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의 일식당에 들어가면 보통 예상하는 장면이 있다. 조용한 객석, 정돈된 서비스, 예쁜 그릇, 약간 긴장되는 분위기.
그런데 스이렌에서는 먼저 직원들의 젊음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홀에는 젊은 직원이 많아 보였고, 반대로 손님 쪽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아 보였다. 손님 중에서는 내가 꽤 젊은 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음식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SHIROYAMA HOTEL Kagoshima의 ‘Suiren’에서 먹은 가고시마산 흑모와규 정식은 공식 가격 8,800엔. 작은 요리, 사시미, 차완무시, 가고시마산 흑모와규 도판구이, 밥, 절임, 붉은 된장국, 디저트가 포함된다.[1]
와규가 주인공일 것 같지만, 실제로 기억을 가져간 것은 차완무시였다.
1. 시로야마 호텔은 그냥 숙박만 하는 곳이 아니다
호텔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숙박객 외에도 결혼식, 피로연, 모임, 연회에 온 듯한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공식 사이트를 확인하면 웨딩, 상견례와 약혼 행사, 연회, 회의, 기념행사, 법요, 파티, 심지어 2차회용 노래방 플랜까지 운영한다.[2][3]
즉 이곳은 단순한 호텔보다 ‘가고시마에서 중요한 날이 있을 때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 시설’에 가깝다.
누군가는 온천에 가고, 누군가는 밥을 먹고, 누군가는 결혼하고, 누군가는 회의하고, 누군가는 2차회에서 노래한다.
한 건물 안에서 인생 이벤트가 동시에 돌아간다.
2. 8,800엔짜리 저녁이 숙박비처럼 느껴지는 순간
흑모와규 정식은 8,800엔이다.[1]
할인이 큰 숙박 플랜을 이용하면 저녁 한 끼가 “이거 거의 1박 가격 아닌가?”라는 수준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숙박비와 저녁값이 같은 체급에서 싸우는 느낌이다.
이날은 평소 쓰는 카드도 놓고 왔지만, 숙박객으로서 호텔에 문의해 결제 방법을 안내받아 해결했다. 다만 이것은 그날의 경험일 뿐, 항상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3. ‘하카타 아마오 시럽’이 자꾸 VTuber 이름처럼 들린다
음료는 규슈 과일 칵테일 중 아마오 사워를 골랐다.
공식 메뉴상 하카타 아마오 딸기 시럽을 사용하며 가격은 1,150엔. 무알코올 아마오 소다는 900엔이다.[4]
그런데 이름을 보다 보니 머릿속에서 이상한 변환이 시작된다.
아마오 시럽 → 아마우 시럽 → Amau Syrup.
실제로 Amau Syrup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VTuber가 있다.[5]
그 뒤로는 음료가 아마오 사워가 아니라 ‘VTuber 술’처럼 느껴졌다.
웃긴데 맛도 좋았다.
4. 앞은 고급 일식, 뒤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웃음소리
테이블에서는 정중하게 접시를 치워주고 서비스도 차분하다.
그런데 안쪽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즐겁게 웃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앞은 고급 일식.
뒤는 그냥 젊은 직장인들.
이 차이가 의외로 좋았다.
한 번의 식사만으로 근무환경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적어도 그 시간에는 긴장감만 가득한 곳보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일하는 분위기로 느껴졌다.
5. 차완무시는 거의 ‘다시를 굳혀 먹는 음식’ 같았다
그리고 차완무시.
첫입부터 거의 다시였다.
계란찜인데도 느낌은 ‘맛있는 국물을 겨우 형태가 잡힐 정도로만 굳혀 먹는 것’에 가깝다.
간이 세서 맛있는 게 아니라, 다시의 감칠맛이 계속 남는다.
안에 들어 있던 고기 재료도 아주 부드러워 입안에서 풀어졌다.
결론은 빨랐다.
“지금까지 먹은 차완무시 중 가장 맛있을지도.”
흑모와규 정식을 시켜 놓고 MVP가 차완무시다.
주인공 교체가 너무 빠르다.
6. 흑모와규는 도판에서 직접 굽는다
고기는 공식 메뉴대로 가고시마산 흑모와규 도판구이로 나온다.[1]
테이블에서 원하는 정도까지 직접 굽는다.
비싼 고기를 내 손으로 구우면서 “내가 이걸 너무 익히면 어떡하지?”라는 묘한 긴장도 생긴다.
그래도 지방은 달고, 육즙은 풍부하고, 원하는 타이밍에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차완무시가 너무 강했을 뿐, 와규도 충분히 맛있었다.
게다가 이날은 밥을 추가 요금 없이 리필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 고기도 맛있고 밥도 맛있는데 밥 양까지 아낄 필요가 없다.
여기서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이 실제 일본 스테이크 브랜드 ‘感動の肉と米(감동의 고기와 밥)’. 이 브랜드도 공식적으로 고기와 솥밥의 조합을 전면에 내세운다.[6]
이게 바로 ‘감동의 고기와 밥 짱’인가.
물론 지금 있는 곳은 스이렌이다.
고기 → 밥 → 고기 → 밥.
이 반복이 시작되면 흑모와규 도판구이는 순식간에 위험한 밥도둑이 된다.
스이렌 공식 디너 페이지에는 정식에 밥이 포함된다는 점은 확인되지만, ‘무료 무제한 리필’이라는 문구는 찾지 못했다.[1] 따라서 이 글에서는 상시 정책이 아니라 이날 실제로 안내받은 내용으로 기록한다.
7. 쌀까지 주인공이 됐다: 가고시마산 히노히카리
와규와 함께 먹는 흰밥이 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이날은 리필도 무료. 어느새 세 공기째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직원에게 물었다.
“이 쌀 품종이 뭐예요?”
