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한자를 가르치고 있었을 뿐인데, 두 시간 뒤에는 체류자격과 연구 커리어를 설계하고 있었다 — N4 한자 퀴즈가 무료 커리어센터가 되기까지
1. 시작은 그냥 ‘걷다’였다
처음에는 정말 일본어 공부만 하고 있었다. N4 정도의 한자 문제를 4지선다형으로 바꾸고, 문제는 일본어로 두되 설명은 영어로 붙였다. 거기서 ‘빌리다’, ‘빌려주다’, ‘물건을 돌려주다’, ‘집으로 돌아가다’의 차이까지 관련 문제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이었다. 그런데 ‘돌려주다’와 ‘돌아가다’를 설명한 무렵부터 일본어 수업이 갑자기 일본의 체류자격 제도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2. N4를 이야기했더니 기능실습 제도가 튀어나왔다
“N4는 어느 정도예요?”, “특정기능에는 N4가 필요해요?”, “기능실습은 매년 시험을 봐요?” 같은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JLPT N4는 기본적인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능실습에는 단계에 따라 기초급, 수시 3급, 수시 2급 등의 기능검정이 연결된다. 매년 자동으로 한 단계씩 레벨업하는 게임 같은 구조는 아니다.
이때부터 역할이 ‘일본어 선생’에서 ‘체류제도 설명 담당’으로 전직했다.
3. 특정기능과 기술계 체류자격은 같은 계단이 아니다
“기능실습 다음이 특정기능이고, 그 다음이 엔지니어 비자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왔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특정기능과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는 별도의 체류자격이다. 제조업에서 특정기능은 제조공정과 조립공정 등의 기능업무가 중심이고, 기술계 체류자격은 설계, 프로그래밍, 기술개발처럼 전문지식을 사용하는 업무가 중심이다.
즉 ‘기능실습 3년 → 특정기능 5년 → 경험치 충분 → 엔지니어 비자로 진화’ 같은 RPG 구조가 아니다.
4. 그런데 갑자기 전공이 강했다
학력을 물어보니 대학에서 수산·양식 관련 공학 분야를 전공했다고 했다. 게다가 연구기관에서 인턴을 하며 수생 미생물 관련 연구를 보조한 경험도 있었다.
조금 전까지 ‘걷다’의 한자를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식공학’, ‘수생미생물’, ‘연구기관’이 나왔다. 이력서 공개 순서가 이상하다.
이런 배경이라면 양식기술, 수질관리, 미생물 분석, 어류 위생, 양식설비, 기술개발, 연구개발 등 전공과 연결되는 전문직을 찾아볼 가치가 있다.
5. ‘N2가 필수’라는 말을 분해해 보기
본인은 예전에 일본어학교 선생님에게 엔지니어 계열 비자라면 N2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체류자격의 법적 요건과 실제 취업조건은 구분해야 한다.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전체에 JLPT N2가 일률적인 법적 필수조건인 것은 아니다. 반면 회사가 채용조건으로 N2나 N3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N2가 필요하다”는 말은 “법적으로 N2가 없으면 신청 불가”가 아니라 “전문직 취업에서는 N2 정도를 요구받기 쉽다”는 의미였을 가능성이 있다.
6. 그렇다면 일본어만이 아니라 전문분야 공부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N4는 당장의 시험에 중요하고, N3와 N2도 일본에서 오래 일하려면 강한 무기다.
하지만 최종목표가 기술전문직이나 연구직이라면 JLPT 등급만 계속 올린다고 전문직 채용조건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산·양식 분야 전공지식 복습, 수질관리와 미생물 분야 정리,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준비, 연구 인턴 경험 정리, 일본의 관련 전문직 조사, N3·N2 공부를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특정기능이 자동으로 전문직 비자로 승급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직 내정을 받은 뒤 업무내용에 따라 체류자격 변경을 검토하는 구조다.
7. ‘연구’라는 별도 체류자격까지 등장했다
일본에는 ‘연구’라는 별도 체류자격도 있다. 일본의 공공·민간기관과 계약을 맺고 연구업무를 하는 사람을 위한 자격이다.
다만 연구기관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연구 체류자격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연구직 채용, 연구내용, 학력과 연구경력 등을 별도로 심사한다.
N4 한자 문제에서 “일본에서 연구자로 일하려면?”까지 왔다. 거리가 이상하다.
8. 공부자료를 찾다가 뉴스 학습전략까지 갔다
다국어 뉴스를 활용해 먼저 익숙한 언어로 내용을 이해하고, 같은 주제를 일본어로 다시 읽는 방법도 이야기했다.
N4에서는 쉬운 일본어부터 시작하고, N3 이후에는 일반 뉴스와 수산·양식·미생물 같은 자신의 전문분야 기사로 넓힐 수 있다.
그러면 일본어가 ‘시험을 위한 언어’에서 ‘미래의 전문직에서 쓰는 언어’로 바뀐다.
9. 마지막에는 종교상 피하는 음식 이야기까지 갔다
대화 막판에는 음식 취향 이야기가 나왔다. 종교적으로는 피하도록 되어 있는 어떤 음식을 본인은 가끔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많이 먹으면 속이 안 좋아요”라고 했다.
그래서 “종교 때문에 싫은 건가, 진짜 맛이 싫은 건가?”, “잠깐, 먹기는 먹는다고?”, “많이 먹으면 또 속이 안 좋다고?”, “이쯤 되면 신의 경고 아니냐?”까지 갔다.
한자, 체류자격, 연구커리어, 취업, 일본어학습, 종교적 식습관. N4 수업의 수비범위가 경기장을 벗어났다.
10. 두 시간 뒤, 무료 커리어센터가 완성되었다
처음 맡은 일은 ‘걷다’ 문제 하나 만드는 것이었다.
마지막에는 N4 문제, 기능실습, 특정기능, 전문직 체류자격, 학력정리, 연구경력, 취업루트, N2의 의미, 일본어와 전공공부 병행, 장기 커리어 설계, 식문화 이야기까지 하고 있었다.
이건 과외가 아니다. 커리어센터다. 그것도 무료.
“이제 돈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11. 제도만 진지하게 정리하면
- JLPT N4: 기본적인 일본어를 이해하는 수준.
- 기능실습 기능검정: 단계별로 기초급, 수시 3급, 수시 2급 등이 연결되며 매년 자동 승급하는 구조가 아니다.
- 특정기능 1호: 공업제품 제조업에서는 원칙적으로 JLPT N4 이상 또는 JFT-Basic 등이 기준이며, 기능실습 2호를 양호하게 수료한 경우 시험면제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특정기능의 단순한 상위단계가 아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가 대상이며 N2가 전 직종 공통의 일률적 요건은 아니다.
- 연구: 일본의 기관과 계약해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위한 별도 체류자격이다.
- 체류자격 변경: 현재 다른 체류자격으로 일본에 있어도 새 활동이 다른 자격에 해당하면 변경신청 제도가 있다. 허가는 개별 심사다.
12. 결론: 언어를 가르치다가 잠자고 있던 전문성이 튀어나왔다
일본어를 가르치려고 시험과 장래계획을 묻다 보니 학력, 연구경험, 전문직 목표가 차례로 나왔다.
결국 대화는 “일본어를 공부한다”에서 “이미 가진 전문성을 일본에서 다시 쓰기 위해 일본어를 어떻게 활용할까”로 바뀌었다.
언어학습은 가끔 인생설계의 입구가 된다.
다만 보통 ‘걷다’ 한자에서 두 시간 만에 연구커리어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건 수업이 아니다.
무료 팝업 커리어센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