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재 100명을 고용했는데, 작업 지시서가 없어서 전부 휴게실에 있다
생성형 AI는 코드를 쓰고, 글을 만들고, 조사하고, 번역하고, 비교하고, 방대한 지식을 끌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당장 1인 회사를 여러 개 굴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문장에서 멈추기 쉽다.
“그래서 뭘 만들지?”
아무리 강한 AI도 일이 없으면 대기 능력일 뿐이다. 목적지 없는 페라리 100대는 그냥 굉장히 비싼 주차장이다.
AI 시대에 부족한 것은 항상 모델 성능이 아니다.
능력에 첫 일을 주는 사람이 부족할 수 있다.
2. 강한 것은 대발명보다 첫 불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디어 능력이라고 하면 세상에 없던 발명을 번쩍 떠올리는 모습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더 평범한 질문이 강하다.
- 이 부분 너무 번거롭다
- 이 두 가지를 연결할 수 없을까
- 기존 기능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없을까
- 이 단계는 애초에 왜 필요한가
- 최소한으로 한번 만들어 보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첫 아이디어는 완성품일 필요가 없다.
거친 시제품 하나만 있어도 “여기가 이상하다”, “이건 쓸 만하다”, “그러면 다음은 이것”이라는 생각이 나온다.
첫 수는 정답이 아니다.
다음 정답을 대량으로 만드는 발판이다.
3. 아이디어 능력은 하나의 능력이 아니다
| 능력 | 역할 |
|---|---|
| 발산 | 하나의 문제에서 여러 가능성을 만든다 |
| 유추 | 다른 분야의 구조를 가져온다 |
| 재결합 | 기존 A와 B를 새로운 C로 만든다 |
| 문제 발견 | 주어진 문제보다 앞선 불편을 찾는다 |
| 재구성 | 실제로 풀어야 할 질문을 다시 잡는다 |
| 수렴 | 구현할 아이디어를 고른다 |
| 분해 |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단위로 나눈다 |
| 착수 | 첫 번째 보이는 결과물을 만든다 |
| 재발상 | 결과물을 보고 다음 아이디어를 만든다 |
심리학의 발산적 사고는 중요한 일부다. APA는 이를 일반적으로 쓰거나 학습된 전략에서 벗어나 문제를 풀고 판단하는 창의적 사고로 설명한다.[1]
하지만 발산적 사고 검사가 현실의 창의성 전체와 같은 것은 아니다.[2]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를 다시 잡고, 선택하고, 만들고, 보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필요하다.
4. 창의성은 “생성→탐색→다시 생성”의 왕복에 가깝다
창의적 인지 연구의 Geneplore 모델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생성 과정과 그것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탐색 과정을 순환하는 것으로 본다.[3]
AI 개발에 대입하면 쉽다.
- 떠올린다
- AI와 대화한다
- 거친 사양을 만든다
- 구현한다
- 움직여 본다
- 뭔가 다르다고 느낀다
- 새로운 관점을 찾는다
- 다시 만든다
즉 아이디어는 구현 전에 완성될 필요가 없다.
구현 자체가 사고의 일부가 된다.
시제품에 세 달이 걸리던 세계와 30분 만에 보이는 것이 나오는 세계는 생각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5. “멀티태스킹 못한다”는 인간이 전부 해야 한다면 맞는 말이다
사람이 열 개의 프로젝트와 코드와 검증 상태를 동시에 머리에 올리는 것은 어렵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다.
사람이 멀티태스킹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이 병렬 처리하면 된다.
사람은 방향, 우선순위, 허용 범위, 최종 채택을 가진다.
조사, 사양화, 구현, 시험, 번역, 감사는 의존성을 확인한 뒤 분리할 수 있는 만큼 AI에게 맡긴다.
멀티태스킹이 약하다면 오히려 업무를 머리 밖으로 꺼내 명확한 책임으로 만드는 설계의 가치가 커진다.
6. 거대한 코퍼스는 자재 창고이지 설계도가 아니다
AI와 지식 코퍼스가 아무리 거대해도 무엇을 만들지 자동으로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목재, 철, 유리, 공구, 중장비가 전부 있는 거대한 자재상과 같다.
굉장하다.
하지만 무엇을 지을지 정하지 않으면 자재상은 계속 자재상이다.
“이 불편을 없애고 싶다.” “이 두 시스템을 합치면 재미있겠다.” “이 경험을 한 단계 올리고 싶다.”
이런 방향이 들어가는 순간 능력이 일이 된다.
AI보다 많이 알 필요는 없다.
어디를 파야 하는지 지시할 수 있으면 된다.
