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님 제로의 벽'과 AI 시대의 잡담 가성비 문제
"성실해서 잡담을 못 해."
이 말은 반쯤은 맞는 것 같지만, 꽤 대충 뭉뚱그린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잡담을 못 하는 게 아니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상대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가벼운 이야기도 할 수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평범하게 친근하게 수다를 받아 주는 사람도 많다. 이야기해 보면 즐겁다는 것도 안다.
다만 항상 켜 두고 싶지 않을 뿐이다.
여기가 중요하다.
잡담은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켜지는 조건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대와의 궁합 문제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서 이야기할 의미가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잡담이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고, 관찰하고, 직접 해 보면서 나중에 잡담하는 법을 익힌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잡담 잘하는 사람 = 타고난 인싸
는 아니다.
잡담은 분위기를 읽는 기술이고, 관계를 만드는 기술이며, 나중에라도 배울 수 있는 스킬이다.
"성실해서 잡담을 못 한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잡담이 서툰 사람을 보고 "성실해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서"라고 설명하곤 한다.
분명 일부는 맞는 말이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알맹이가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상한 말을 하면 안 된다.
이런 의식이 강하면 잡담은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평소에는 잡담을 안 하는 사람도 조건이 갖춰지면 평범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주위가 너무 조용하면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 사람이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갑자기 말하기 편해진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간에서는 입을 다문다. 하지만 "여기선 말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생기면 평범하게 이야기한다.
이건 "성실해서 말을 못 한다"기보다 자리가 켜지는 조건의 문제다.
대화에도 '첫 손님 제로의 벽'이 있다
가게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는 들어가기 어렵다. 그런데 먼저 온 손님이 한 명만 있어도 갑자기 들어가기 쉬워진다.
"아, 여기 들어가도 되는구나." "구경만 해도 괜찮겠네." "나만 쳐다보는 건 아니겠다." "안 사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겠어."
이런 안도감이 생긴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자리에서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한 명이 말을 시작하면 갑자기 말하기 쉬워진다.
"아, 여기서 말해도 되는구나." "잡담해도 이상하지 않구나." "지금 분위기라면 살짝 끼어들어도 되겠다." "내가 첫 번째로 말하는 사람이 안 되어도 되는구나."
이것을
대화의 첫 손님 제로의 벽
이라고 부르고 싶다.
대화가 서툰 게 아니라 첫마디를 꺼내는 비용이 높을 뿐인 사람이 많다.
침묵 결계와 마중물 발화자
자리가 너무 조용하면 침묵 자체가 결계가 된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물건 소리만 들린다.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누군가 말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도 첫마디를 내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맨 처음 말하는 사람이 치르는 비용이 높다.
첫마디를 꺼내면 나 혼자 분위기를 바꾸는 셈이 된다. 실패하면 어색하다. 아무도 받아 주지 않으면 괴롭다. 잡담해도 되는 자리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입을 다문다.
이것이
침묵 결계
다.
반대로 누군가 한 명이 말을 시작하면 그 결계가 깨진다.
그 사람은 알맹이 있는 이야기를 해서 대단한 게 아니다.
여기서는 말해도 괜찮아요
라는 허락을 자리에 내놓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이것을
마중물 발화자
라고 부르고 싶다.
가게로 치면 마중물이 되는 첫 손님과 같다.
첫 한 사람이 들어가면 뒷사람이 들어가기 쉬워진다. 첫 한 사람이 말하면 뒷사람이 말하기 쉬워진다.
잡담은 정보 교환이 아니라 관계 프로토콜이다
잡담은 내용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재미있거나 쓸모 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잡담의 본질은 정보 교환만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잡담은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존재한다.
적이 아니에요.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아요. 가볍게 연결돼요. 지금은 안전한 분위기예요.
즉 잡담은
관계 프로토콜
이다.
화제의 내용보다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중요할 때가 있다.
날씨, 음식, 어제 있었던 일, 가게가 붐비는 정도, 요즘 본 것. 내용만 보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경계심을 낮춘다.
"이 사람이랑은 이야기해도 괜찮겠다." "이 사람은 적이 아닌 것 같아." "이 자리는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는 신호가 된다.
그래서 잡담은 쓸모없지 않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항상 켜 둘 필요도 없다.
잡담은 즐겁다. 하지만 언제나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여기를 오해하면 안 된다.
