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아이로 보는 결혼의 무거운 부록

※ 이 글은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의 공식 줄거리와 중반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 결혼이나 출산을 부정하는 글이 아니다. 사랑뿐 아니라 생활, 지원, 복지, 커리어, 지역과의 연결까지 포함해서 가족을 생각해 보는 글이다.

읽기 기능 사용법

듣기는 본문을 읽어 줍니다. 속독은 구절을 차례로 표시하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언어 연습은 다른 언어판과 번역을 비교합니다. 저장한 북마크는 이 브라우저의 플레이어 목록에서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이 글 공유하기

광고
광고

사랑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 가족살이

※ 이 글은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의 공식 줄거리와 중반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 결혼이나 출산을 부정하는 글이 아니다. 사랑뿐 아니라 생활, 지원, 복지, 커리어, 지역과의 연결까지 포함해서 가족을 생각해 보는 글이다.

〈늑대아이〉는 겉만 보면 아주 예쁜 영화다.

하나와 늑대인간의 사랑.
아이들의 성장.
시골의 자연.
엄마의 사랑.
동네 사람들과의 인연.
유키와 아메가 각자의 길을 고르는 이야기.

영상은 아름답다.
등장인물도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다.
악의를 갖고 누군가를 해치는 인물이 중심에 있지도 않다.

그래서 더 무겁다.

이 영화에는 악당이 없는데도 구조상 내내 숨이 차다.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다.
아이들도 잘못이 없다.
마을의 할아버지도 좋은 사람이다.
소헤이도 알게 된 비밀을 함부로 쓰지 않는, 인간 쪽의 희망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구조만 놓고 보면 계속 지옥이다.

남편이 죽는다.
한부모가 된다.
아이들은 특별한 체질을 갖고 있다.
병원, 학교, 관공서와 연결되기 어렵다.
돈도 필요하다.
커리어도 생활도 바뀐다.
그 지역에서 살아가려면 자립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게다가 두 아이가 같은 방향으로 자란다는 보장도 없다.

나는 이걸 예쁜 얼굴을 한 가정 운영의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두자. 결혼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나와 늑대인간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아주 소중히 여긴다.
거기에는 사랑이 있다.

그러니 "결혼은 지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건 맞지 않다.

다만 결혼과 출산에는 사랑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딸려 오는 짐'이 있다.

상대가 죽을 수도 있다.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우울증이나 적응장애에 걸릴 수도 있다.
아이에게 특이한 체질이나 병이 있을 수도 있다.
한부모가 될 수도 있다.
친척, 지역, 제도와 연결되어야 한다.
내 커리어와 생활이 아이 키우는 일에 통째로 흡수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모든 걸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사고도 병도 죽음도 완전히는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예측 못 한 일이 터졌을 때 그 충격이 아이에게도 곧바로 얹힌다.

이게 무겁다.


하나의 커리어와 생활이 아이 키우기에 흡수되어 간다

하나는 대학생으로 등장한다.

원래라면 그 뒤로 커리어도, 도시에서의 생활도, 인간관계도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 아빠가 죽으면서, 하나의 삶은 단숨에 아이 중심이 된다.

이건 엄마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의 운영 관점으로 보면 꽤 무겁다.

대학 생활.
커리어.
도시에서의 선택지.
연애 이후의 인생 설계.
일하는 방식.
사는 곳.
인간관계.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로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보통의 육아도 아니다.

인간이면서 늑대이기도 한 두 아이.
병원에 보이기 어렵고,
학교에 설명하기도 어렵고,
아빠 쪽 지식은 사라졌다.
아이마다 운영체제(OS)가 다르다.

이 상태에서 하나는 삶을 처음부터 다시 짠다.

하나의 멘탈과 그릇은 정말 강하다.

하지만 하나가 강하니까 성립할 뿐이고, 현실이라면 복지, 의료, 학교, 지역의 지원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보통은 무너질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의 최악의 패키지처럼 보이는 이유

이 영화가 무거운 건, 결혼과 출산에 따르는 무거운 위험이 한꺼번에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급사.
불안한 수입.
한부모 육아.
아이 둘.
아이의 특별한 체질.
병원, 학교, 관공서와 연결되기 어려움.
시골로 이주.
끊긴 커리어.
지역과의 재연결.
갈라지는 아이들의 진로.
엄마가 거의 전부를 짊어지는 구조.

