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 수족관(일본 아이치현의 작지만 인기 많은 수족관)의 안내 지도를 보다 보면 '다케시 맨션'이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이 순간부터 궁금해집니다.
수족관인데 맨션이라니.
물고기인데 주민이라니.
전시인데 공동주택이라니.
이름만으로 이미 이겼습니다.
수족관 전시는 보통 생물 이름이나 환경 이름으로 부릅니다.
미카와만 대형 수조.
심해 존.
열대 바다 존.
산호 수조.
알기 쉬운 이름들이죠.
그런데 '다케시 맨션'이라고 하면 그냥 수조가 아니게 됩니다.
누군가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주민들의 성격을 상상하게 됩니다.
어떤 물고기가 어느 방에 사는지 보고 싶어집니다.
전시 이름 하나로 보는 사람의 인식이 바뀐 겁니다.
같은 수조라도 이름에 따라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바위 지대 물고기 수조'라고 하면 바위와 물고기를 볼 뿐입니다.
하지만 '맨션'이라고 하면 집, 방, 이웃, 생활을 보기 시작합니다.
물고기를 종류가 아니라 주민으로 보게 되는 거죠.
이게 재미있습니다.
다케시마 수족관의 강점은 이런 이름 짓기와 손글씨 안내판에 있습니다.
희귀한 생물만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물론 심해 생물 전시도 강력합니다. 키다리게나 큰 쥐며느리 같은 대왕등각류는 생김새부터 압도적이죠.
하지만 다케시 맨션 같은 전시는 생물 자체의 임팩트가 아니라 '어떻게 보게 만들지'를 설계해서 이깁니다.
이건 블로그 글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제목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집니다.
'수족관 물고기 소개'보다 '다케시 맨션이 뭐길래?'가 더 읽고 싶어집니다.
'공용 수조의 전시 설계'보다 '물고기를 주민처럼 보여 주는 법'이 훨씬 와닿습니다.
이름은 단순한 라벨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의 머릿속 설정을 만들어 주는 장치입니다.
다케시 맨션은 수조를 맨션으로 바꿉니다.
물고기를 주민으로 바꿉니다.
관람객을 구경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입주 전에 집을 둘러보는 사람으로 바꿉니다.
바로 이 점이 강합니다.
게다가 이런 이름 짓기는 다케시마 수족관 특유의 수제 감성과도 잘 맞습니다.
대형 수족관처럼 말끔하고 아름다운 전시 이름만 쓰는 게 아니라, 살짝 장난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제대로 보고 싶어집니다.
이 '딱 좋은 느슨함'이 다케시마 수족관다운 매력입니다.
다케시 맨션은 전시 설계를 다루는 글감으로 꽤 쓸모가 큽니다.
생물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이름으로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보는 사람이 어떻게 한마디 하게 만들 것인가.
이 모든 게 다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의 한 줄 요약
다케시 맨션은 수조를 '물고기 공동주택'으로 바꿔 버린 이름 짓기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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