잡담을 안 하는 사람이 잡담의 즐거움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야기하면 즐겁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상대도 평범하게 친하게 지내 준다.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가 풀린다는 것도 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가 관계를 만든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항상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잡담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반응한다. 화제를 이어 받는다. 분위기를 살핀다. 상대가 흥이 났는지 확인한다.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조정한다. 험담이나 소문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한다.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래서
잡담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시 접속은 싫다.
이렇게 정리하는 게 가장 가깝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대체로 잡담은 성립한다
"잡담이 서툴다"는 말에는 또 하나의 오해가 있다.
잡담이 성립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다들 평범하게 친하게 대해 준다. 특히 대화의 캐치볼을 잘하는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가볍게 던지면 상대도 받아 준다. 상대가 받아 주면 이야기가 이어진다.
즉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굳이 내가 먼저 늘 켜 둘 필요를 못 느낄 뿐이다.
이것을
잡담의 임의 기동형
이라고 부르고 싶다.
자동 상시 접속이 아니다. 필요할 때 켠다. 한가할 때 켠다. 관계를 만들 가치가 있을 때 켠다. 상대가 불쾌하지 않을 때 켠다.
이 모드면 충분하다.
잡담은 나중에라도 배울 수 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잘하는 사람만은 아니다.
책을 읽었다. 대화법을 찾아봤다. 잡담의 틀을 배웠다. 상대에게 질문하는 법을 익혔다. 리액션을 의식했다. 이야기를 넓히기보다 상대의 말을 이어 받으려고 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가 말하기 편한 상태를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나중에 잡담을 익힌 사람도 있다.
이건 꽤 중요하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과 "잡담이 서툰 사람"을 타고난 성격만으로 나눌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잡담은 상당 부분 기술이다.
예를 들면,
- 첫마디를 가볍게 한다
- 날씨, 음식, 장소, 요즘 본 것에서 시작한다
- 상대의 말을 이어 받는다
- 곧바로 내 이야기로 돌리지 않는다
- "오~", "그건 어땠어요?" 하고 받는다
- 놀란다
- 감탄한다
- 부정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 길어질 것 같으면 마무리한다
이런 틀을 아는 것만으로도 잡담의 난이도는 꽤 내려간다.
그러니까,
잡담력은 재능만이 아니라, 학습으로 익힌 스킬이다.
대화는 캐치볼이다
잡담은 혼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던진다. 상대가 돌려준다. 돌아온 것을 다시 받는다. 거기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니 나만 애써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상대에게서 거의 돌아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네요." "네." "뭐…" "딱히 없어요."
이렇게 끝난다.
이게 계속되면 나도 마무리한다.
그건 차가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대화는 캐치볼이라서, 상대가 공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만 계속 던질 필요는 없다.
이것을
공이 안 돌아오는 대화의 마무리
라고 부르고 싶다.
잡담력이란 끝없이 계속 말하는 힘이 아니다.
돌려주는 상대에게는 던진다. 돌려주지 않는 상대에게는 억지로 계속 던지지 않는다.
이런 판단까지 포함해서 잡담력이라고 생각한다.
남성은 잡담의 되받아치기가 딱딱한 사람이 많다는 체감
잡담 이야기가 나오면 "남성은 서툴고 여성은 잘한다"는 식의 설명이 나오기 쉽다.
이건 함부로 단정하면 위험하다.
여성이라도 말이 안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남성이라도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세대, 직장 문화, 관계, 피로, 경계심, 취미,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체감상 남성 중에는 잡담의 되받아치기가 딱딱한 사람이 많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가 가볍게 말을 걸어도 대답이 짧다. 이야기를 넓히지 않는다. 질문이 돌아오지 않는다. 농담이나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에 잘 못 낀다. 대화가 금방 업무, 사실, 결론으로 쏠린다. 잡담해도 되는 분위기를 스스로 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분명히 있다.
이건 남성이 전부 나쁘다거나 여성이 전부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남성 중에는
역할 대화에는 강하지만 관계 대화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
이 많은 걸지도 모른다.
일 이야기, 용건, 결론, 정답, 평가, 상하 관계. 이런 대화에는 잘 낀다.
하지만
"어제 추웠죠." "이거 맛있네요." "요즘 어떠세요?" "그거 재미있네요."
같은, 관계를 데우기만 하는 대화가 되면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른다.
이것을
역할 대화 편중형
이라고 부르고 싶다.
