경력은 회사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
업무 개선 경험은 다음 회사에서도 쓸 수 있다.
AI, VBA, 표준화 실적은 회사 밖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제조업 현장에 대한 이해는 다른 일로도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회사원으로 있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회사원을 계속한 결과 생활이 무너지고, 취미가 사라지고, 가정을 꾸리기도 어려워지고, 상사를 닮아 가고, 나이 들어서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할 뿐이라면 그건 아니다.

정리: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직장에서는 전력으로 오르지 않는다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직장에서는 억지로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된다.
승진 욕심을 억지로 지어내지 않아도 된다.
상사에게 인정받으려고 나를 너무 깎아 내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냉정하게 챙겨 가자.

월급을 챙기고,
경력을 챙기고,
부서 이동의 기회를 챙기고,
업무 개선 실적을 챙기고,
이직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재료를 챙기고,
생활의 여백을 지키고,
투자와 개인 자산을 쌓는다.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 직장은 오르는 산이 아니다.

다만 거쳐 가는 지점으로 쓸 수는 있다.

이 회사에서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쪽으로 가기 위해 일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회사원이라는 일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회사에 인생을 맡기는 게 아니라, 회사를 이용해서 인생을 흑자로 만든다.

그러려고 오늘도 필요한 만큼만 챙겨 간다.


참고 자료와 본문에 담은 배경

  • 일본 내각부 「2025년판 고령사회백서」에는 60대 후반이나 70대 초반에도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오래 일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게 된 만큼, "스스로 선택해서 일하는지, 생활을 지키려고 일하는지"를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https://www8.cao.go.jp/kourei/whitepaper/w-2025/html/zenbun/s1_2_1.html

  • JILPT(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시계열 통계를 보면 맞벌이 가구는 늘고 전업주부 가구는 줄고 있다. 가정과 노후의 안정을 생각할 때, 예전의 "혼자 벌어도 충분했던 회사원 모델"과 지금의 전제는 다르다.
    https://www.jil.go.jp/kokunai/statistics/timeseries/html/g0212.html

  • 심리적 안전감은 팀 안에서 대인 관계상의 위험을 감수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공유된 인식으로 연구되어 왔다. 개선 제안이나 질문이 방어와 인신공격으로 바뀌는 직장에서는 학습과 개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https://journals.sagepub.com/doi/10.2307/2666999

  • 직무 요구-자원(Job Demands-Resources) 이론에 따르면, 업무 요구가 높더라도 재량, 지원, 보상, 성장 기회 같은 자원이 있는지에 따라 소진되기도 하고 의욕적으로 몰입하기도 한다.
    https://www.annualreviews.org/content/journals/10.1146/annurev-orgpsych-120920-053933


내부 링크 후보

  •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이직해야 할지 고민될 때의 판단 기준
  • 서른 전후에 "이대로 괜찮을까" 싶을 때 읽는 글
  • 업무 개선을 잘하는 사람이 해결사로 소모되지 않기 위한 경계선
  • 회사원을 자금 공급 장치로 쓰는 방법
  • 닮고 싶은 상사가 없는 직장에서 승진을 노려도 될까
  •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직장에서 개선 제안을 하면 안 되는 이유
  • 이직 활동 중에 현재 직장에서 너무 소진되지 않기 위한 방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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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뢰 자산과 신뢰 부채: 회사에서 의지받는 사람이 해결사가 되지 않으려면
  2. 스타트업의 혼란은 성장일까, 끝없는 불 끄기일까
  3. 회사원은 돈을 못 버는 걸까. 월급을 투자 자금으로 바꾸는 일하는 방식
  4. 닮고 싶은 어른이 없는 직장은 오르는 산이 아니라 거쳐 가는 곳이면 된다
  5. 일의 고생이 인생의 자산이 되는 곳, 그저 깎여 나가기만 하는 곳

공개 시 주의할 점

  • 실제 회사, 부서, 개인을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은 더 줄일 것
  • 상사나 동료를 특정할 수 있는 말버릇이나 에피소드는 쓰지 않을 것
  • 내부에서 쓰는 센 표현은 공개판에서 "방어적인 상사", "군림하면서 인정받으려는 사람"으로 바꿀 것
  • 현재 직장 비판이 아니라 "어떤 곳이냐에 따라 회사원 인생의 회수율이 달라진다"는 일반론으로 풀 것
  • 경험담은 "어느 연상의 사람", "어떤 직장", "어떤 상사" 정도로 흐릴 것
  • 회사 이름, 유명 기업 이름, 계열 이름은 공개판에서 내지 말 것
  • 이직 활동 중에는 회사 관련 글로 공개하지 말고 초안이나 백로그로 보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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