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 기분이 가라앉을까?” “겨울잠과 잠은 어떻게 다를까?” AI에게 하나를 물으면 다음 궁금증이 떠오른다. 동물 이야기에서 수면으로, 수면에서 내 생활로 이어진다. 모르던 것들이 하나씩 연결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즐겁다.
그런데 대화창을 닫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하면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기억에 남은 것은 ‘모든 게 연결되는 느낌’뿐이다. 대화가 매끄럽게 흘러간 것과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사이에는 아직 넘어야 할 한 단계가 있다.
그 단계를 넘기 위해 AI와의 대화를 ‘설명을 듣는 시간’에서 ‘내 설명을 시험해 보는 시간’으로 바꿔 보자. 질문을 넓혀 가는 즐거움을 살리면서 답을 확인하는 과정도 함께 넣는 것이다.
쓸모 있는 모델은 다음 상황을 생각하게 해 주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모델이 꼭 복잡한 수식일 필요는 없다. ‘이런 조건이라면 이런 일이 생기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간단한 밑그림이다.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조건이 달라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설명할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메일 답장이 오지 않는 건 글이 너무 길어서야’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여기서 ‘요청을 하나로 줄이면 답하기 쉬워질지도 몰라’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상대가 휴가 중이라면 메일을 짧게 써도 답장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글의 길이라는 가설과 휴가라는 다른 가능성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다. 내 설명이 통하는 범위도 드러난다. ‘나를 싫어해서 답하지 않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확인해 볼 조건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짧은 메일에 한 번 답장이 왔다고 해서 원인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마침 상대에게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다. 모델은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고, 결과를 보면서 고쳐 나간다.
흥미로운 연결일수록 사실과 비유를 구분하기
동물의 스트레스 반응, 겨울잠, 겨울철 기분 저하를 ‘저전력 모드’라는 말로 묶으면 한눈에 이해한 듯한 느낌이 든다. 대화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인 동시에, 논리가 훌쩍 건너뛰기 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파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뒤 기어오르려는 행동이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보고됐다.[1] 이것만으로 파리도 사람과 똑같이 자신을 부정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측정한 행동과 그 당사자만 알 수 있는 주관적 경험을 구분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이를 계절에 따라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는 우울증으로 설명한다.[2] ‘사람에게 나타나는 옅은 겨울잠’이라는 비유가 떠올랐다고 해서 두 현상이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근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의 이상을 비유만으로 넘기지 말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자.
AI에게는 이렇게 요청할 수 있다. “방금 설명을 연구에서 관찰된 사실, 그 사실에서 나온 가설,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로 나눠 줘. 어떤 연결에 추가 근거가 필요할까?” 다만 이 분류 역시 AI가 내놓은 답이므로 중요한 부분은 원자료에서 확인한다.
AI와 함께 풀었다고 혼자서도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튀르키예의 고등학교 수학 수업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AI를 활용한 연습 중의 성적과 이후 AI 없이 측정한 학습 성과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다.[3] 튀르키예의 한 고등학교 수학 수업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설계된 AI 도구를 시험해 얻은 결과다. 모든 AI 활용이 학습을 방해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래도 자신의 사용 방식을 돌아보는 질문은 얻을 수 있다. 풀이 과정을 읽고 이해한 뒤 숫자만 바꾼 문제를 혼자 풀 수 있을까? 설명문을 다듬어 달라고 한 뒤 왜 그런 순서로 구성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답을 빨리 완성해야 하는 날에는 완성된 형태를 보여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연습하고 싶은 날이라면 “아직 답은 알려 주지 말고, 내가 여기까지 생각한 내용 중 어디를 확인하면 좋을지 하나만 짚어 줘”라고 요청한다. 그날의 목적에 맞춰 두 가지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대화를 깊게 만드는 다섯 가지 질문
-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어떤 전제를 확인하면 좋을까?” 먼저 자신의 예상을 한 문장으로 쓴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 전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기 위해서다.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면 용어 설명이나 작은 예시부터 시작해도 좋다.
- “그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해?” ‘똑똑하다’, ‘스트레스’, ‘효율적이다’ 같은 말을 그대로 넘기지 말고 어떤 행동이나 수치를 살펴보는 이야기인지 묻는다. 파리 이야기라면 관찰한 행동부터 확인한 다음 사람의 기분과 비교해 본다.
