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걸 어떻게 찾았어?”
집을 알아보던 사람에게 몇 가지 후보를 보여줬다. 공개된 평면도와 매물 정보를 대조하다가 상대가 보던 집과 같은 물건도 알아챘다.
상대의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너 인공지능이야?”
정작 찾은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능력치를 너무 높게 평가받은 셈이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손이 빠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검색 전에 무엇을 볼지 빨리 정했기 때문이었다.
신축인데 집값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고?
신축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가격과 면적은 천차만별이다. 땅값, 건물 크기, 도로, 교통, 편의시설, 매도인의 사정까지 봐야 한다.
보다 보면 집을 찾는 건지 조건표에서 길을 잃은 건지 헷갈린다.
이때 질문 하나를 바꿔 본다.
“기차를 거의 안 타는 사람에게 역세권이 정말 필수일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역과 가까운 집이 중요하다. 반면 차로 이동하는 사람이면 더 넓은 집이나 장보기 편한 곳을 선호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좋은 입지’라는 정답이 아니라 누구에게 좋은 입지인가다.
역 근처의 작은 집과 조금 떨어진 넓은 집 중 무엇이 좋은지는 실제 살 사람이 결정한다. 이번 이야기도 집을 대신 사 주려는 게 아니라, 남이 놓친 후보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검색 속도보다 먼저 결정하는 것
빠른 사람은 매물 100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다. 먼저 판단을 바꾸는 항목을 고른다.
예산, 면적, 통근, 평소 장보기, 안전처럼 중요한 조건과 타협 가능한 조건을 구분한다.
모르는 항목이 나오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조건이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들지?”부터 찾아본다. 중요하면 비교에 넣고, 별 영향이 없다면 뒤로 미룬다.
즉, 정보를 많이 쌓는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떤 순서로 알아볼지 계속 수정한다.
역에서 멀어지는 대신 공간을 넓혀 보고, 조건을 완화했을 때 가격이 얼마나 바뀌는지도 살핀다. 처음 보는 분야에서도 이 방식은 통한다.
비싸 보이는 호텔을 후보에서 지우지 않았더니
한번은 고급 호텔에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가격의 숙박 조건을 찾은 적도 있었다.
“고급 호텔이면 비싸겠지” 하고 지웠다면 그대로 끝났을 일이다.
막상 이용해 보니 음식과 숙박 경험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날짜, 객실, 예약 조건이 다른지 확인해야 한다. 핵심은 할인 자체가 아니라 확인도 하기 전에 ‘나와 상관없는 선택지’라고 지워 버리지 않는 태도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사람에게는?
모임에서 “뭔가 하고 싶긴 한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자.
처음 듣는 활동을 하나 제안한다.
“그게 뭐야?”
설명해 주면 “오, 그것도 해 보면 재밌겠는데?”라는 반응이 나온다.
처음부터 원하던 활동이 아니다. 몰랐으니 원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집을 찾을 때는 이미 있는 바람에 맞는 후보를 늘리고, 모임에서는 몰랐던 재미 자체를 보여준다.
다만 제안은 제안이다. 실제로 할지는 상대가 고른다.
후보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선택지를 100개 던지면 오히려 더 막막해질 수 있다. 선택지가 많을 때의 부담은 항목이 얼마나 복잡한지, 취향이 얼마나 분명한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100개 찾았어!”보다 “네가 중요하게 보는 조건이면 이 몇 개부터 봐”가 유용하다.
특히 집처럼 큰돈이 드는 일이라면 현장 확인은 필수다. 주변 소음, 도로, 건물 상태, 계약 조건은 화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몇 분 안에 할 수 있는 건 좋은 후보 찾기이지, 매수 확정이 아니다.
빠르게 할 수 있는 단계는 빠르게, 신중해야 할 단계는 신중하게.
침대 밖으로 나간 건 사람 말고 선택지였다
뜻밖의 호텔 가격, 새로운 주택 후보, 전에는 들어 보지 못한 모임 활동.
공통점은 대신 답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방법도 있었네!”라는 순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놀란다. 찾는 사람은 즐겁다.
그리고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
움직인 건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의 범위였다.
참고 자료 (2건)
- Scheibehenne, Greifeneder & Todd (2010), Can There Ever Be Too Many Options? — https://doi.org/10.1086/651235
- Chernev, Böckenholt & Goodman (2015), Choice Overload: A Conceptual Review and Meta-Analysis — https://doi.org/10.1016/j.jcps.2014.08.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