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서비스는 이틀 만에 만들었는데, 병목은 사람의 승인 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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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작은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묘한 역전이 생긴다.

서비스 본체는 이틀 정도면 거의 완성된다.

그런데 바깥에서는 여전히 “심사 중”, “본인 확인 중”, “영업일 기준 며칠 기다려 주세요”가 쌓인다.

예전에는 제품 개발이 더 느렸고 심사 결과가 먼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은 반대가 될 수 있다. 서비스는 이미 준비됐는데 외부 서비스 승인이 아직 안 온다.

물론 모든 서비스를 이틀 만에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는 작은 웹서비스 하나에서 AI가 조사, 코딩, 문서 초안, 수정의 상당 부분을 맡았던 경험을 말한다.

그래도 이 현상은 흥미롭다.

AI가 빨라질수록 마지막 병목은 사람과 조직의 대기 시간이 되는 것 아닐까?

1. 코딩보다 “영업일 기준 며칠”이 더 길다

서비스 출시에는 코드 외에도 할 일이 많다.

본인 확인. 정산 계좌 확인. 광고·제휴 심사. 도메인 소유 확인. 외부 서비스 이용 신청. 행정 신고. 추가 서류 제출.

각각은 평범한 절차다.

하지만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 체감이 달라진다.

AI는 몇 분 안에 초안을 만들고, 수십 분 안에 고치고, 몇 시간 안에 큰 작업을 밀어붙일 수 있다. 반면 심사 화면에는 “보통 3영업일 이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코드는 시간 단위로 움직이고, 심사는 영업일 단위로 움직인다.

이 시간 단위 차이가 새 병목이 된다.

2. “승인받고 만든다”는 순서가 뒤집힌다

예전에는 외부 서비스 승인을 먼저 받고 본체를 만드는 편이 안전했다.

하지만 본체를 먼저 거의 완성할 수 있다면 순서를 바꿀 수 있다.

먼저 신청한다. 기다리는 동안 본체를 만든다. 외부 연동은 갈아끼울 수 있게 둔다. 승인되면 ID나 설정값을 넣는다. 거절되면 다른 방법으로 바꾼다.

즉, 심사 대기 시간과 개발 시간을 겹친다.

심사 대기는 멈춤이 아니라 병렬 작업이 된다.

필요한 것은 상태 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하는 것이 아니다. “신청 완료 / 심사 중 / 추가 대응 필요 / 승인 완료”를 한눈에 관리하는 것이다.

3. 행정 문서도 거의 빈 종이에서 만들 수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행정 제출용 자료다.

어떤 신고에서는 네트워크 구성도가 필요했다.

공식 양식에 멋진 도식 템플릿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일본 e-Gov에 공개된 해당 양식 3호는 A4 한 장에 “네트워크 구성도”라는 제목과, 통신 흐름과 외부 사업자 등을 알 수 있게 작성하라는 6개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을 뿐이다.[1]

미리 그려진 상자와 화살표는 없다.

이용자, 인터넷,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알림, 데이터 흐름을 어떻게 배치할지는 신청자가 정해야 한다.

AI는 이 요구사항을 읽고 중요한 정보만 뽑아 심사자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문서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양식 채우기”가 아니다.

규칙을 읽고 실제 문서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에 가깝다.

4. 기계가 만들고 사람이 확인한다

그 다음이 더 흥미롭다.

AI가 그림을 만든다. AI가 설명문을 쓴다. AI가 빠진 내용을 찾는다. AI가 수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람이 본다.

실제 서비스와 맞는가? 제출해도 되는 설명인가?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예전에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확인했다.

이제는 AI가 만드는 비중이 커지고 사람은 최종 검토 쪽으로 이동한다.

Anthropic은 2026년 9월 22일 Claude Opus 5.5를 공개했고, 장시간 코딩과 지식 업무용 모델로 소개했다. Anthropic 자체 측정에서는 Opus 5보다 출력이 30% 이상 빠르고 일반적인 작업 비용이 약 40% 낮다고 한다. 스프레드시트 분석과 프레젠테이션 제작 사례도 공개했다.[2]

이는 업체 자체 평가이므로 모든 회사에서 같은 결과가 난다는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AI가 만들고 사람이 확인한다”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사례로는 충분히 흥미롭다.

5. 그러면 사무직은 사라질까?

