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신사, 혼자 사는 남자, 수수께끼의 소녀. 무서운 꿈의 조각을 말로 옮겼더니 이야기가 된다. 주연과 작가, 겁먹은 관객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게 가장 이상하다.
꿈속에 이미 공포 영화가 있었다
무서운 꿈에 놀라 깨어났다. 꿈속 주인공은 오래된 신사 근처에서 혼자 사는 젊은 남자다. 소녀가 나타나고, 위에서 무언가 덮쳐 오는 듯한 위협적인 장면도 있다.
줄거리를 완벽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소녀의 정체나 신사의 비밀, 장면의 연결은 흐릿하다. 그런데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공포물이라면 오히려 좋은 설정이다. 주인공이 설명을 듣기도 전에 사건이 벌어지니까.
배우도 작가도 모두 나
꿈을 꾸는 동안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주변 인물과 전개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원작: 잠든 뇌. 주연: 꿈속의 나. 감독: 잠든 뇌. 관객: 역시 나.
혼자 만든 영화인데 정작 주연이 진심으로 겁먹었다. 작가는 설명조차 해 주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촬영장이 있나.
이것은 꿈에서 깬 뒤의 주관적인 느낌이지, 뇌가 실제로 장면을 만든 순서를 밝혀낸 결과는 아니다. 그래도 창작에 비유하면 더없이 재미있다.
잊기 전에 다급하게 기록하기
눈을 뜨자마자 신사, 소녀, 독거 남성의 시점, 무서운 장면을 말한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빈칸으로 남겨 둔다.
보통 글쓰기는 “다음에 뭘 쓸까?”로 시작한다. 이번에는 반대다. 이미 머릿속에서 상영이 끝난 영화를 잊기 전에 받아 적는 작업이다.
AI는 조각을 정리하고 글을 다듬고 열두 언어로 완성할 수 있다. 다만 나중에 만든 장면을 실제로 꿈에서 본 것처럼 쓰면 안 된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공포의 맛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첫 회를 읽고 작가는 다시 잔다
원고를 저장하고 실제 공개까지 마쳤다고 가정해 보자. 세계 각지의 독자가 1화를 읽을 때, 작가는 이불 속에서 다시 잠을 청한다.
독자: 1화 감상 중. 작가: 2화 촬영장으로 복귀 시도 중.
다시 잔다고 같은 꿈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꿈을 꾸거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웃기다. 작가는 자기 이야기의 다음 장면을 찾아 꿈으로 돌아가려는데 독자는 이미 첫 장을 읽는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깼다. 마지막에는 내가 자는 동안 악몽이 세계로 퍼질 수도 있다고 웃는다.
세상은 1화를 읽고, 작가는 2화를 꿈꾸려고 잔다. 그런데 각본을 맡은 뇌도 속편 제작을 보장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