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피크닉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술식 전투가 시작됐다

산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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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피크닉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술식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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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좋다.

새가 울고, 바람이 나무 사이를 지나가고, 햇빛이 잎 사이에서 흔들린다. 인간 사회의 귀찮은 것들이 잠깐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녀는 스마트폰을 나무에 고정하고 돗자리를 펴고 샌드위치를 놓은 뒤 말했다.

“오늘은 산에서 피크닉할게요.”

채팅창은 평화로웠다.

《건전하다》 《이런 게 좋지》 《오늘은 평범하네》

방송 시작 28초까지는.

“그리고 조금 야한 것도 할게요.”

《해산》 《산한테 사과해》 《평범함 종료》

1. 산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녀는 가방에서 하얀 가면을 꺼냈다. 축제에서 팔 것 같은 가면이었지만, 일부가 수상하게 잘려 있었다.

“이거 어제 잘랐어요. 이렇게 하면 필요한 부분만 가릴 수 있거든요.”

누가 그 기능을 요구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돗자리에 앉아 이상할 정도로 당당하게 다리를 벌렸다.

벌컥.

“봐요.”

다시 벌컥.

“안 보이죠?”

벌컥벌컥.

《공작 발표회》 《여름방학 자유연구》 《산에서 하지 마》

그때 등산로에서 노인이 나타났다.

눈이 마주쳤다.

노인은 가면을 봤다.

자세를 봤다.

스마트폰을 봤다.

그리고 약 1초 동안 문명 전체를 다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노인이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나갔다.

채팅창은 깨달음을 얻었다.

《산 사람들 강하다》 《산악 불간섭 조약》 《무슨 일이 있어도 인사는 한다》

그 뒤에도 사람들이 지나갔다.

두 번 보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아무것도 못 본 척하는 사람.

하지만 전부 인사는 했다.

산에는 법보다 강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2. 담배와 성욕으로 시작된 학회

잠시 뒤, 자전거를 끌고 온 통통한 여성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성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녀가 말했다.

“아, 저는 담배 피우면 성욕이 사라지더라고요.”

초면에 던질 첫 화제로는 완벽한 폭투였다.

여성이 멈췄다.

“…저도 알아요.”

통했다.

《그걸 공감해?》 《산악학회 2026》 《날씨 얘기부터 해》

둘은 이상하게 진지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면 그런 욕구가 줄어드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여성이 말했다.

“근데 술은 반대 아닌가요?”

“저는 술이 더 위험해요.”

“성욕이요?”

“인생이 움직여요.”

여성의 담배가 입 앞에서 멈췄다.

“…인생이요?”

3. 술을 마시면 보류 폴더가 삭제된다

“예를 들어 반년 동안 ‘회사 그만둘까’ 생각하고 있다고 해봐요.”

“네.”

“보통은 월급, 다음 직장, 생활비 같은 걸 생각하잖아요.”

“그렇죠.”

“근데 술을 마셔요.”

“네.”

“퇴직서를 쓰고 있어요.”

“왜요?”

“이직할까 생각하면서 마시면 지원하고요.”

“…네.”

“누군가한테 연락할까 생각하면서 마시면 전화하고 있어요.”

여성이 살짝 뒤로 물러났다.

“기억은 나요?”

“다 나요.”

“그게 더 무서운데요.”

“전부 제 의지는 맞아요. 문제는 속도예요.”

채팅창.

《중간 처리 삭제》 《생각→결과》 《결재 시스템 고장》

그녀는 예전에 병원에서 이런 패턴을 상담한 적도 있고, 약을 받은 뒤에는 전보다 조절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여성이 연기를 내뿜었다.

“그거 약간 영역 전개 같네요.”

“뭐가요?”

“자기 안의 의지를 현실에 강제로 반영하는 거요.”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저 술사네요.”

“왜 그렇게 결론이 나요?”

4. 생득술식 《酩酊遷意・六根断証》

그녀가 손가락을 맞물렸다.

바람이 불었다.

잎이 흩날렸다.

전부 우연이었다.

“생득술식――《酩酊遷意・六根断証》.”

여성의 웃음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너무 강해 보이는데요.”

“사람은 의지와 행동 사이에 불안, 비교, 체면, 보류 같은 게 있잖아요.”

“있죠.”

“전부 끊어요.”

“위험한데요.”

“술로.”

“더 위험해요.”

생각이 생기는 순간 결과와 직결된다.

회사 그만두고 싶다. 제출 완료.

여행 가고 싶다. 결제 완료.

그 사람한테 연락하고 싶다. 통화 중.

여성이 말했다.

“그냥 술김 아닌가요?”

“술식이에요.”

“술김이죠?”

“술식이에요.”

그녀가 당당하게 선언했다.

“영역 전개――《酔界無量・刹那万業転輪殿》.”

“너무 길어요.”

“영역 안에서는 모든 미결정 사항에서 ‘망설임’ 과정이 사라집니다.”

“최악인데요.”

“오의도 있어요.”

“아직도요?”

“《酒呑無明・十二因縁逆行・阿頼耶識強制決裁》.”

여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름은 세계 멸망 기술 같은데 효과가 퇴직서 제출이에요?”

5. 샘에서 맞고 빠지다

조금 뒤 여성이 말했다.

“근처에 샘이 있는데 가볼래요?”

“좋죠.”

둘은 산길을 걷다가 조용한 샘에 도착했다.

“예쁘네요.”

“그러네요.”