- “이 설명이 맞지 않는 예는 뭐가 있을까?” 메일을 짧게 써도 답장이 오지 않는 상황을 떠올리듯 설명이 통하지 않는 조건을 찾는다. AI가 제시한 반례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반론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 “판단의 핵심이 되는 주장은 어떤 원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어?” 저자, 제목, URL뿐 아니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도 요청한다. 실제로 자료를 열어 연구 대상, 방법, 결과를 읽는다. 실재하는 논문이라 해도 대화 속 주장의 근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확인할 수 없다면 판단을 보류한다.
- “화면을 보지 않고 설명했더니 무엇이 빠졌을까?” 잠시 대화를 닫고 자신의 말로 짧게 설명한다. 그런 다음 자료와 비교해 빠진 부분과 오류를 고친다. AI에게 답의 채점을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확인해야 할 부분을 짚어 달라고 한다.
이 다섯 가지를 매번 엄격하게 따라야 할 절차로 삼을 필요는 없다. “아, 재미있네” 하고 끝나는 가벼운 대화에도 가치가 있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주제나 판단에 활용하려는 설명에만 조금 더 힘을 들여 보자.
대화를 닫은 뒤 짧게 한 바퀴
지식을 떠올려 설명하는 연습의 학습 효과는 과학 지문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검토됐다.[4] 다만 아래의 시간 배분 자체가 연구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바쁜 날 시도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예다.
- 3분: 궁금한 질문과 자신의 예상을 쓴다
- 5분: AI와 대화하며 용어나 반례 하나를 깊이 살펴본다
- 3분: 대화를 닫고 설명과 ‘아직 모르는 점’을 쓴다
- 4분: 원자료에서 핵심을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고친다
총 15분 안에 논문 확인까지 마치지 못했다면 ‘확인 필요’라고 남겨 두면 된다. 시간 안에 깔끔한 결론을 내는 것보다 무엇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지 놓치지 않는 편이 다음으로 나아가기 쉽다. 다음 날 화면을 보지 않고 다시 설명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업무에 적용한다면 메일의 예처럼 부담이 작은 변화 하나를 고른다. 요청을 하나로 줄이거나, 필요한 답변을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언제까지 답장이 필요한지 알린다. 무엇을 바꿨고 결과가 어땠는지 적어 두면 다음 질문의 재료가 된다. 그 결과로 상대의 속마음까지 알아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실제 메일이나 상담 내용을 AI에 입력할 때는 이름, 연락처, 고객 정보, 회사 기밀을 빼고 필요한 구조만 남긴 가상의 예시로 바꾼다. 건강이나 돈처럼 영향이 큰 사안은 대화에서 얻은 설명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즐거움이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도록
AI와 대화하는 매력은 아이 같은 질문도 그 자리에서 파고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낯선 단어가 나오면 다시 물을 수 있고, 자신이 든 예로 새롭게 설명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시작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즐거움을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으로 이어 가려면 마지막에 자신의 차례를 조금 남겨 두자. 직접 설명해 본다. 설명이 맞지 않는 조건을 들어 본다. 자료를 살펴보고, 기분 좋게 이어지던 이야기에서 한 군데를 고쳐 본다.
끝에 남길 것은 세 줄이면 충분하다. ‘지금 설명할 수 있는 것’,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 ‘다음에 묻고 싶은 것’. 질문이 구체적으로 바뀌었다면 다음 대화는 앞선 대화가 끝난 자리에서 이어 갈 수 있다.
[1] Ries 외(2017). 스트레스를 받은 뒤 파리의 행동을 살펴본 원저 논문. https://www.nature.com/articles/ncomms15738
[2]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계절성 우울증 안내. https://www.nimh.nih.gov/health/publications/seasonal-affective-disorder
[3] Bastani 외(2025). 고등학교 수학에서 생성형 AI의 학습 지원을 살펴본 실험. https://doi.org/10.1073/pnas.2422633122
[4] Karpicke와 Blunt(2011). 과학 지문으로 인출 연습을 살펴본 실험. https://pubmed.ncbi.nlm.nih.gov/21252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