남성의 잡담 서투름은 능력이 아니라 훈련 부족일지도 모른다
잡담이 딱딱한 남성이 많다면, 그건 능력 문제라기보다 훈련 부족일 가능성이 있다.
어릴 때부터 감정이나 관계에 관한 대화를 별로 연습하지 않았다. 별 뜻 없는 이야기로 사람과 이어지는 경험이 적다. 약한 모습이나 실패담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대단해 보이기", "얕보이지 않기", "옳은 말 하기" 쪽으로 기울기 쉽다. 일에서의 역할로 인간관계를 만들어 왔다.
이렇게 되면 잡담은 어려워진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배울 수 있다.
책으로 읽고, 틀을 알고, 실제로 해 보면 잡담은 꽤 나아질 수 있다.
내가 많이 말할 필요는 없다. 상대에게 묻는다. 돌아온 말에 놀란다. 조금 감탄한다. 상대의 말을 이어 받는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으면 마무리한다.
이것만으로도 꽤 달라진다.
여성이 더 말하기 편하다고 느끼는 이유
내가 먼저 말을 걸었을 때 여성 쪽이 대화가 더 잘 돌아온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것도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잡담에서 되받아치기로,
- 맞장구가 돌아온다
- 이야기를 조금 넓혀 준다
- 질문이 돌아온다
- 감정적인 리액션이 있다
-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에 같이 끼어 준다
-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준다
이런 사람이 많으면 대화는 이어지기 쉽다.
즉 말하기 편한 정도는 '성별'만이 아니라 되받아치기의 부드러움으로 정해진다.
남성이라도 되받아치기가 부드러운 사람은 말하기 편하다. 여성이라도 되받아치기가 딱딱한 사람은 말하기 어렵다.
그러니 본질은 성별이 아니라,
잡담의 되받아치기 성능
이다.
'쓸모 있는 이야기의 저주'와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저주'
잡담을 어렵게 만드는 저주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쓸모 있는 이야기의 저주.
대화는 유익해야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옳은 말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잡담은 무거워진다.
다른 하나는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저주.
얕보이면 안 된다. 대단하다고 생각받아야 한다. 존경받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것도 잡담을 무겁게 만든다.
잡담은 상대를 논파하는 자리도, 나를 팔아 보이는 자리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목적은 훨씬 가볍다.
적이 아니라고 전한다. 함께 있어도 괜찮은 분위기를 만든다. 조금 친해진다.
이 목적이라면 근사한 이야기는 필요 없다.
오히려 가벼운 이야기가 낫다.
험담 그루밍에는 끼지 않아도 된다
잡담 중에는 좋지 않은 것도 있다.
특히 험담, 소문,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이야기로 달아오르는 잡담은 조심하고 싶다.
분명 험담이나 소문은 대화를 잇기 쉽다.
공통의 적을 만들면 자리가 단번에 하나로 모일 때가 있다. "그 사람 좀 이상하지?" 한마디로 일시적인 동료 의식이 생긴다.
하지만 그건 꽤 위험하다.
나도 언젠가 화제에 오를지 모른다. 사람을 깎아내려서 관계를 만드는 분위기에 휩쓸린다. 듣고 있기만 해도 신경이 닳는다. 나중에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이것을
험담 그루밍
이라고 부르고 싶다.
잡담은 관계 프로토콜이지만, 험담 그루밍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다.
잡담을 가려내는 힘도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대화 에너지를 투자할 곳이 바뀐다
예전에는 한가한 시간에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서 한가하면 잡담. 쉬는 시간에 잡담. 이동 중에 잡담. 기다리는 시간에 잡담.
물론 그것은 관계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이 있다. AI가 있다. 음성 입력이 있다. 떠오른 위화감을 바로 던질 수 있다. 라벨을 붙일 수 있다. 글로 만들 수 있다. MD(마크다운 문서)로 만들 수 있다. 랜딩 페이지나 앱 개선에 전용할 수 있다.
그러면 5분의 쓰임새가 달라진다.
5분의 잡담은 그 자리의 관계가 된다. 5분의 AI 벽치기(생각을 AI에게 던지며 정리하기)는 글이나 자산이 된다.
어느 쪽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선택지가 늘었다.
그래서
한가하면 잡담한다
만이 아니라,
한가하면 자산으로 만든다
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대화 에너지의 투자처 변경
이라고 부르고 싶다.
잡담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상시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잡담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잡담은 가치가 있다.