그녀가 스마트폰을 물 쪽으로 돌린 순간.

퍽.

머리 뒤에 충격이 왔다.

“어?”

첨벙!

그녀는 샘에 빠졌다.

《?????》 《사건 발생》 《갑자기 스릴러》

그녀가 물 위로 올라왔다.

“뭐 하는 거예요?!”

여성은 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아까의 친절한 표정은 사라졌다.

“드디어 찾았네.”

“뭘요?!”

“《酩酊遷意・六根断証》의 사용자.”

“그 이름 아까 제가 만들었는데요?!”

여성이 손을 맞물렸다.

바람이 멈췄다.

새소리가 사라졌다.

연기가 올라왔다.

“생득술식――《紫煙離欲・五蘊寂滅》.”

“그게 뭔데요?”

“연기를 매개로 욕구와 행동 동기의 연결을 약하게 만든다.”

성욕.

식욕.

물욕.

인정 욕구.

출세욕.

그리고.

“퇴직욕.”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곤란한데.”

“그게 제일 중요해요?”

6. 뭐든 바로 하는 여자 vs 전부 귀찮아지는 여자

“영역 전개――《紫煙無碍・八識滅欲寂静界》.”

세상이 회색으로 변했다.

끝없이 늘어선 벤치.

거대한 재떨이.

보랏빛 연기.

벽에는 너무 현실적인 글씨로 ‘흡연구역’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계관에 비해 시설이 너무 현실적인데요!”

“이 영역에서는 모든 욕망이 반드시 약해진다.”

연기가 그녀를 감쌌다.

“…방송, 이제 별로 상관없을지도.”

《먹혔다》 《방송 끄지 마》

“회사도… 그냥 지금대로 괜찮을지도…”

“그래.”

“이직도…”

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근데 그걸 정하는 것도 저 아닌가요?”

“뭐?”

“술이 정하는 것도 싫지만, 연기가 정하는 것도 싫어요.”

그녀가 손을 맞물렸다.

“영역 전개――《酔界無量・刹那万業転輪殿》!”

두 영역이 충돌했다.

욕망을 지우는 여자.

망설임을 지우는 여자.

쉽게 말하면,

전부 아무래도 좋아지는 여자.

대

생각한 걸 전부 바로 해버리는 여자.

궁합이 최악이었다.

“라면 먹고 싶어!”

“식욕을 버려!”

“근데 다이어트 중이야!”

“그럼 내 술식이 맞잖아!”

“…그건 맞네!”

능력 배틀 중 논리에서 졌다.

여성이 술식을 반전시켰다.

“《紫煙興欲・煩悩再燃》!”

이번에는 욕망이 폭발했다.

“고기 먹고 싶어! 온천 가고 싶어! 고양이 키우고 싶어! 이사하고 싶어! 회사 그만두고 싶어!”

여성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욕망을 즉시 실행하는 인간에게 욕망을 증폭시키면 안 된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내일 교토 호텔 예약했어.”

“전투 중에?!”

7.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오의의 결과는 유급휴가 5일

여성이 연기를 모았다.

“극노번――《涅欲灰燼・百八煩悩断滅》!”

그녀도 손을 맞물렸다.

“그럼 나도 오의.”

《온다》 《그 긴 거》

“《酒呑無明――十二因縁逆行――阿頼耶識――強制決裁》!”

굉음.

빛.

정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뭘 결재했어요?”

그녀가 스마트폰을 봤다.

얼굴이 하얘졌다.

“…유급휴가.”

“네?”

“다음 주 5일 연속으로 쉬어요.”

《평화롭다》 《오의로 복리후생 처리하지 마》 《퇴사 안 했으니 성장했다》

8. 최강자는 산의 노인이었다

발소리가 났다.

처음 만났던 노인이 영역 안을 그냥 걸어왔다.

거대한 재떨이.

보랏빛 연기.

뒤틀린 공간.

전투 중인 두 사람.

노인은 전부 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두 사람도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노인은 그대로 지나갔다.

여성이 떨었다.

“…여기 영역 안인데요?”

“네.”

“보통 사람은 못 들어오는데.”

노인이 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요즘 젊은 술사들은 인사도 못 하나 했지.”

다음 순간, 두 영역이 비눗방울처럼 터졌다.

산.

새.

바람.

샘.

전부 돌아왔다.

여성이 물었다.

“저 사람 누구예요?”

“몰라요.”

“그런데 왜 침착해요?”

“산 사람이잖아요.”

그 설명이 제일 무서웠다.

9. 다음 날 아침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돗자리로 돌아왔다.

“술 마실래요?”

“오늘은 안 마실래요.”

“왜요?”

“5일 연휴를 만들어버렸거든요.”

여성도 담배를 꺼내려다 다시 넣었다.

“저도 오늘은 안 피울래요.”

“성욕 없어지니까?”

“중요하잖아요.”

방송 종료.

다음 날 아침, 어제의 클립은 조회수 100만을 넘었다.

제목은,

‘산에서 이상한 피크닉하던 여자, 갑자기 영역 전투 시작함’

알 수 없는 발신자에게서 메일도 한 통 왔다.

제목:

《술사 등록 안내》

그녀는 냉장고를 열었다.

맥주 한 캔.

맥주를 본다.

스마트폰을 본다.

다시 맥주를 본다.

그리고 조용히 냉장고를 닫았다.

“오늘은 참자.”

어디선가 노인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그래야지.”

그녀가 뒤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무서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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