내 눈에는 이게 꽤 결혼의 무거운 부록 세트로 보인다.

물론 현실의 결혼이 전부 이렇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혼과 출산이 가질 수 있는 가정 운영의 위험을 판타지로 아주 진하게 농축해 놓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아이가 태어난다.
가족이 된다.

여기까지는 예쁘다.

그런데 그 뒤에는

생활비.
병.
사별.
육아.
지원.
지역.
학교.
커리어.
아이의 체질.
부모의 정신 건강.

이 전부가 밀려온다.

결혼은 로맨스만이 아니다.
거대한 생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늑대아이〉는 그걸 아름다운 영상으로 감싸서 보여 준다.


악인이 없기에 구조의 무게가 보인다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 거의 없다.

하나는 잘못이 없다.
아이들의 아빠도 잘못이 없다.
유키도 아메도 잘못이 없다.
소헤이도 처음엔 아이답게 거칠게 말하지만, 비밀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마을 할아버지도 말은 거칠어도 결과적으로 하나가 자립하도록 이끈다.

그래서 누군가를 탓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잘 만들어진 부분이다.

알기 쉬운 악역이 있으면 관객은 거기에 화를 내면 된다.

하지만 〈늑대아이〉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다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인데, 가정을 꾸려 가는 일로 보면 꽤 가혹하다.

즉 문제는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조건의 무게다.

사랑이 있다.
선의도 있다.
하지만 생활은 그것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다.

이게 정말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생활보호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제도의 눈으로 보면 공적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껴진다.

일본의 '생활보호'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며, 자립을 돕는 공공부조 제도다.

다시 말해 인생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바닥 밑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가 깔아 둔 바닥이다.

〈늑대아이〉 속 하나의 상황은 현대로 옮겨 놓으면 당연히 공적 지원으로 연결해야 할 사안이다.

남편이 죽는다.
아이 둘.
한부모.
불안한 수입.
집 문제.
병원, 학교와의 연결.
아이에게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엄마 혼자 지는 부담이 크다.

원래라면 생활보호, 아동부양수당(일본에서 한부모 가정에 주는 수당), 한부모 지원, 육아 지원, 의료 지원, 지역 상담 창구 같은 것이 필요하다.

물론 작품 속에서는 늑대아이라는 비밀 때문에 제도에 닿기 어렵다.

그래서 더 무겁다.

공적 지원에 연결되면 편해진다.
하지만 정체를 숨겨야 해서 제도에 연결될 수 없다.
그 결과 하나는 비공식적인 지역의 도움에 기대어 생활을 꾸린다.

이 부분이 꽤 힘들다.


할아버지의 도움은 질이 아주 높다

시골에 나오는 할아버지, 니라사키 씨의 도움은 꽤 좋다.

처음엔 퉁명스러워 보인다.
서툴러 보이기도 한다.
다정한 말로 감싸 주는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 도움의 질로 보면 아주 높다.

완성품을 건네기만 하는 게 아니라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친다.

작물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기르는 법을 가르쳐 준다.
씨앗을 건네고,
밭 다루는 법을 알려 주고,
하나가 스스로 생활을 꾸려 갈 수 있게 한다.

자립 지원으로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뭐든 대신 해 주는 도움은 그때는 고맙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곤란해진다.

반면 방법을 가르쳐 주는 도움은 상대가 스스로 살아가는 힘으로 이어진다.

니라사키 씨는 하나를 의존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가 스스로 생활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쪽으로 등을 밀어 준다.

나는 이걸 자립을 돕는 선의라고 생각한다.


선을 지켜 주는 도움이 좋다

또 하나 좋은 점은 경계선이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를 돕는다.
하지만 모든 걸 빼앗아 관리하려 들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다.
전부를 대신해 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필요한 곳에서는 돕는다.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도록 손을 보태 준다.

꽤 좋은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도움에는 두 종류가 있다.

상대를 자기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도움.
상대가 자립할 수 있게 하는 도움.

〈늑대아이〉의 지역 지원은 적어도 좋은 쪽에서는 후자로 보인다.

물론 현실에서 지역의 도움만으로 전부 해결하려는 건 위험하다.

제도에도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도 하나가 제도에서 떨어져 나가기 직전인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이 삶을 다시 세우도록 돕는 구도는 큰 위안이 된다.