직원도 바로는 몰라서 안쪽에 확인하러 갔다.
머릿속에서는 『진격의 거인』의 짐승 거인이 모르는 물건을 보고 질문하는 장면이 쌀 버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확인해서 돌아온 답은 가고시마현산 히노히카리.
JA 가고시마는 히노히카리를 약간 작은 둥근 쌀알에 적당한 찰기, 쫄깃함, 향, 단맛의 균형이 좋은 쌀로 소개한다.[7] 가고시마현 자료에서는 일반기 벼농사의 주력 품종이며 2024년산 기준 일반기 재배면적의 약 81%를 차지한다. 주요 산지에는 가고시마시, 히오키시, 사쓰마센다이시, 이사시, 기리시마시, 아이라시, 소오시 등이 포함된다.[8]
산 이름도 들은 것 같지만 ‘아사마산? 아소산?’처럼 기억이 불확실했다. 그래서 여기서는 가고시마현산 히노히카리까지만 확정한다. 기리시마가 실제 주요 산지라고 해서 직원이 정확히 ‘기리시마’라고 말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가격도 의외로 현실적이다. 2026년 9월 7~13일 일본 슈퍼의 쌀 전국 평균은 5kg에 2,971엔이었다.[9] 같은 시점에 확인한 가고시마 이사산 히노히카리 판매 예시는 5kg 3,980엔이었다.[10]
평균보다 약 1,000엔, 30% 조금 넘게 비싼 예이기는 하지만, 한 봉지 1만 엔짜리 호텔 전용 환상의 쌀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살 수 있는 쌀을 고급 식당에서 제대로 다루니 이 정도로 변한 것이다.
히노히카리는 규슈 전용도 아니다. 도카이 지역 미에현의 공식 산지품종 목록에도 히노히카리가 있다.[11]
물론 같은 품종을 집에서 산다고 이 맛이 그대로 재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지, 도정, 물, 불림, 취사, 뜸, 제공 시점이 모두 영향을 준다.
그래도 이날의 밥은 지금까지 식당에서 먹은 밥 중 확실히 다른 수준이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한 단계 더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
“이 가게 밥이랑 본가 밥이랑 어느 쪽이 더 맛있어요?”
잠깐 생각한 뒤,
“뭐… 이 가게 쪽이죠.”
그렇겠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엄청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속으로는 “아니요, 사실 우리 집 밥이 더 맛있어요😁”라고 생각해도, 고급 호텔 근무 중에 손님 앞에서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답변을 그대로 “일반 가정의 밥은 스이렌에 못 이긴다”는 증거로 볼 수는 없다.
원래 정말 궁금했던 것은 직원의 본가와 가게의 대결이 아니라,
“가고시마 일반 가정에서도 히노히카리는 이렇게 맛있는가?”
였다.
히노히카리는 가정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품종이므로 집에서도 맛있게 먹을 가능성은 높다. 다만 스이렌에서 느낀 ‘레벨이 다름’까지 재현되는지는 별개다. 품종뿐 아니라 산지, 도정, 물, 불림, 취사, 뜸, 제공 시점까지 합쳐져서 가게의 맛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즉, 히노히카리는 집에서도 맛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한 공기’와 같은지는 밥 짓는 과정까지 포함한 별도 승부다.
고급 호텔 주방과 남의 본가 밥을 정면 승부시키지 말자.
흑설탕의 직선적인 단맛, 히노히카리의 씹을수록 나는 단맛, 와규 지방의 단맛, 아마오 사워의 과일 단맛.
가고시마는 단맛 공격 수단이 너무 많다.
그리고 밥은 리필 무료.
세 공기째에서 이성이 무너졌다.
“그럼 1,000톤 주세요.”
무료 리필을 현 전체 쌀 물류 문제로 만들지 말자.
8. 결국 기억에 남은 것은 ‘사람 냄새’와 ‘다시’
스이렌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비싼 식당이어서가 아니다.
손님층과 젊은 직원의 대비가 있고, 호텔 전체에서는 결혼식·연회·회의·온천·숙박·식사가 동시에 돌아간다.
아마오 시럽은 VTuber 이름처럼 들리고, 흑모와규 정식인데 차완무시가 우승한다.
정보량이 많다.
그래도 마지막 감상은 간단하다.
음식은 제대로 맛있고, 분위기는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다.
비싼 와규 저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고기가 아니라 ‘거의 다시인 차완무시’일 수도 있다.
그것도 꽤 좋은 여행의 기억이다.
기본 정보
- 레스토랑: Suiren, SHIROYAMA HOTEL Kagoshima
- 가고시마산 흑모와규 정식: 8,800엔
- 아마오 사워: 1,150엔
- 무알코올 아마오 소다: 900엔
- 가격과 메뉴는 바뀔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사이트 확인 권장
- SHIROYAMA HOTEL Kagoshima, Suiren 저녁 메뉴 shiroyama-g.co.jp
- SHIROYAMA HOTEL Kagoshima 공식 사이트 shiroyama-g.co.jp
- 웨딩 안내 shiroyama-g.co.jp
- 규슈 과일 칵테일 메뉴 shiroyama-g.co.jp
- Amau Syrup YouTube youtube.com
- 感動の肉と米 公式ブランドページ amiyakitei.co.jp
- JA鹿児島県経済連「お米」 karen-ja.or.jp
- 鹿児島県「ヒノヒカリ 本県水稲の主力品種」 pref.kagoshima.jp
- 農林水産省 2026-09-25大臣会見(米5kg平均2,971円) maff.go.jp
- かごしま特産品市場「令和8年産 伊佐のお米ひのひかり 5kg」 yoka-mall.com
- 三重県「令和6年産産地品種銘柄」 pref.mie.lg.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