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체는 절전 모드, 사회는 가격표 버그

말할 기력이 없다. 눕고, 스마트폰을 보고, 음식이 나오면 먹는다. 세 살짜리가 “왜 계속 누워 있어?”라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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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척 모임에서 누워 있었을 뿐인데 ADHD·영재성·시급 1,200엔·저출산까지 연결된 이야기 ―

인물·기업·지역·구체적인 친족관계 등 식별 가능한 정보는 삭제하거나 일반화했다. 발달특성에 관한 관찰은 제3자에 대한 진단이 아니다.

제1화 친척 모임은 사실 bandwidth를 다 먹는 저우선순위 회의였다

말할 기력이 없다. 눕고, 스마트폰을 보고, 음식이 나오면 먹는다. 세 살짜리가 “왜 계속 누워 있어?”라고 묻는다.

대답은 “응, 졸려!”

그런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던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회의록, 가격 비교, 점심 검색, 직업·연봉 조사, 제도 분석, 기사 소재 정리를 계속한다. 출발 전에 켜 둔 AI 코딩 환경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인간 본체: 5W. Backend: 24시간 조업.

한편 고령의 참석자는 계속 말하고, 주제를 바꾸고, 움직이고, 혼자 오랜 시간 대중교통을 타고 와도 배터리가 남아 있다.

젊은이: Battery Saver. 고령자: Gaming PC.

“가서 감사 인사해” 같은 돌발 사회적 업무도 날아온다. 한마디지만 현재 사고 중단→맥락 파악→상대 결정→문장 생성→실행→원래 생각 복구가 필요하다. 작은 요청이 사실상 social interrupt handler다.

다른 어른도 스마트폰 없이 거의 말하지 않는다. 즉 방에는 스마트폰으로 피난하는 사람, 침묵으로 피난하는 사람, 계속 방송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개인의 사회성이 죽은 게 아니라 방의 음성 bandwidth가 이미 포화됐을 수 있다.

결국 이 친척 모임은 흥미 없는 회사 회의와 비슷했다. 대부분 흘려듣고, 흥미로운 단어만 줍고, 궁금하면 즉시 검색하고, 별도 조사 프로젝트를 연다. 실시간 data stream에서 anomaly만 추출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제2화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서 지적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전날 친구와 온라인 게임을 약 7시간 했다. 몰입하면 식사도 잊을 수 있다. 다음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조사는 계속된다.

문제는 활동 가능 여부가 아니라 무엇이 activation circuit를 여느냐다.

CDC와 NIMH는 ADHD 증상이 아동기에 시작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성인에서는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1][2]

ADHD를 단순한 “주의력 없음”보다 주의의 배분·유지·전환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이해하면 이런 행동이 더 잘 보인다.

재밌는 게임에는 몇 시간. 흥미 없는 잡담에는 몇 분. 가격 차이를 발견하면 reboot. 좋은 질문이 생기면 조사 시작.

또한 특성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환경 요구가 커진 뒤에야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와 교사가 일정과 마감을 보조하지만, 학교·동아리·아르바이트·직장에서는 시간관리, 우선순위, working memory, 검토, 보고를 직접 해야 한다.

그때 “평범하게 하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가?”가 나타난다.

성인 ADHD 평가도 아동기부터의 경과와 여러 상황에서의 기능 손상을 본다.[1][2]

다만 brain fog, 강한 졸림, 집중저하는 수면, 불안, 우울, 신체질환, 약물, 영양, 생활리듬 문제에서도 생긴다.[1]

“7시간 게임 가능 → ADHD 확정”은 진단이 아니라 그냥 강력한 gaming log다.

제3화 친척 모임에서 ‘가문의 신경발달 로그’가 발굴된다

가족 이야기에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못 했다”, “늘 산만했다”, “주의가 계속 튄다” 같은 표현이 나올 수 있다.

진단은 아니지만 실제 기능상의 어려움을 기록한 말일 수 있다.

CDC는 유전적 요인을 ADHD 관련 위험요인 중 하나로 들며 가족 내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3]

현대 진단어가 없던 시대에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못 한다”라는 거칠고 실무적인 문장으로 남았을 뿐이다.

“사냥꾼형” 같은 비유도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다. 같은 특성도 환경에 따라 장단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용 비유에 가깝다. 때로는 뇌가 망가진 게 아니라 뇌와 환경의 API compatibility가 나쁜 것이다.

또 “두 살에 책을 통째로 외웠다”, “나이에 비해 추상적인 말을 했다” 같은 조숙한 이야기는 ‘gifted’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일본 문부과학성은 IQ 130 같은 단일 기준으로 영재를 일괄 정의하지 않는다. 지능, 창의성, 예술, 운동, 특정 학문 등 여러 영역의 특출난 능력을 고려하며 하나의 시험점수로 라벨링하지 않는 방향을 취한다.[4][5]

따라서 “두 살에 책 암송 → gifted 확정”은 아니다. 다만 또래보다 큰 차이가 여러 영역에서 지속된다면 더 관찰할 가치는 있다.

