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은 실용적이고, 남이 사고 싶은 물건은 이해 불가. 이런 기준은 생각보다 쉽게 생긴다. 문제는 튀김기와 빙수 기계 중 무엇이 더 좋은지가 아니다. 자기 장바구니의 기준을 세상 공통 기준으로 착각하는 순간이 웃긴 것이다.
1. 튀김기 주인이 가전제품 심사위원이 되다
한 지인은 집에서 쓸 튀김기를 샀다. 튀긴 음식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빙수 기계 이야기가 나오자 “그건 좀 아니지ㅋㅋ”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잠깐만. 둘 다 필요하면 사는 주방용품 아닌가? 튀김기는 생활 혁신이고 빙수 기계는 갑자기 면접 탈락인가? 오히려 빙수 기계가 더 흔한 가정용품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건 체감이지 보급률 통계는 아니다.
내 주방에 놓이면 실용템, 남의 주방에 놓이면 수상한 수집품. 심사 기준이 주인을 따라 움직인다.
2. “내가 사고 싶다”에서 “너도 사라”까지
그 지인은 예전부터 게임을 자기가 살 때 친구에게도 같이 사라고 권하는 일이 있었다. 환불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처음부터 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다르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여 주며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한 정도였고, 실제로 구매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제품 추천과 구매 압박을 같은 사건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함께 게임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 자기 선택에 동의받고 싶은 걸 수도 있다. “남도 돈을 쓰면 나 혼자 소비했다는 부담이 줄어드는 것 아닐까?”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상대의 속마음을 확인한 사실은 아니다.
3. 취향이 순식간에 ‘상식’이 되는 현상
심리학에는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공유할 것이라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알려져 있다.[1][2] 자기 취향이 기준처럼 느껴지는 데 참고할 만한 개념이다.
물론 이 지인에게 실제로 그런 현상이 작용했다고 검증한 것은 아니다. 친구들의 게임 구매에 서로 영향을 주는 현상은 연구에서도 다뤄진다.[3] 추천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웃긴 부분은 자신이 추천할 자유는 적극적으로 누리면서, 남이 다른 물건을 선택하려 할 때는 “그건 아니지”라는 판정을 내리는 듯한 비대칭성이다.
4. 쇼핑 취향에 진단명을 붙일 필요는 없다
주방용품을 두고 한 말이나 추천 습관만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어떤 진단도 내릴 수 없다. 그런 진단에는 발달 과정과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에 대한 폭넓은 평가가 필요하다.[4]
가벼운 농담일 수도, 진짜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관찰한 말과 추측한 동기는 구분하는 편이 정확하다.
5. 상대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끝낸다
영상을 보여 주면 “아, 그렇구나.” 마음에 들면 사고, 필요 없으면 거절한다. 친구가 튀김기를 사든 다른 사람이 빙수 기계를 사든 각자의 주방과 지갑 문제다.
예전에 게임 구매를 강하게 권한 경험은 따로 기억하되, 이번의 가벼운 추천까지 갈등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6. 오늘도 가전제품 법정은 열린다
내가 산 튀김기는 합리적 소비. 남이 말한 빙수 기계는 심사 탈락.
알고 보니 세상의 상식이 튀김기 상자에 사은품으로 들어 있었나 보다.
하지만 실제 구매 버튼은 각자 누른다. 심사위원이 아무리 진지해도 장바구니의 주인은 바뀌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