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러 갔다가 밥도 먹는 사람의 머릿속
축하 99%, 감사 로그 1%
예전에 내 경사에 사정이 있어서 못 왔던 사람이 이번엔 나를 초대했다고 해보자. 탓할 마음이 전혀 없어도 "결과만 보면 좀 비대칭인데?" 하는 생각이 순간 스치긴 한다. 하지만 논리는 이미 "사정이 있었다 → 어쩔 수 없다 → 상대 잘못 아니다"로 처리를 끝냈다. 그렇다면 "비대칭 감지. 정당한 사유 있음. 종료"로 마무리하면 된다.
하객은 박수 로봇이 아니다
드라마 속 하객은 **👏🙂👏🙂👏**지만, 현실의 머릿속에서는 "행복해 보인다", "드레스 예쁘다", "고기 맛있다", "오랜만이다", "주례(축사)가 길다", "화장실 가고 싶다", "디저트 뭐지?"가 동시에 돌아간다. "빵 하나 더 먹고 싶다"라는 속마음이 영상에서만 편집돼 빠질 뿐이다.
행복한 모습 + 밥
2023년에 소개된 일본의 하객 설문을 보면 87.4%가 "신랑 신부의 행복한 모습"을 기대했고, 만족도 높은 결혼식에 필요한 요소로는 "음식과 술"을 꼽은 사람이 8할을 조금 넘었다. 다른 438명 대상 조사에서도 음식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결혼 정보지 젝시(ゼクシィ)의 조사에서도 맛이나 평소 먹기 힘든 식재료 같은 특별함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니 "행복해 보여서 좋다"와 "고기 진짜 맛있다"는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다.
초고급 놀이공원 같은 곳?
반쯤 농담이라면 꽤 비슷하다. 식장, 예복, 코스 요리, 술, 음악, 영상, 의상, 사진, 재회, 편지까지 다 있으니까. 다만 핵심은 오락이 아니라 두 사람을 축하하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축하를 중심에 둔 고급 사교 행사 + 코스 요리 + 라이브 연출"이다.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과 똑같다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도 2시간 내내 "맛있다!"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식도 축하하는 마음을 바탕에 두고, 분위기는 깨지 않으면서, 평범하게 즐기면 충분하다. 잡생각이 든다고 축하하지 않는 게 아니다. 축하는 CPU를 100% 잡아먹는 앱이 아니라, 그 자리를 받쳐 주는 운영체제(OS)면 된다.
행복해 보인다. 드레스 예쁘다. 애피타이저 맛있다. 오랜만이다. 축사 길다. 고기 나왔다. 고기 맛있다. 편지 읽을 때 좀 뭉클하다. 디저트다!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