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왜 사건을 불러올까: 나로우계와 코난으로 보는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

이 글에서는 2가지 템플릿을 한꺼번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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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다루는 것

이 글에서는 2가지 템플릿을 한꺼번에 살펴본다.

1번째는 나로우계(일본 웹소설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서 유행한 이세계물 장르)의 '튀기 싫은 주인공'이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공주님을 구하고, 마을을 구하고, 나라의 위기까지 해결하며 주변의 인정을 받는다.

2번째는 장기 연재 추리물의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는 명탐정'이다.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데도, 메타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사건을 불러오는 것처럼 보인다.

두 템플릿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1부: 튀기 싫은 주인공은 왜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나로우 템플릿과 걸어 다니는 재해 스케일링 장치

나로우계 만화나 소설을 읽다 보면 자주 보는 흐름이 있다.

이세계로 환생한다. 본인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튀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심코 규격 외의 힘을 써 버린다. 주변이 "에에에에엑?!" 하고 경악한다. 본인만 "어? 뭐가?" 하고 어리둥절하다. 게다가 처음 구한 상대가 공주님이나 영애, 왕족 관계자다.

너무나도 정석이다.

다만 템플릿이라고 해서 단순한 날림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나로우 템플릿은 꽤 기능적이다. 주인공의 인정 욕구를 노골적으로 외치게 하지 않고도 채워 주고, 독자의 현실 스트레스를 덜어 주며, 이야기를 최단 거리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나로우 템플릿은 인정 욕구를 풀어 주는 장치다

나로우계가 주는 쾌감의 상당 부분은 '인정 욕구의 해소'에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인정 욕구는 "나를 칭찬해라아아아!" 같은 노골적인 것만이 아니다.

훨씬 옅다.

이유 없이 낮게 평가받고 싶지 않다. 사실은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싶다.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알아줬으면 한다. 내 능력과 선의가 제대로 보답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이 정도의 인정 욕구다.

현실에서는 내 가치를 설명해도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성과보다 목소리 큰 사람이나 사내 정치가 평가받기도 한다. 눈에 띄지 않는 기여는 보이지 않는다. 만능 해결사가 되어도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이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뒤집힌다.

길드의 측정기가 고장 난다. 접수원이 놀란다. 공주님이 생명의 은인이라며 따른다. 국왕이 인정한다. 대장장이 드워프가 "네놈은 진짜다"라고 말한다. 쫓아낸 쪽이 알아서 무너진다.

즉, 나로우 템플릿은 '현실의 평가 버그를 이세계에서 바로잡는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보이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나로우계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도 이해는 된다.

구조만 뽑아 보면 너무 편리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스스로 어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이 알아서 칭찬한다. 주인공은 연애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공주님과 영애가 반한다. 주인공은 복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쫓아낸 쪽이 무너진다.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나라가 구원받는다.

이걸 "인정 욕구가 너무 노골적이라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란 애초에 어떤 욕구를 풀어 주는 장치다.

소년 만화는 노력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운다. 연애 만화는 나를 선택해 주길 바라는 욕구를 채운다. 추리물은 숨겨진 진상을 꿰뚫어 보는 쾌감을 채운다. 복수극은 부조리에 심판이 내려지는 쾌감을 채운다.

나로우계는 이것을 아주 낮은 부담으로 해 준다.

노력, 설명, 정치, 자기 어필을 건너뛰고 세상 쪽이 내 가치를 알아본다.

바로 이 점이 독특하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대체로 불가능하다

나로우 주인공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요." "튀고 싶지 않아서요." "평온하게 살고 싶어서요."

그런데 하는 짓은 평범하지 않다.

공주를 구한다. 드래곤을 쓰러뜨린다. 마물 대군을 날려 버린다. 고대 마법을 쓴다. 길드의 측정기를 부순다. 귀족의 병을 고친다. 마을을 구한다. 나라의 위기를 해결한다.

이러고서 평범하기는 불가능하다.

본인 안에서는 "곤란한 사람을 도왔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 쪽에서 보면 "국가 단위의 미등록 전력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된다.

게다가 보상을 거절하면 오히려 더 눈에 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돈, 작위, 명예, 인맥을 원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필요 없어요", "튀고 싶지 않아서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주변은 이렇게 해석한다.

