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부장과 AI 과장, AI 사원이 함께 일하는 NEC 조직. 업무 시간이 줄어든 이유와 월 35만~41만 엔이라는 숫자의 함정, 사람에게 남는 책임을 짚어본다.
진행 상황 확인, 자료 취합, 업무 배분처럼 반복적인 관리 업무는 AI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해관계 조정과 중요한 의사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람 몫이다. NEC 사례는 사람 35명을 내보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서 전체를 AI 중심으로 운영해 보는 실험이다.[1]
부장도 AI, 과장도 AI. 회식 장소는 누가 정하지?
일본 NEC는 2026년 8월 1일 '코퍼레이트 AI·Workforce 부문'을 만들고 8월 10일 발표했다. AI 부문장, 경영진 역할의 AI 조직, AI 관리자, 실무를 맡는 AI 직원의 4단계 구조다.[1]
AI 관리자가 업무를 나눠 주고, AI 직원이 분석과 자료 작성을 수행한다. 직원 역할의 AI가 개선 의견을 내면 AI 조직이 검토하고 일부 문제는 스스로 수정한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는 챗봇 여러 개와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문득 궁금해진다. “부장님, 오늘 회식 어떠세요?” “예약 사이트 접속 권한이 없습니다.” 회식 전에 권한 신청부터 해야 하는 조직이다.
다만 최종 평가와 결정, 업무 품질의 통제는 사람이 담당한다. AI가 부장 직함을 달았다고 회사의 책임까지 넘겨받은 것은 아니다.[1]
사람이 아니라 '상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NEC는 경영 분석, 상황별 예상 결과 검토, 위험 신호 탐지 등 특정 업무의 처리 시간이 실증 과정에서 약 7분의 1로 줄었다고 밝혔다.[1] 회사 전체 생산성이 7배 뛰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사무실을 떠올려 보자. 자료를 만들라고 한다. 검토 회의를 잡는다. 회의 전에 자료 준비 상황을 보고하라고 한다. 그러다 '자료 보고를 위한 사전 보고'가 생긴다. 어느새 일이 일을 낳는다.
AI는 정보 수집과 요약, 초안 작성, 대안 비교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상사의 일정과 기분을 살피느라 기다리는 과정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안에서 끝나는 반복 작업에서 효과가 크다.
반대로 거래처와 협상하거나 갈등이 있는 동료 사이를 중재하는 일에는 실제 사람 사이의 신뢰가 필요하다. 사람을 배려하는 것과 불필요하게 결재선을 늘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 35개에 월 35만 엔? 계산은 잠깐
보도에는 AI 에이전트 약 35개, 월 약 35만 엔의 처리 비용이 등장한다.[2] 10월 14일 확산된 게시물은 7월 약 35만 엔, 8월 약 41만 엔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3]
이 숫자를 보고 'AI 직원 1명 월 1만 엔, 사람 35명 대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AI 역할 35개와 정규직 직원 35명이 처리하는 업무·권한·책임은 같지 않다. AI 사용료 외에도 초기 설계, 사내 정보 연동, 보안, 검수, 오류 수정에 비용이 든다. NEC의 공식 발표에는 AI 수와 월 이용료가 명시돼 있지 않다.[1]
제대로 비교하려면 같은 종류의 결과물을 만들 때 걸린 전체 시간과 비용, 검수 인력, 실수까지 세어야 한다.
사라지는 건 관리자 자체보다 '관리를 위한 관리'일지도
진행 상황 수집과 정기 보고는 AI가 잘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을 책임지고, 어려운 결정을 설명하고, 고객 피해를 해결하는 사람은 필요하다.
AI만 모여서 일해도 문제가 생긴다. 잘못된 숫자를 여러 AI가 서로 믿으면 보기 좋은 보고서로 실수를 키울 수 있다. 2026년 발표된 연구는 사람이 너무 자주 승인하면 병목이 생기고, 반대로 완전히 맡겨 두면 놓친 문제가 쌓인다고 지적했다.[4]
여러 AI를 지휘하는 평사원이 보고서만 전달하는 관리자보다 더 많은 실무를 처리하는 상황도 가능해진다. 직급보다 목표 설정과 검증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AI 과장을 평가하는 방법
도입 전후로 비슷한 업무를 골라 완료까지 걸린 시간, 수정 횟수, 놓친 오류, 총비용, 결과의 정확성을 비교해 보자. AI가 쓴 답을 사람이 확인하는 시간도 포함해야 한다.
사내 보고서처럼 되돌리기 쉬운 작업부터 시작하고, 계약·지급·인사·안전처럼 영향이 큰 결정은 사람이 기준을 만들고 최종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결론: 보고를 위한 보고부터 퇴근시키자
NEC의 시도는 중간관리자에게서 단순 전달 업무를 덜어낼 가능성을 보여 준다. 남는 핵심은 판단과 갈등 조정, 그리고 책임이다.
AI 부장에게 진척을 물으면 몇 초 만에 답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 “그 답변을 보고하기 위한 회의 자료를 준비해”라고 하면?
AI가 사람에게 처음 배우는 조직 문화가 '회의를 줄이기 위한 회의'라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 NEC 공식 발표, 2026년 8월 10일 jpn.nec.com
- 니혼게이자이신문, NEC AI 부서 관련 보도 수치 nikkei.com
- 2026년 10월 14일 게시물 x.com
- Yan 외, AI 관리 계층과 인간의 감독에 관한 연구, 2026년 9월 sciencedirec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