여기서 “사무직은 이제 필요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일부 업무는 확실히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ILO의 2025년 세계 분석에서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군이 여전히 사무직이었다. 데이터 입력, 타이핑, 회계·장부, 행정 비서 등의 업무가 특히 영향을 받기 쉽다.[3]

그러나 ILO는 대부분의 직업이 통째로 사라진다고 보지 않는다.

전 세계 노동자 약 4명 중 1명은 어느 정도 생성형 AI 영향을 받는 직업에 있지만, 인간의 입력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직업 소멸보다 업무 변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3]

먼저 줄어드는 것은 직업명이 아니라 직업 안의 반복 작업일 수 있다.

정형 문구 작성. 문서 정리. 정보 옮겨 적기. 비교표 만들기. 초안 작성. 형식 통일.

대신 남기 쉬운 일은 사실 확인, 예외 처리, 사람 간 조정, 책임 있는 결정, 승인, AI 오류를 멈추는 일이다.

사무직이 없어지기 전에 사무의 중심이 ‘작성’에서 ‘검토’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6. 새 병목은 AI 바깥에 있다

AI가 코드와 글과 문서를 빠르게 만들수록 다음 병목은 모델 바깥으로 이동한다.

심사. 본인 확인. 계약. 은행·결제. API 이용 권한. 검색 유입. 광고주 승인. 사용자 반응. 신뢰. 법적 책임.

모델 속도가 두 배가 된다고 이 모든 것이 두 배 빨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능력도 달라진다.

무엇을 먼저 신청할지,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만들지, 어디서 사람의 승인을 넣을지가 중요해진다.

7. 만드는 비용이 싸지면 승자를 나중에 고를 수 있다

예전에는 서비스 하나를 만드는 비용이 컸다.

그래서 만들기 전에 정답을 맞히려고 했다.

하지만 작은 실험을 빨리 만들 수 있다면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만든다. 시험 가능한 상태까지 낸다. 현실 반응을 본다. 반응이 없는 것은 멈춘다. 살아남는 것만 키운다.

만들기 전에 승자를 완벽히 예측하지 말고, 싸게 만들어 본 뒤 승자를 남긴다.

이는 저품질 서비스를 무작정 찍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실험 비용을 낮춰 실제 피드백을 더 빨리 받자는 뜻이다.

8. 빨리 만들 수 있다고 검토까지 생략하면 안 된다

실패해도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시제품이라면 빠르게 움직여도 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결제, 안전, 법규, 공동 자산, 타인의 평판, 한번 퍼지면 회수하기 어려운 정보가 걸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프트웨어는 되돌릴 수 있어도 신뢰는 같은 속도로 복구되지 않는다.

AI가 빨라질수록 어디서 사람이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속도와 무검토는 같은 말이 아니다.

9. “한가한 시간”이 선택권이 된다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면 여유 시간의 가치도 바뀐다.

여유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바로 시험할 수 있는 여백이다.

집에서도 할 수 있고, 밖에서도 조금 할 수 있고, 이동 중에는 메모만 남겨도 된다.

그리고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면 더 강하다.

수익화와 승인은 늦을 수 있어도 실험이 놀이에 가깝다면 계속하는 비용이 낮다.

AI 시대의 개인 개발자에게는 재미있어서 여러 번 시험할 수 있는 능력도 꽤 큰 경쟁력이다.

10. 정리: AI가 빨라질수록 사람은 “결정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AI는 작은 서비스를 아주 빠르게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간단한 행정 요구사항을 읽고 제출용 자료까지 구성할 수 있다.

반면 본인 확인, 심사, 승인, 책임은 사람과 조직의 시간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의 역할은 점점 다음 질문 쪽으로 이동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무엇을 꼭 확인할 것인가? 어디서 멈출 것인가? 어떤 실험을 계속 살릴 것인가?

사무직이 내일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든 초안, 표, 도식, 문서를 처음부터 손으로 만드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에게 다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좋은 아이디어를 고른다. 외부 대기 시간을 병렬화한다.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에는 인간 검토를 남긴다. 승자를 찾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게 만든다.

코드보다 “3영업일”이 더 긴 세상이다.

  1. e-Gov,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 양식 제3호 네트워크 구성도
    https://laws.e-gov.go.jp/data/MinisterialOrdinance/360M50001000025/622223_2/pict/2FH00000068245.pdf
  2. Anthropic, “Claude Opus 5.5”, 2026-09-22
    https://www.anthropic.com/claude-opus-5-5
  3.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Generative AI and jobs: A 2025 update”, 2025-05-20
    https://www.ilo.org/publications/generative-ai-and-jobs-2025-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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