세상에, 얼마나 욕심이 없는 사람인가. 너무나 고결하다. 나라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실력자다. 절대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

즉, 눈에 띄지 않으려는 행동이 전부 '진짜 판정'으로 이어진다.

하수구 청소 체험을 하고 싶었는데 마법 한 방으로 공공사업을 끝내 버린다

이 템플릿을 가장 알기 쉽게 말하면 이렇다.

주인공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 그래서 마을의 하수구 청소를 돕는다. 본인으로서는 이세계의 일상 노동을 체험하는 셈이다.

마을 사람이 말한다.

"이건 하루 종일 걸리는 일이야." "냄새도 나고 병에 걸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

주인공이 말한다.

"정화 마법. 자, 끝."

마을 사람이 외친다.

"에에에에에에엑?!"

주인공이 말한다.

"어? 뭐가요?"

아니, 뭐가가 아니다.

이세계 쪽에서 보면 하수구 청소는 단순한 궂은일이 아니다.

하수 처리. 위생 개선. 감염병 예방. 노동 시간 단축. 도시 생활 환경 개선. 공공 인프라 개선.

이것을 마법 한 방으로 끝내 버렸다.

본인은 "잠깐 청소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 쪽에서는 상하수도 인프라 혁명이다.

체험하고 싶다면서 체험할 대상 자체를 소멸시켜 버렸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현실로 환산하면 '소방서 체험 온 초등학생이 총리의 딸을 구한다'

현실 세계로 옮겨 놓으면 비정상이 한눈에 보인다.

초등학생이 소방서 체험 행사에 온다. 소방차 설명을 듣고 있다. 그때 화재 신고가 들어온다.

초등학생이 말한다.

"가야 해!"

소방관이 말린다.

"아니, 넌 체험 온 아이니까 기다려――"

하지만 초등학생은 하늘을 난다. 소방차를 추월한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다. 물 마법으로 불을 끈다. 연기 속의 사람들을 전원 구출한다. 덤으로 건물 붕괴도 막는다. 원인인 누전도 수리한다. 부상자에게 회복 마법을 건다.

그리고 구조된 사람 중에 총리의 딸이 있다.

초등학생이 말한다.

"어? 소방관이 원래 이런 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다.

체험 행사에 온 아이가 재난 대응, 인명 구조, 건물 보수, 인프라 보전, 국가 중추 히로인 구출까지 혼자서 끝냈다.

이것이 나로우 주인공이 말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의 실체다.

총리 입장에서는 딸의 생명의 은인이다. 소방청 입장에서는 재난 대응 능력이 비정상이다. 나라 입장에서는 안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언론 입장에서는 하늘을 나는 정체불명의 소년 히어로다.

본인만 "튀고 싶지 않아서요"라고 말한다.

무리라고오오오.

첫 번째로 구하는 상대가 공주님인 이유

나로우계에서는 처음 구하는 상대가 공주님이나 영애인 경우가 많다.

이것도 이야기상으로는 꽤 합리적이다.

마을 사람을 구하면 마을 이벤트로 끝난다. 상인을 구하면 상회 이벤트가 된다. 모험가를 구하면 길드 이벤트가 된다.

하지만 공주님을 구하면 단숨에 국가 이벤트가 된다.

왕성에 불려 간다. 국왕에게 이름이 알려진다. 기사단이 눈여겨본다. 귀족 사회와 연결된다. 암살자, 왕위 계승, 이웃 나라, 마왕, 성녀, 약혼자 문제까지 줄줄이 돋아난다.

공주님은 히로인인 동시에 국가 이벤트 발생기다.

게다가 목숨을 구해 준 상대가 주인공에게 반하는 것도 구조상 이해는 간다.

아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해 줬다. 압도적인 힘이 있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신분에도 아부하지 않는다. 자신을 왕족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한다.

호감도가 오를 수밖에 없다.

본인은 그저 현대인의 감각으로 평등하게 대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주님 쪽은 "이 사람은 나 자신을 봐 주었다"라고 받아들인다.

첫 만남부터 반하게 되는 동선이 완성되어 버린다.

대장장이 드워프 아저씨는 대개 시험부터 한다

나로우계 템플릿 중에서 은근히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이 대장장이 드워프 아저씨다.

