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었다고 해서 나중에 후배 밥까지 반드시 책임져야 할까? 그럴 의무는 없다. 호의를 다음 사람에게 돌려주는 건 멋진 일이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편하게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 생각에 도달한 과정에는 서로 다른 두 장면이 있다. 예전 선생님을 먼저 놀러 가자고 초대한 대학생 이야기, 그리고 한 선배가 나에게 남긴 거창한 미션이다.
1. 예전 선생님에게 먼저 놀러 가자고?
어떤 대학생이 예전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직접 초대해 놀러 가기로 했다고 한다. 면허도 딴 지 얼마 안 됐는데 본인이 운전할 생각이라니.
인싸력이 상당하다. 선생님과 사적으로 놀자는 제안만으로도 대단한데 운전까지 맡겠다고? 인간관계의 액셀과 자동차 액셀을 동시에 밟는 느낌이다.
물론 운전은 별개다. 초보 운전이라면 무리하지 않는 일정과 교통수단부터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감탄한 건 ‘선생님’이라는 벽을 넘은 점이다. 졸업하고 나서도 마음속에는 교실의 위계가 남기 쉽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냥 즐겁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다.
2. 연상에게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 이유
나도 예전에는 나이 많은 사람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긴장했다. 그러다 내가 반대로 선배 입장에 설 때의 마음을 떠올려 봤다.
어린 사람이 지나치게 겸손해하거나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는 것보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 줄 때가 좋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연상에게 말을 걸 때도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처음에는 일부러 연습하듯 해 봤다. 지금은 훨씬 자연스럽다. 존중하는 것과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물론 사람마다 편한 거리가 다르니 상대 반응은 살피면 된다.
3. “나한테 갚지 말고 후배한테 사 줘!”
어느 날 선배가 밥값을 내면서 말했다.
“나한테 갚을 생각 하지 마. 대신 나중에 후배한테 사 줘!”
정말 멋있는 말이다. 받은 호의를 본인에게 돌려주는 대신 다음 사람에게 넘기라는 뜻이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가 문제였다.
애초에 후배와 술자리를 자주 갖지도 않는다. 어쩌다 만나도 보통 더치페이다. 작은 걸 사 주거나 얻어먹을 때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비슷해진다.
선배가 건네준 따뜻한 바통을 소중히 받았다. 그리고 어딘가 안전한 곳에 그대로 보관했다.
4. 수입과 ‘오늘 내가 다 낼게’는 별개다
지금 내가 그때의 선배보다 돈을 더 벌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배를 만나면 당연히 내가 전부 내야 한다는 자리는 부담스럽다. 스스로도 조금 짠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이 놀고 싶어서 만나는 것이지, 계속 밥값을 지원하려고 만나는 건 아니다.
기념일에는 기분 좋게 사 줄 수도 있고 여유 있는 사람이 더 낼 수도 있다. 서로 괜찮으면 어떤 방식이든 좋다. 반대로 더치페이해도 관계가 잘 이어진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받은 친절을 제삼자에게 돌려주는 행동은 실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풀 가능성이 높아지는 실험 결과가 있다. 그렇다고 선배에게 얻어먹은 순간 법적·도덕적 계산서가 자동 발행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는 달라도 대화는 편하게, 돈은 서로 납득하는 방식으로.
선배의 선의는 대물림하려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내 인간관계의 회계 시스템은 여전히 독립 운영 중이다.
참고: Amanda Chuan · Hanzhe Zhang, “Pay it forward: Theory and experiment,” Games and Economic Behavior (2025). https://doi.org/10.1016/j.geb.2025.07.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