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렜던 기억과 성인이 된 뒤의 취향, 동의와 법적 책임은 따로 봐야 한다
성인 여성이 어린 남자아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오래된 게시물이 돌면, “내가 그 나이였다면 오히려 좋았을지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반대편에서는 “반드시 평생 상처로 남았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둘 다 그 아이의 마음을 모른다. 내가 상상하는 반응은 실제 당사자의 증언이 아니다. 개인의 기억과 어른의 책임도 서로 다른 문제다.
이 글은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일화를 싣지 않고 일반적인 상황을 다룬다. 화제가 된 오래된 사건의 원판결문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사건의 세부 내용이나 판사의 판단 이유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1. “나라면 기뻤을 것”은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말
어린 시절 연상을 동경했던 사람은 그때의 자신이 설렜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상상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뉴스에 등장하는 실제 아이도 같은 느낌이었을 거라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반대로 누군가가 어린 시절의 예상치 못한 호감 표시를 좋은 추억으로 기억한다고 해서 “너는 사실 상처받았어야 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당사자가 기억에 붙인 의미를 존중하는 일과 상대방 행동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일은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했을 텐데”라고 말하는 건 자유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속마음에 멋대로 자막을 달 수는 없다.
2. 연상에 대한 동경과 상대가 먼저 다가오는 설렘
오래 남는 기억에는 여러 요소가 겹칠 수 있다.
- 나이 차이와 동경: 어린아이 눈에는 조금 나이 많은 청소년도 아주 어른스러워 보인다.
- 선택받은 느낌: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과 상대가 호감을 보이는 것은 감정적으로 다르다.
- 예상 밖의 순간: 놀라움과 긴장은 기억에 힘을 싣는다.
- 상대가 주도하는 관계: 어떤 사람에게는 주도권을 전부 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연상 취향’이라는 하나의 버튼은 아니다. 성인이 된 지금 좋아하는 것이 나이 차이인지, 분명하게 호감을 표현하는 태도인지, 자신감인지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어른처럼 보이던 나이와 현재 자신이 선택할 성인 연인의 나이는 별개다. 과거의 감탄을 현재의 연애 규칙으로 그대로 복사할 필요는 없다.
3. 뇌의 즐겨찾기는 동영상 파일이 아니다
감정이 크게 움직인 사건은 선명하게 기억될 수 있다. 그러나 2024년의 감정적 자서전 기억 연구는 선명한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기억은 단순 재생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재구성이다.
당시의 두근거림이 장면의 순서보다 또렷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선명함이 세부 사실의 정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해석이 오래된 기억의 의미를 바꾸기도 한다.
뇌는 ‘중요한 기억’이라는 알림을 띄워 준다. 하지만 ‘이 사건이 현재 취향을 100% 제조했다’는 품질보증서는 주지 않는다.
4. 그 일이 지금의 취향을 만든 걸까?
가능한 설명은 적어도 세 가지다. 첫째, 경험이 뒤의 선호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둘째, 이미 형성 중이던 동경과 맞아떨어져 유독 잘 기억됐을 수 있다. 셋째, 성인이 된 뒤 취향을 설명할 언어를 얻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을 수 있다.
자신에게 ‘원점 같은 사건’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과 과학적으로 원인을 증명했다는 것은 다르다. 한 번의 회상만으로 어느 설명이 맞는지 판정할 수 없다.
취향이 설치된 날짜가 적힌 업데이트 기록이 뇌 속에 있다면 편리하겠지만, 인간은 그런 앱이 아니다.
5. 남자아이면 괜찮다? 좋아했으면 피해가 아니다?
성적 학대의 영향에는 큰 개인차가 있다. 37개 연구를 검토한 문헌 리뷰에서는 아동기 성적 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조사 지표상 적응 상태가 양호한 비율이 연구별로 10~53%였다. 이것은 ‘그 비율만큼 아무 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며, 표본과 측정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진료기관에 의뢰된 남성 67명을 조사한 별도 연구에서는 초기 기억이 긍정적이거나 복합적이었던 일부 남성에게서도 이후 적응 문제가 관찰됐다. 다만 진료받은 사람들의 결과를 모든 남성에게 적용하면 안 된다.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중에 고통받는다는 증거도 아니다.
기쁘거나, 무섭거나, 혼란스럽거나, 감정이 섞일 수 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성인 가해자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자니까 무조건 행운이라는 식의 일괄 설정도 없다.
6. 일본의 나이와 동의에 관한 법률
일본은 2023년 7월 13일 성범죄 관련 법을 개정했다. 나이 자체를 근거로 보호하는 규정은 원칙적으로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확대됐다. 다만 13~15세의 경우 그 나이 규정을 적용하려면 상대가 5세 이상 연상이어야 한다. 이것이 폭행, 협박, 지위 이용 등 다른 범죄 성립 요건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2019년의 사건에는 당시 적용되던 법을 따져야 한다. 과거의 모호한 친밀한 행동에 대해서도 실제 행위, 당사자의 나이, 상황을 모르고 범죄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일본 법무성은 단순히 성적 의미를 아는 것뿐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두근거림과 충분한 판단 능력은 다르다.
7. 유죄인데 왜 집행유예가 나올까?
유죄 여부, 선고할 형량, 즉시 형을 집행할지의 판단은 별개다. 일본 형법 제25조는 일정한 전과 조건 등을 충족하고 원칙적으로 3년 이하의 구금형 등이 선고되면 사정을 고려해 1~5년의 집행유예를 허용한다.
그래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조합 자체는 제도상 가능하다. 그러나 개별 판결문 없이 왜 해당 사건에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남녀 간 형량 차이가 있는지 보려면 범죄 유형, 피해 사실, 전과, 판결 시점, 적용 법률 등 비교 조건을 맞춰야 한다. 바이럴 제목 두 개로 차별 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다.
8. 기억, 심리, 법률을 각각의 자리에
개인적 의미: 당사자가 지금 어떻게 기억하는가? 외부에서 반드시 트라우마라고 이름 붙이지 않는다.
심리학: 감정과 기억, 성인기의 취향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한 가지 원인만 고집하지 않는다.
법과 윤리: 나이, 관계의 힘, 자유로운 동의, 구체적 행위는 어떠했는가? 상대가 기뻐 보였는지로 모든 판단이 끝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보여 주는 성인 상대에게 끌린다는 취향을 이해하는 일과 아동 착취를 정당화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결론: 추억 저장 버튼과 동의 버튼은 다르다
좋은 추억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경계를 넘을 허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성폭력을 심각하게 다룬다고 해서 모든 생존자의 내면을 똑같이 정할 수도 없다.
뇌 속 즐겨찾기는 각자의 것. 현실의 동의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자료 및 확인 한계
- 일본 법무성: 성범죄법 개정 질의응답
- 일본 형법: e-Gov
- 일본 내각부: 성폭력과 동의
- Wardell & Palombo, 2024: 감정과 자서전적 기억
- Domhardt 외, 2014: 37개 연구 검토
- Kelly 외, 2002: 진료기관 의뢰 남성 67명 연구
- 미확인: 온라인에 유포된 과거 사건의 원판결과 실제 양형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