주인공이 무기를 봐 달라고 찾아간다. 드워프 아저씨가 뚱한 얼굴로 말한다.

"흥, 구경만 할 거면 돌아가." "어설픈 놈에게 칼을 벼려 줄 생각은 없다." "그 소재의 가치를 알고나 있냐?" "애송이, 말뿐이 아니라면 증명해 봐라."

현실로 생각하면 꽤 성가시다.

그냥 물건을 사러 왔을 뿐인데 초면의 전문직 아저씨가 압박을 준다. 설명도 없이 시험한다. 마음에 든 상대만 갑자기 우대한다.

그러다 주인공이 전설급 소재를 꺼내면 태도가 바뀐다.

"뭣……! 이건 용왕광……!" "네놈, 정체가 뭐냐?" "마음에 들었다. 최고의 한 자루를 만들어 주마."

대장장이 드워프 아저씨는 접객업을 하는 게 아니다.

주인공 탐지 센서다.

공주님이 연애·국가 이벤트 발생기라면, 대장장이 드워프 아저씨는 장비 갱신·장인 인정·세계관 설명 장치다.

주인공이 강하다는 건 전투에서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착하다는 건 공주님 구출에서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진짜'라는 건 고집불통 장인이 인정하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 장치로서는 편리하다.

다만 현실 직장에 있다면 보통 힘들다.

설명 부족, 초면 압박, 시험하는 태도, 장인 기질이라는 이름의 소통 불능.

"실력으로 말해라"가 아니다. 요구 사항 정의를 해 달라.

주인공이 아니면 이 세계는 꽤 힘들다

템플릿 세계는 주인공에게만 상냥하다.

주인공이라면 공주님이 반한다. 주인공이라면 접수원이 가치를 알아본다. 주인공이라면 드워프가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준다. 주인공이라면 길드장이 개인실로 부른다. 주인공이라면 왕을 알현할 수 있다.

하지만 엑스트라 모험가라면 어떨까.

공주님을 구하기도 전에 죽는다. 접수원에게 평범하게 사무 처리만 당한다. 드워프에게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다. 길드장은 만나지도 못한다. 왕성에는 들어갈 수도 없다. 마물 대군 이벤트에 휘말린다.

주인공 보정이 없는 이세계는 꽤 하드하다.

중세 신분제. 마물. 열악한 치안. 부족한 의료. 재해. 귀족 사회. 장인 아저씨의 압박. 길드 계급제.

냉정하게 보면 주인공 말고는 살기 힘든 세계다.

이벤트에 휘말려 죽는 엑스트라가 있다

주인공 시점에서는 모든 것이 모험이다.

"우연히 마물의 습격을 만났다." "마침 공주님을 구하게 됐다." "마을이 곤란해 보여서 해결했다." "나라의 위기에 휘말렸다."

하지만 엑스트라 시점에서는 재해다.

드래곤 습격. 도적단 습격. 마물 폭주. 왕녀 암살 미수. 던전 이상 발생. 마족군 침공.

주인공이 지나간 세계선에서만 전원이 살아남는다.

주인공이 없는 지역에서는 평범하게 죽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주인공은 말한다.

"평온하게 살고 싶어."

엑스트라는 말한다.

"저희는 평온하게 살고 있었는데 마물이 습격했는데요."

주인공은 말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

엑스트라는 말한다.

"평범하게 죽었어요."

웃을 수가 없다.

주인공이 있어서 재해 레벨이 올라간다는 설

더 나아가 메타 시점으로 보면, 주인공이 재해를 해결하는 건지 끌어당기는 건지 알 수 없다.

평범한 마을이라면 문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물이 망가졌다. 밭이 짓밟혔다. 상인이 늦는다. 약초가 부족하다.

그런데 주인공이 오면 곧바로 이렇게 된다.

마물 대군이 온다. 드래곤이 봉인에서 풀려난다. 왕녀 암살로 내란이 일어난다. 마족군이 국경을 돌파한다. 성녀가 쓰러져 결계가 사라진다. 고대 병기가 기동한다.

이쯤 되면 주인공의 존재에 맞춰 재해 레벨이 스케일링되고 있다.

주인공 레벨이 낮으면 고블린이나 도적이 나온다. 주인공 레벨이 오르면 드래곤이나 마족 간부가 나온다. 주인공이 신급이 되면 고대신이나 세계 멸망 이벤트가 나온다. 주인공이 은퇴하면 은퇴한 곳에 세계 멸망의 열쇠가 묻혀 있다.