친해진다. 인간관계가 부드러워진다. 자리의 분위기가 좋아진다. 일하기 쉬워진다. 서로 돕기 쉬워진다. 고립되기 어려워진다.
이건 중요하다.
다만 잡담은 상시 접속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고른다. 자리를 고른다. 시간을 고른다. 목적을 고른다. 피로도를 본다. 되받아치기가 있는지 본다. 험담으로 너무 쏠리지 않는지 본다.
이러면 된다.
잡담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늘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다.
필요할 때 켜는 관계 프로토콜
이다.
잡담이 켜지는 조건
잡담은 다음 조건이 있으면 켜지기 쉽다.
- 자리가 너무 조용하지 않다
- 누군가가 먼저 말하고 있다
- 상대가 말을 되받아 준다
- 험담이나 소문으로 너무 쏠리지 않는다
- 관계를 만들 의미가 있다
- 내게 여유가 있다
- 시간을 너무 뺏기지 않는다
- 화제가 가볍다
- 평가나 기싸움의 자리가 되지 않는다
- 이야기해도 나중에 너무 지치지 않는다
반대로 다음 조건이면 켜지기 어렵다.
- 모두 침묵하고 있다
- 내가 첫 발화자가 되는 부담이 크다
- 상대의 대답이 딱딱하다
- 대화가 돌아오지 않는다
- 험담이나 소문이 중심이다
- 이야기하면 무거워진다
- 내 시간을 꽤 많이 뺏긴다
- AI에게 던지면 글로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있다
- 피곤하다
- 애초에 그 관계를 깊게 할 필요가 없다
잡담이 서툰 사람을 위한 실용 메모
잡담이 서툰 사람은 재능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은 틀부터 시작하면 된다.
1.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날씨, 음식, 장소, 붐비는 정도, 요즘 본 것.
2. 상대에게 묻는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거 어땠어요?" "어디서 사셨어요?" "요즘 어떠세요?"
정도면 충분하다.
3. 돌아오면 놀란다
"오, 그렇군요." "그건 몰랐어요." "그런 일도 있어요?"
놀라움은 대화의 연료가 된다.
4. 안 돌아오면 마무리한다
상대가 공을 돌려주지 않으면 억지로 이어 가지 않아도 된다.
5. 험담으로 기울면 거리를 둔다
잠깐 달아올라도 나중에 지친다면 끼지 않아도 된다.
6. 상시 기동하지 않아도 된다
잡담은 의무가 아니다. 필요할 때 쓰는 스킬이면 된다.
라벨 모음
- 대화의 첫 손님 제로의 벽
- 침묵 결계
- 마중물 발화자
- 잡담 가성비(ROI) 문제
- 잡담의 임의 기동형
- 공이 안 돌아오는 대화의 마무리
- 잡담의 되받아치기 성능
- 역할 대화 편중형
- 쓸모 있는 이야기의 저주
- 대단해 보여야 한다는 저주
- 험담 그루밍
- 대화 에너지의 투자처 변경
- 관계 프로토콜
- 잡담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시 접속은 싫다
- 학습으로 익힌 잡담 스킬
정리
잡담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말할 일이 아니다.
잡담은 자리의 분위기, 상대의 되받아치기, 관계의 필요성, 나의 여유, 대화의 목적에 따라 켜진다.
성실해서 못 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너무 대충이다.
잘하는 사람도 상시 접속은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성립하는 사람도 상대가 안 돌려주면 마무리할 때가 있다. 잡담의 즐거움을 알아도, 지금은 AI에게 던져서 글로 만드는 쪽이 가치 있다고 판단할 때도 있다.
잡담은 쓸모없지 않다. 관계 프로토콜로서 중요하다.
다만 의무는 아니다.
잡담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켜 두고 싶지는 않다. 필요할 때, 필요한 상대에게, 필요한 만큼만 쓰면 된다.
참고 메모
- Phatic communion(교감적 언어 사용): 잡담이나 인사처럼 정보 전달보다 사회적 유대를 만들기 위한 언어 사용.
- Robin Dunbar의 grooming / gossip 이론: 인간의 대화와 소문 이야기는 영장류의 털 고르기처럼 사회적 결속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
- 질문의 효과: 대화에서 질문, 특히 후속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호감을 얻기 쉽다는 연구가 있다.
- 질 높은 경청은 상대가 느끼는 친밀감과 관계의 감각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