가계도는 진단서가 아니지만 데이터는 될 수 있다.

제4화 시급 1,200엔 베테랑과 1,300엔 신입: 임금은 능력계가 아니다

한 식당에는 예전에 숙련된 고령 파트타이머들이 많았다. 주문, 서빙, 정리, 주방 연계, 다음 손님 파악까지 매우 빨랐다.

리뉴얼 후에는 젊은 팀으로 크게 바뀌었는데 새 팀도 빠르다.

구 시고데키 팀 → 신 시고데키 팀. NPC는 바뀌어도 throughput은 유지.

그런데 시급은 1,300엔 수준. 다른 회사에서는 현장을 모두 아는 베테랑이 1,200엔대일 수도 있다.

여기서 노동시장 버그가 보인다.

바쁨 ≠ 임금
숙련 ≠ 임금
사회적 필요 ≠ 임금

임금은 고용형태, 기업규모, 업종, 사내 임금표, 지역 수급, 이동 가능성, 협상력, 근속, 등급 등에 크게 좌우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5년 조사에서 대기업 정규직 월평균은 414,100엔, 정규직 외는 251,500엔이었다.[6]

일본은행도 낮은 노동이동성과 고용형태별 다른 임금결정 메커니즘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고 설명한다.[7]

즉 “능력이 오르면 자동으로 시장가격을 받는 시장”이 아니다. 베테랑 가격표는 1,200엔에 멈췄는데 인력난 때문에 신입 공고만 1,300엔으로 갱신될 수 있다.

능력이 역전된 게 아니다. 가격표 update 시점이 다를 뿐이다.

요리사도 같은 점을 보여준다. 기술, 체력, 주말근무, 피크타임 전투가 필요하지만 일본 공식 job tag의 2025년 자료에서 서양요리 조리인의 전국 평균 연봉은 379.1만 엔이다.[8]

호텔 프런트도 예약, check-in, 정산, 안내, 부서 조정, 교대근무 등을 담당한다.[9] 고급 서비스업이라면 음식·주류·서비스 규칙까지 많이 외워야 한다.

그래도 노동시장은 고생 포인트로 급여를 정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 이직만으로 연봉이 크게 오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람이 주말 사이 1.5배 똑똑해진 게 아니라 업종, 기업규모, 수익성, 직무, grade 체계가 바뀐 것이다.

사람이 upgrade된 게 아니라 진열대가 바뀌었다.

제5화 저출산을 걱정하기 전에 “그 제도, 인구가 계속 많다는 전제 아닌가?”를 묻자

저출산과 고령화는 큰 문제다. 하지만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왜 인구구조가 바뀌면 제도가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가?

제도를 절대조건으로 두면 정책은 “인구가 제도에 맞지 않으니 인간을 더 늘리자”가 된다. 사람과 제도의 관계가 뒤집힌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3년 중위 추계에서는 2070년 65세 이상이 인구의 38.7%, 약 2.6명 중 1명이 된다.[10]

핵심은 총인구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세금·보험료를 부담하는 사람, 급여를 받는 사람의 비율이다.

2026년도 사회보장급여비는 예산 기준 144.1조 엔, GDP의 20.8%다.[11]

이 규모에서 “출생률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완전한 운영계획이 아니다.

연금, 의료 부담, 돌봄, 고령자 고용, 세금과 보험료, 생산성, 이민, 인프라 집약, 지방행정 고정비 등을 같이 봐야 한다.

필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기 쉬운 정책과 인구가 줄어도 유지되는 제도의 두 축이다.

결국 임금 문제와 인구 문제는 구조가 비슷하다.

노동시장: “이 고용형태니까 이 임금.”
인구문제: “이 사회보장제도니까 이 인구피라미드가 필요.”

하지만 반대로 상자를 바꿀 수도 있다.

제도는 자연법칙이 아니라 configuration file이다.

현실이 config와 맞지 않으면 인간을 탓하기 전에 config를 열어야 한다.

최종화 누워 있었는데 사회구조까지 파고들었다

하루는 “졸려. 스마트폰이나 보고 싶다”로 시작했다.

그런데 가족력, ADHD, gifted, 과몰입, 식당 인력, 베테랑 임금, 일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사회보장까지 갔다.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인지 pipeline은 계속 돌았다.

이상한 것 발견 → 검색 → 비교 → 구조화 → 다른 분야로 전용.

세 살짜리가 묻는다.

“왜 누워 있어?”

대답:

“응, 졸려!”

맞다.

다만 backend에서는 사회의 config 파일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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