세상이 눈치가 너무 빠르다.

본인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은 "그럼 나라를 멸망시키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주인공은 구한다. 세상은 "나라를 구한 영웅입니다"라고 말한다. 본인은 "튀고 싶지 않은데요"라고 말한다.

무리라고오오오.

2회 환생해도 배우지 못하는 문제

가끔 주인공이 2번째 환생을 한 경우도 있다.

보통은 1번째에서 배웠을 법하다.

공주님을 구하면 왕성에 불려 간다. 길드 측정에서 수정구를 깨면 소동이 난다. 마법으로 마을을 구하면 성인 취급을 받는다. 전설급 소재를 내놓으면 대장장이가 달려든다.

즉,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 앞에서 규격 외의 힘을 쓰지 마라. 왕족을 구하면 도망칠 수 없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조사한다. 보상을 거절하면 오히려 고결하다는 판정을 받는다. '보통 일' 판정을 자기 기준으로 하지 마라.

하지만 본인이 배운 건 아마 다른 것이다.

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괜찮다. 보상을 거절하면 괜찮다. 바로 돌아가면 괜찮다. 나쁜 짓은 하지 않았으니 괜찮다.

괜찮지 않다.

2회 환생해도 은신 스킬만 미습득이다.

나로우 주인공은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다

여기까지 보면 나로우 주인공은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니다.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다.

주인공이 마을에 가면 마을의 존망 위기가 일어난다. 주인공이 왕도에 가면 공주님 암살 미수가 일어난다. 주인공이 길드에 가면 측정기가 부서진다. 주인공이 대장간에 가면 전설 장비 이벤트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온천에 가면 봉인된 마왕이 부활한다. 주인공이 슬로 라이프를 시작하면 영지 경영이 시작된다.

본인은 "휘말렸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네가 플래그야"라고 생각한다.

이 어긋남이 나로우계의 개그이자 쾌감이다.

정리: 나로우계는 '인정 욕구 라멘'이자 '평가 버그 수정 시뮬레이터'다

나로우 템플릿은 분명 인정 욕구를 해소하는 장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부담 없이 읽힌다. 전개의 보상이 빠르다. 아군과 적이 알기 쉽다. 부조리가 처리된다. 현실보다 평가 제도가 명쾌하다. 스스로 어필하지 않아도 세상이 가치를 찾아 준다.

그래서 읽힌다.

"튀고 싶지 않은데 공주님이 반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나라를 구한다." "하수구 청소를 도왔을 뿐인데 위생 혁명이 된다." "대장장이 드워프 아저씨가 결국 인정해 준다." "쫓아낸 쪽이 알아서 무너진다."

이것들은 전부 현실에서 일어나기 쉬운 평가 버그를 이세계에서 시원하게 바로잡는 구조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세계 판타지의 얼굴을 하고 인사 평가 제도와 자존감 회복을 꽤 진지하게 하고 있다.


참고 링크

내부 링크 후보

  • 나로우 템플릿에는 이유가 있다. 환생·튀기 싫음·공주님 구출·추방 후 복수가 강한 구조
  • 추방 후 복수는 왜 통쾌할까? 부당한 평가와 '이제 늦었어'의 심리
  • 악역 영애물이 강한 이유. 파혼·단죄·파멸 회피의 이야기 구조
  • 슬로 라이프를 원하는 주인공일수록 나라를 구하게 되는 이유
  • 대장장이 드워프 아저씨는 왜 시험하는 행동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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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당한 평가, 무능 취급, 보는 눈 없는 상사, 빠져나간 뒤에 무너지는 조직 구조를 연결한다.
  2. 모험가 길드는 왜 편리할까

    • 신분증, 의뢰, 랭크, 접수원, 시비 거는 모험가, 시험 이벤트의 장치성을 정리한다.
  3. 악역 영애는 왜 파혼당할까

    • 단죄 이벤트, 사회적 평가, 연애와 가문 제도, 운명 개변의 구조를 정리한다.

2부: 코난은 사건을 해결하고 있을까, 일으키고 있을까. 걸어 다니는 사건 관측자로서의 명탐정 템플릿

장기 연재 추리 작품을 메타 시점에서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명탐정이 있는 곳에서 유난히 사건이 일어난다.

