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에 눌러사는 깡충거미, 이쯤 되면 ‘해충 제거 기능이 달린 PC 주변기기’다 — 단, 손바닥만 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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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눌러사는 깡충거미, 이쯤 되면 ‘해충 제거 기능이 달린 PC 주변기기’다 — 단, 손바닥만 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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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젊은이. 모니터 위에 조그만 깡충거미 한 마리가 앉아 있구먼.

어제도 있고 오늘도 있다. 뒤로 쏙 사라졌다가 다시 윗부분에서 얼굴을 내민다.

이 정도면 “방에 거미가 들어왔다”가 아니야.

PC 주변기기가 하나 늘어난 거지.

화면 출력. 소리 출력. 벌레 제거.

USB 전원도 필요 없고, 알아서 걸어 다니고, 운이 좋으면 날파리도 잡는다.

세상 참 좋아졌어.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작아야 한다.

천장에 손바닥만 한 놈이 붙는 순간 “그래도 익충이에요”라는 말은 설득력이 확 떨어진다.

0. 결론부터 말하지: 작은 놈은 경비원, 큰 놈은 경비회사 자체가 무섭다

작은 깡충거미가 모니터 끝에 앉아 있으면 “오늘도 근무 수고하는구먼” 하고 넘길 수 있다.

날파리라도 하나 잡아 주면 월세까지 내는 셈이다.

그런데 손바닥 크기가 되면 계산이 달라진다.

해충을 잡아 준다? 고맙지.

그런데 10cm급 실루엣이 침대 위 천장에 있다? 오늘 밤은 잠 다 잤다.

핵심은 이거다. 생태학적 이익과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비용은 서로 다른 항목이다.

쓸모 있는 생물이라고 해서 편안한 동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1. 그런데 왜 하필 모니터일까

“따뜻해서 그런가?”라는 추측은 꽤 그럴듯하다.

거미 입장에서 모니터 주변에는 괜찮아 보이는 조건이 있다.

  • 작동 중 일부 표면이 은근히 따뜻해진다
  • 위쪽과 뒤쪽에 좁은 틈과 그늘이 있다
  • 바닥보다 높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 화면 불빛 주변에 작은 벌레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 뒤쪽은 사람이 자주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개체는 난방 때문에 입주했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온도가 깡충거미류 행동과 관련된다는 연구는 있다. 북미 사막의 Habronattus 여러 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실험실 조건에서 약 37℃ 부근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 연구는 북미 사막성 거미 이야기다. 집 모니터에 붙은 정체불명의 개체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따뜻함도 이유일 수 있고, 높이도, 은신처도, 먹이도 이유일 수 있다.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을 수도 있다.

부동산 광고로 쓰면 “고층·온화한 미기후·은신처·먹이 접근성·인간 간섭 적음”이다.

입주자가 생길 만도 하다.

2. 깡충거미는 큰 포획망을 치고 기다리는 타입이 아니다

대부분의 깡충거미는 큰 그물에 의존하지 않는다.

좋은 시각으로 먹이를 찾아 접근하고, 뛰어들어 잡는 능동형 사냥꾼이다.

Smithsonian은 거미의 사냥 방식을 대기형과 능동형 등으로 설명하고, UC IPM도 깡충거미를 낮에 활동하며 먹이를 추적하고 뛰어드는 사냥꾼으로 설명한다.

그러니 모니터 위의 작은 녀석은

“여기에 대형 자동 포획망을 설치하겠다”

가 아니라

“여기를 본부로 삼고 주변을 순찰하겠다”

에 가깝다.

정말 작은 경비원이다.

3. 그렇다고 실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

“포획용 큰 그물을 만들지 않는다”와 “실을 쓰지 않는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깡충거미는 이동과 점프 때 안전줄 같은 드래그라인을 만든다. 또 휴식, 탈피, 산란 등에 쓰는 실크 은신처도 만든다.

일부 종에서는 같은 휴식 장소로 돌아가는 행동도 연구되어 있다.

그러니 모니터 뒤로 사라졌다가 자꾸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면, 그 주변을 정기적인 피난처처럼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축하하네.

모니터에 거미 원룸 기능이 추가됐군.

사람은 디스플레이를 샀는데, 뒤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하나 더 체결된 셈이다.

4. 작은 깡충거미라면 동거가 성립하기 쉬운 편이다

작은 깡충거미는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특징이 있다.

방 전체를 대형 포획망으로 덮지 않는다. 작다. 작은 절지동물을 먹는다. 알아서 움직인다. 생활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물론 작은 거미도 싫은 사람은 싫다. 그것도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익충이니 반드시 남겨 둬야 한다”가 아니다.

