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몇 명과 놀고 있었는데, 한 명이 갑자기 말수가 줄었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물어보니 “일 때문”이라고 했다. 조금 더 확인했지만 “문제없어”라는 답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친구가 아무 말도 없이 돌아갔다는 걸 알았다.
어? 퇴장 장면은? 우리만 컷신을 놓친 거야?
남은 친구들도 “갈 거면 말은 해야지”, “다음에 만나면 어색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걱정되는 건 당연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1. 발단은 평범한 아이스크림 쿠폰
다른 친구가 생일 선물로 받은 아이스크림 쿠폰을 모두에게 나눠 주겠다고 했다.
“오, 고마워!”
나는 평범하게 받았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친구 한 명이 조용해졌다.
머릿속 탐정이 자동으로 출근했다.
“혹시 쿠폰을 나눌 때 뭔가 마음에 걸렸나?”
방금 전까지 그냥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어느새 인간관계 미스터리의 핵심 증거가 되었다. 쿠폰은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두 일이 비슷한 시점에 일어났다고 원인이 같아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직접 물었다.
2. 탐정, 당사자에게 묻자마자 사건 난항
“그거 때문이야?”
“아니, 일 때문에.”
“문제라도 있어?”
“문제없어.”
이렇게 내 첫 번째 가설이 끝났다.
무슨 업무상 사정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본인은 아이스크림 쿠폰 때문이라는 추측을 부정했고, 일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여기서 계속 쿠폰이 원인이라고 우기면, 직접 들은 대답보다 내 상상 속 각본을 더 믿는 셈이다.
쿠폰 하나에서 직장 드라마까지. 상상력의 활동 범위가 너무 넓다.
3. 말없이 떠나면 남은 사람은 걱정한다
먼저 돌아갈 자유는 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라는 한마디면 주변도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사적인 사정까지 전부 설명할 필요는 없다.
또 다른 친구에게 들으니, 그 사람은 평소 불편하면 조용해지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이전 행동에 대한 이야기일 뿐, 이번 사건의 원인이 확인된 건 아니다.
게다가 아무 말 없이 떠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신경 쓰였다.
나중에 괜찮냐고 메시지도 보냈다. 당시에는 아직 답장이 없었다. 확실히 아는 내용은 여기까지다.
4. 모두가 어색해서 더 어색해졌다는 설명
만약 그 친구가 대화에 끼지 못해 불편했다면 어떨까?
다른 두 사람은 조용해진 친구에게 말을 걸기 망설였을 수 있다. 친구는 더 말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은 더 말을 걸기 어려워진다. 아무도 일부러 무시하지 않았는데 어색한 분위기만 커진다.
충분히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럴듯한 추측과 실제 이유는 다르다.
나는 직접 말을 걸었고, 친구는 일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대답 대신 내 이야기를 진실로 채택하면 결국 혼자 대본을 쓰고 혼자 믿는 셈이다.
5. 남의 속마음 추측은 전에 자주 빗나갔다
이전에도 그럴듯하게 추리했다가 당사자에게 듣고 “아니, 이유가 그거였어?” 하며 놀란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제 가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재미와 실제 관계에서 행동하는 방식은 따로 둔다.
이번에는 변화를 알아차렸고, 물었고, 설명을 들었고, 이후에도 연락했다.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면 당사자가 전할 수 있다.
친구를 배려한다는 것이 그 친구의 머릿속 대사까지 대신 적는다는 뜻은 아니다.
6. 다음에도 평소처럼 초대할 것이다
다음에 또 모이면 그 친구를 부를 생각이다. 오면 같이 놀고, 거절하면 그 선택을 존중하면 된다.
말없이 떠나는 일이 반복된다면 “갈 때 한마디 해 줘. 걱정되니까”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기본적인 배려를 부탁하는 일이지, 사생활을 캐묻는 일이 아니다.
한 번의 수수께끼만으로 “분명 우리를 싫어할 거야”라고 단정하고 초대까지 끊는다면, 추측이 실제 관계를 바꾸게 된다.
사건이 미해결이어도 우정은 계속될 수 있다.
탐정은 퇴근했다. 아이스크림 쿠폰도 마침내 용의자 명단에서 빠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