특히 『명탐정 코난』은 1994년 1월에 연재가 시작되어 2024년 1월에 연재 30주년을 맞은 장수 작품이다. 오래 이어져 온 만큼 "코난, 매번 사건 현장에 있네" 하는 메타적인 재미가 쌓여 왔다.

물론 작품 속에서 코난이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범인에게는 저마다 동기가 있고, 트릭이 있고, 과거가 있다.

하지만 독자 시점에서는 이렇게 보인다.

코난이 여행을 간다. 사건이 일어난다.

코난이 온천에 간다. 사건이 일어난다.

코난이 캠핑을 간다. 사건이 일어난다.

코난이 배를 탄다. 사건이 일어난다.

코난이 지인의 별장에 간다. 사건이 일어난다.

매번 있네, 이 녀석.

코난은 '사건 해결자'이면서 동시에 '사건 발생 플래그'로 보인다

작품 속 인과로는 코난이 사건을 해결한다.

범인을 찾는다. 트릭을 밝힌다. 증거를 잡는다. 경찰을 이끈다. '잠자는 코고로'(탐정 모리 코고로를 마취시켜 그의 목소리로 추리를 발표하는 방식)로 해결한다.

이건 틀림없다.

다만 메타 시점에서는 코난이 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놀이공원에 가면 사건. 여행을 가면 사건. 캠핑을 가면 사건. 온천에 가면 사건. 배를 타면 사건. 밥을 먹으러 가도 사건.

본인은 "사건에 휘말렸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네가 왔으니까"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재미있다.

코난은 사건을 해결하는 소년이면서, 이야기상으로는 '사건을 발생시키기 위한 관측자'이기도 하다.

나로우 주인공과의 공통점

이것은 나로우계 주인공의 구조와도 닮았다.

나로우 주인공은 마을이나 나라의 위기에 마침 딱 맞춰 있다. 그리고 규격 외의 능력으로 해결한다. 본인은 "어? 뭐가?" 하고 무자각하다.

코난은 살인, 유괴, 폭파, 괴도, 검은 조직 사건에 마침 딱 맞춰 있다. 그리고 추리 능력으로 해결한다. 본인은 초등학생인 척하면서 사건을 수습한다.

둘 다 주인공이 있는 곳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다만 차이도 있다.

나로우 주인공은 대개 재해를 미연에 막는다. 마을을 구한다. 공주를 구한다. 나라를 구한다.

코난은 추리물 구조상 사건이 일어난 뒤에 푸는 경우가 많다. 즉,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죽고 나서야 이야기가 움직인다.

이세계 주인공은 "마을을 구했습니다." 코난은 "범인을 찾았습니다."

구원의 타이밍이 다르다.

여기가 추리물의 숙명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또 있네'가 된다

경찰 입장에서 생각하면 코난의 출현율은 꽤 무섭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현장에 초등학생이 있다. 자세히 보니 또 코난이다.

보통은 사건 현장에 초등학생이 있으면 보호 대상이다.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서 있으렴." "보호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니다."

이렇게 된다.

그런데 코난은 실적이 너무 쌓였다.

"쟤, 또 있네." "모리 씨도 있네." "그럼 해결되겠지……"

이런 분위기가 된다.

원래는 이상한 일이다.

살인, 폭파, 유괴, 괴도, 밀실, 독살, 산장, 호화 여객선, 온천 여관, 캠핑장, 놀이공원.

어디를 가도 있는 초등학생.

너무 무섭다.

범인 입장에서는 최악의 존재

범인 쪽에서 보면 코난은 악몽이다.

완벽한 트릭을 짰다. 알리바이도 만들었다. 증거도 지웠다. 동기도 숨겼다. 관계자 전원을 속였다.

좋아, 이제 도망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복도 모퉁이에 코난이 있다.

끝이다.

범인으로서는 "왜 있는 건데"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초등학생이라 방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등학생 탐정의 지능과 마취총과 변성 나비넥타이와 킥력 강화 신발이 있다.

꽤 억울하다.

나로우 주인공이 '신원 불명의 전략 병기'라면, 코난은 '초등학생의 모습을 한 외부 추리 리소스'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대개 이미 늦었다

한편 피해자 입장에서는 대개 이미 늦었다.