하나가 너무 강할 뿐, 현실이라면 지원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말 강하다.

남편이 죽어도 아이 둘을 데리고 이주한다.
농사를 익힌다.
마을과 이어진다.
아이들의 선택지를 남겨 둔다.
아메와 유키가 다르다는 걸 살피며 각자를 받쳐 주려 한다.

보통이라면 멘탈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우울증.
적응장애.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쇠약.
고립.
경제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
지역에 적응하지 못함.

이렇게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하나는 울면서도 생활을 다시 세운다.

영화로서는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하나 한 사람에게 지워도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가 대단해서 성립할 뿐, 원래는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걸 놓치면 "엄마는 강해야 한다"는 위험한 미담이 되어 버린다.

하나는 대단하다.
하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서 지원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결혼과 출산은 사랑뿐 아니라 지원망까지 생각할 문제

이 영화에서 현실로 가져온다면, 결혼과 출산은 사랑뿐 아니라 지원망까지 포함해서 생각할 문제라고 본다.

상대가 좋다.
함께 있고 싶다.
아이를 갖고 싶다.

그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굴러가지 않는다.

한쪽이 쓰러지면 어떻게 할까.
수입이 끊기면 어떻게 할까.
아이에게 특별한 체질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친척에게 기댈 수 있을까.
공적 지원에 연결될 수 있을까.
지역에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내 커리어와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내가 멘탈이 무너지면 누가 받쳐 줄까.

이것도 중요하다.

물론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지원망이 필요하다.

결혼은 두 사람의 마음만이 아니라 생활, 제도, 지역, 복지, 커리어까지 얽혀 있다.

〈늑대아이〉는 그걸 아주 예쁜 얼굴로 보여 준다.


정리: 엄마의 사랑만이 아니라 가정 운영의 영화이기도 하다

〈늑대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평가받는다.

그건 틀리지 않다.

하지만 구조로 보면 가정 운영의 영화이기도 하다.

남편이 죽는다.
아이 둘을 키운다.
삶을 다시 세운다.
마을과 이어진다.
공적 제도에는 닿기 어렵다.
커리어와 도시 생활을 내려놓는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자란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들을 받쳐 준다.

꽤 무겁다.

게다가 등장인물은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문제가 사람의 악의가 아니라, 결혼과 출산과 육아에 딸려 오는 생활의 위험으로 보인다.

결혼의 무거운 부록 세트.
예쁜 얼굴을 한 지옥.
사랑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 육아.
생활보호와 한부모 지원의 필요성.
물고기를 주지 않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자립 지원.

이런 것들이 영화 속에 아주 진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늑대아이〉는 대단하다.

그저 울리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다.
가족을 이루는 일의 아름다움과 살림을 꾸려 가는 일의 무게를 동시에 보여 준다.

하나는 강하다.

하지만 사실은 하나 혼자 짊어져도 되는 무게가 아니다.

오늘은 이 글

이 글을 읽은 분이 다음에 품는 질문에 각각 답하는 글입니다.

전체 글에서 찾기‘연애·결혼’ 글 더 보기

이 글 공유하기

광고

하나 더, 뭐 재미있는 거 없어?

다 읽은 김에. 가까운 이야기 몇 편과,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골랐어요.

  1. 가까운 이야기섀도우버스 WB, 승률 51%왜 시간만 녹을까
  2. 왜 오늘만 유난히 반말 비슷한 말을 많이 듣는 걸까 ― “응응”, “오, 그래?”, “괜찮아요~”에서 시작하는 서비스 현장의 사회언어학
  3. 전혀 다르지만 재미있는혼자 행동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누가 없으면 못 움직인다”를 분해하고 ‘혼자 행동 OS’를 키우는 법
  4. 글 2혈압은 약 때문에만 내려갔을까 — EMA5로 보는 “약 + 수면 + 스트레스 풀세트”
  5. 마라탕은 왜 유행할까?식감 게임을 국물이 살렸다
  6. RPG 랭킹 1위를 봐도 “음…”이 나오는 이유BG3와 『Clair Obscur: Expedition 33』로 보는 “고평가”와 “나한테 맞음”의 차이

다른 글 찾기

모든 기사

Mendoi-chan

사이트 운영자

Mendoi-chan

직장과 일상의 불편함을 구조화해 이해하기 쉬운 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