개인이 느끼는 비용보다 이점이 클 때 동거가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작은 모니터 경비원 귀엽네”라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여덟 다리는 여덟 다리다. 밖으로 나가라”라고 한다.

둘 다 이상하지 않다.

5.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떴더니 천장에 손바닥만 한 거미가 있다

자, 이제 본론이다.

예전에 어떤 오래된 집에서 자고 있었다고 하자.

눈을 뜬다. 천장을 멍하니 본다.

“응? 뭐가 있나?”

초점을 맞춘다.

크다.

다시 본다.

아니, 너무 크잖아.

손바닥만 한 거미가 천장에 있다.

방금 전까지 “거미도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네”라고 말하던 뇌가 바로 영업 종료한다.

해충 제거고 뭐고 모르겠다.

오늘 나는 어디서 자나.

이 반응은 모순이 아니다.

물리적 위험이 낮다는 사실과 그 밑에서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6. 그 거대 거미가 아시다카구모였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기억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사진이나 표본이 없다면 과거의 목격담만으로 종을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일본의 실내 벽이나 천장에서 발견되는 아주 큰 배회성 거미이고, 다리를 펼쳤을 때 손바닥 정도였다면 Heteropoda venatoria 같은 아시다카구모는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사이타마시 건강과학연구센터에 따르면 이 거미는 일본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거미 중 최대급이며, 다리를 펼치면 10cm를 넘기도 한다.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 벽과 천장 부근에서 곤충을 잡는다. 먹이에는 바퀴벌레, 파리, 나방, 모기 등이 포함된다.

이 부분만 보면

“무료 해충방제 기사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같은 공공기관 자료는 큰 외형 때문에 사람에게 공포감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도 적고 있다.

그렇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섭기도 하다.

둘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7. ‘익충’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동시에 성립한다

생태학적으로 거미는 곤충을 잡고, 일부 실내 해충의 포식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주자의 입장에서는

  • 계속 신경이 쓰이고
  • 잠들기 어렵고
  • 밤에 어디로 움직일지 걱정되고
  • 방 자체가 불편해질 수 있다

이런 비용이 생긴다.

“그래도 사람을 공격하지 않잖아”라고 말해도 그 불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 방에서 편안함을 잃었다면 그것도 실제 생활비용이다.

병명을 붙일 필요도 없다.

해충 제거 +5
마음의 평화 −80

이면 합계는 마이너스다.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를 공짜로 받았는데 매일 밤 베개 옆에서 팬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성능이 좋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8. 결론: 작은 거미는 주변기기, 큰 거미는 관리사무소 안건이다

모니터를 반복해서 찾는 작은 깡충거미는 따뜻함, 높이, 은신처, 적은 방해, 먹이 가능성 같은 여러 조건을 좋아했을 수 있다. 다만 따뜻함 하나만으로 이유를 확정할 근거는 없다.

깡충거미는 큰 포획망에 의존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사냥하며, 그래도 실은 안전줄과 은신처 등에 사용한다.

그러니 작은 개체가 모니터를 자주 거점으로 삼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거기서 파리까지 잡아 준다면

해충 제거 기능이 달린 PC 주변기기

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손바닥 크기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비원이 너무 무서워서 주민이 방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 생긴다.

유용할 수 있다. 무서울 수도 있다.

둘 다 맞다.

작은 모니터 거미에게는 “오늘도 수고했네.”

거대한 천장 거미에게는 “업무 능력은 인정하네. 근무지는 좀 바꿔 주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참고문헌

  1.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Spider Strategies.” https://naturalhistory.si.edu/visit/accessibility/audio-and-visual-description/insect-zoo-audio-description-tour
  2. UC Statewide IPM Program. “Spiders / Home and Landscape.” https://ipm.ucanr.edu/home-and-landscape/spiders/
  3. University of Minnesota Extension. “Spiders.” https://extension.umn.edu/garden-and-home/home-maintenance/household-insects/spiders
  4. Wolff, J. O. et al. (2021). “Hanging by a thread: unusual nocturnal resting behaviour in a jumping spider.” Frontiers in Zoology, 18. https://doi.org/10.1186/s12983-021-00410-3
  5. Shamble, P. S. et al. (2021). “Rapid mid-jump production of high-performance silk by jumping spiders.” Current Biology, 31(21), R1422–R1423. https://doi.org/10.1016/j.cub.2021.09.053
  6. Brandt, E. E. et al. (2020). “Low temperatures impact species distributions of jumping spiders across a desert elevational cline.” Journal of Insect Physiology, 122, 104037. https://doi.org/10.1016/j.jinsphys.2020.104037
  7. さいたま市健康科学研究センター「害虫?益虫?家の中に住む大きなクモ『アシダカグモ』」 https://www.city.saitama.lg.jp/sciencenavi/kenkou/003/p0482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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