나로우 주인공이라면 화재 현장으로 날아가 전원을 구조할지도 모른다. 드래곤을 쓰러뜨려 마을을 구할지도 모른다. 공주님을 암살 직전에 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리물은 사건이 일어나야 시작된다.

즉, 누군가가 죽는다. 그 뒤에 명탐정이 움직인다.

이건 구조상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메타적으로 코난은 '구명자'라기보다 '사건 해결자'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일찍 와 줘"

일 것이다.

웃을 수가 없다.

모든 살인은 코난이 부추긴 게 아닐까 하는 음모론

메타 시점을 지나치게 파고들면 이런 추리도 나올 법하다.

모든 살인은 사실 코난이 부추긴 것이 아닐까. 코난이 있는 곳에서만 사건이 일어나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미화정의 사건 발생률은 비정상이지 않은가. 코난이야말로 사건의 중심인물이 아닌가.

이른바 '사신 초등학생'식 시각이다.

다만 작품 속 인과로 생각하면, 코난이 범인을 부추겼다는 증거는 없다.

범인에게는 저마다 동기가 있다.

유산 분쟁. 불륜. 과거의 복수. 회사에 대한 원한. 연예계의 질투. 금전 문제. 비밀 은폐. 옛 사건의 입막음.

살의는 코난이 오기 전부터 무르익어 있다.

그러니 법적으로는

"코난이 죽이게 했다"

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살의가 무르익은 현장에 코난이 높은 확률로 온다"

이다.

코난 관측자 효과설

추리물을 메타 시점에서 보면 코난은 '사건을 관측해서 확정시키는 존재'로 보인다.

코난이 오기 전에는 아직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태다. 범인은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트릭을 준비 중일지도 모른다. 살의만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난이 현장에 들어선 순간, 이야기상으로는 사건이 확정된다.

슈뢰딩거의 살인 사건이다.

상자를 열기 전까지 사건은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코난이 상자를 연다. 사건이 일어난다.

본인은 말한다.

"이상한데……"

주변은 생각한다.

"네가 이상해."

매번 사건이 일어나도 성립하는 이유

보통 생각하면 매번 사건이 일어나는 건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작품으로서는 성립한다.

독자는 '코난의 일상'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구조'를 보러 오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다. 관계자가 모인다. 수상한 인물이 여럿 있다. 증언이 엇갈린다. 트릭이 있다. 코난이 위화감을 눈치챈다. 경찰이나 코고로가 다른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에 진상이 밝혀진다.

이 틀 자체가 안심감이 된다.

나로우계의 '길드 측정 불능', '공주님 구출', '추방한 쪽의 붕괴'와 마찬가지로, 추리물에도 양식미가 있다.

독자는 매번

"또 사건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풀까"

를 즐기고 있다.

장기 연재일수록 '주인공이 이벤트를 부르는' 것처럼 보인다

『명탐정 코난』이 이렇게 오래 이어져 왔기에 메타적인 위화감도 강해진다.

한두 번이면 우연이다. 열 번이라도 탐정이니까 사건에 휘말리겠거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연재에서 몇 번이고 사건 현장에 있으면 점점 보는 눈이 달라진다.

사건이 있으니까 코난이 가는 걸까. 코난이 가니까 사건이 있는 걸까.

이것은 나로우 주인공에게도 일어난다.

마을의 위기에 주인공이 오는 걸까. 주인공이 오니까 마을의 위기가 발생하는 걸까.

이야기상으로는 전자다. 메타 시점에서는 후자로 보인다.

이 어긋남이 장기 시리즈와 템플릿 작품의 재미다.

코난은 '걸어 다니는 사건 해결 인프라'다

사회적으로 보면 코난은 사건 해결 인프라다.

경찰 수사를 보조한다. 트릭을 밝힌다. 증거를 찾는다. 범인의 도주를 막는다. '잠자는 코고로'라는 발표 장치를 쓴다.

하지만 인프라로서는 꽤 위험하기도 하다.

그가 있는 곳에 사건이 몰려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코난이 오면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애초에 사건이 일어난다.

이건 재해 대책 시스템일까, 재해 유인 시스템일까.

나로우 주인공이 '재해 유인형 구제 병기'라면, 코난은 '사건 유인형 추리 병기'다.

정리: 코난은 흑막이 아니지만 시작 버튼 근처에 매번 있다

코난이 모든 사건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작품 속에서는 범인에게 동기가 있고, 상황이 있고, 트릭이 있다. 코난은 그것을 해결하고 있다.

다만 메타 시점에서는 너무나 매번 있다.

여행지에 있다. 온천에 있다. 캠핑장에 있다. 배에 있다. 별장에 있다. 사건 현장에 있다.

범인이 완벽한 범죄를 준비한 곳에 어째서인지 있다.

그래서 코난은 흑막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의 시작 버튼 근처에 매번 있다.

이것이 '사신 초등학생'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구조다.

나로우 주인공이 마을과 나라의 존망 위기에 맞닥뜨려 구국의 영웅이 되듯이, 코난도 살인 예정지에 맞닥뜨려 명탐정이 된다.

둘 다 이야기를 움직이기 위한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잠깐 여행 가자"는 말 한마디에 현지의 누군가의 인생이 마지막 장에 들어선다.


참고 링크

내부 링크 후보

  • 튀기 싫은 주인공은 왜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 나로우 템플릿에는 이유가 있다. 환생·튀기 싫음·공주님 구출·추방 후 복수가 강한 구조
  • 코난과 이세계 주인공은 왜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로 보일까
  • 추리물의 명탐정은 왜 사건 현장에 있을까
  • 장기 연재에서 주인공 보정이 메타화되는 이유

관련 글 아이디어

  1. 명탐정물의 주인공은 왜 사건 현장에 있을까

    • 우연, 직업 설정, 독자의 기대, 연재 구조를 정리한다.
  2. '사신 초등학생'이라는 메타 시점은 왜 재미있을까

    • 작품 속 인과와 독자 시점의 어긋남을 다룬다.
  3. 나로우 주인공과 코난의 공통점

    • 마을의 위기·나라의 위기·살인 사건·재해 스케일링을 비교한다.

종합 정리: 주인공은 세계의 이상을 관측하고 이야기를 기동한다

나로우 주인공과 코난은 장르도 목적도 전혀 다르다.

나로우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마을과 나라를 구한다. 코난은 현대 일본에서 사건을 푼다.

하지만 메타 구조는 가깝다.

주인공이 온다. 사건이 일어난다. 주변이 곤란해진다. 주인공이 해결한다. 본인은 "휘말렸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네가 이벤트 발생 플래그야"라고 생각한다.

나로우 주인공은 재해를 해결하는 듯하면서 재해 레벨을 스케일링시키는 것처럼도 보인다. 코난은 사건을 해결하는 듯하면서 살인 사건을 관측해 확정시키는 것처럼도 보인다.

물론 작품 속 인과로는 주인공이 나쁜 게 아니다.

나로우 세계에서는 마물과 왕국의 위기가 먼저 있다. 코난 세계에서는 범인의 동기와 트릭이 먼저 있다.

다만 이야기 구조로는 주인공이 현장에 들어선 순간 이벤트가 기동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세계의 이상을 해결하는 존재인 동시에, 세계의 이상을 독자에게 보여 주기 위한 관측자이기도 하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주인공도, 여행을 가고 싶은 탐정도, 결국 세계의 트러블 기동 버튼을 누르고 있다.


참고 링크

내부 링크 후보

  • 나로우 템플릿에는 이유가 있다. 환생·튀기 싫음·공주님 구출·추방 후 복수가 강한 구조
  • 추방 후 복수는 왜 통쾌할까? 부당한 평가와 '이제 늦었어'의 심리
  • 악역 영애물이 강한 이유. 파혼·단죄·파멸 회피의 이야기 구조
  • 슬로 라이프를 원하는 주인공일수록 나라를 구하게 되는 이유
  • 추리물의 명탐정은 왜 사건 현장에 있을까
  • 장기 연재에서 주인공 보정이 메타화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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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신 초등학생'이라는 메타 시점은 왜 재미있을까 작품 속 인과와 독자 시점의 어긋남을 다룬다.

  4. 코난과 이세계 주인공은 왜 '걸어 다니는 이벤트 발생기'로 보일까 마을의 위기·나라의 위기·살인 사건·재해 스케일링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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