7.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문제를 다시 만드는 능력이 강해질 수 있다
디자인 연구에서는 복잡하고 열린 문제를 다룰 때 프레임을 만들고 다시 잡는 행위가 핵심 실천으로 논의되어 왔다.[4]
AI가 빠른 답변기가 될수록 더 중요하다.
잘못된 질문을 던지면 AI는 잘못된 문제에 아주 그럴듯한 정답을 고속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업무를 어떻게 빨리 하지?”뿐 아니라,
“이 업무가 정말 필요한가?” “사용자는 빠른 업무를 원하는가, 아니면 업무가 사라지길 원하는가?” “다른 입구에서 풀 수 없는가?”
를 물어야 한다.
8. 구현이 빨라지면 산출물뿐 아니라 아이디어도 늘어난다
Noy와 Zhang의 사전등록 실험에서, 연구 대상 전문 글쓰기 과제에 ChatGPT를 사용한 집단은 평균 작업 시간이 40% 줄고 평가 품질이 18% 높아졌다.[5]
모든 업무가 똑같이 빨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시험 비용이 내려가면 시험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결과물을 많이 볼수록 “생각보다 별로다”, “다른 용도가 더 낫다”, “옆 기능과 연결된다” 같은 새로운 정보가 생긴다.
그래서
발상 → 구현 → 관찰 → 재발상
이 짧아질수록 아이디어는 단발이 아니라 연쇄가 된다.
9. 다만 AI에게 모든 아이디어를 맡기면 모두 같은 산을 오를 수 있다
Doshi와 Hauser의 실험에서는 생성형 AI의 이야기 아이디어 지원이 개인 작품의 평균 평가를 높였지만, AI 지원 작품끼리 더 비슷해져 집단 수준의 다양성이 줄었다.[6]
모두가 같은 모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 10개”를 묻는다면 같은 관광버스를 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의 독특한 입력이 중요하다.
- 실제로 겪은 번거로움
- 현장에서 본 이상함
- 기존 시스템의 특수한 제약
- 다른 분야에서 가져온 비유
- 이상한 조합
-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라는 질문
사람이 이상한 돌 하나를 던지고, AI가 파문을 키우게 하는 편이 더 재미있다.
10. 실전 루프는 단순하다: 불꽃→한 문장→분해→위임→확인→다시 불꽃
- 불꽃 — “이게 이렇게 되면 편하지 않을까?”
- 한 문장 — 누구의 어떤 상태를 어떻게 바꿀지 적는다.
- 분해 — 조사, 설계, 구현, 검증으로 나눈다.
- 위임 — 모든 일을 머리에 담지 말고 AI에 맡긴다.
- 결과물 — 글, 화면, 코드, 데이터 등 보이는 것을 만든다.
- 재확인 — 실제 목표 상태가 되었는지 검증한다.
- 재발상 — 이것이 생겼으니 이제 무엇이 가능한지 본다.
A가 생기면 B가 보인다. A+B가 C를 만든다. C는 서비스 전체를 D로 다시 정의하게 한다.
처음에는 작은 불꽃이었는데 어느새 발전소가 들어선다.
11. 함정은 아이디어 속도가 정리 속도를 추월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도 빠르고 구현도 빠르면 시스템은 증축을 반복한다.
어느 날 배선을 열고 말한다.
“이거 누가 만들었지?”
어제의 나다.
해결책은 아이디어를 막는 것이 아니다.
- 진실의 원천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는다
- 같은 책임의 두 번째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
- 가능하면 기존 구조에 통합한다
- 정말 독립적인 작업만 병렬화한다
- 구현 후 반드시 다시 읽고 확인한다
- 중요한 변경에는 품질 관문을 둔다
- “만들 수 있다”와 “지금 만들어야 한다”를 구분한다
가속기를 약하게 하기보다 조향장치와 브레이크를 강화해야 한다.
12. 결론: AI 시대의 강점은 AI를 쓰는 것보다 AI에게 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모델은 더 강해질 것이다.
지식 접근도 늘고, 코딩과 글쓰기도 빨라지고, 여러 에이전트를 돌리는 것도 쉬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에게 남는 중요한 층은 바뀐다.
무엇을 만들지 찾는다.
첫 계기를 만든다.
문제를 다시 정의한다.
업무를 나눈다.
AI에 맡긴다.
실제 결과를 본다.
거기서 다음 아이디어를 만든다.
AI는 거대한 능력이다.
하지만 능력은 일이 주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천재 AI 100명이 있는 회사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은 101번째 천재가 아닐 수 있다.
작업 지시서 첫 줄을 쓰는 사람일 수 있다.
- APA Dictionary of Psychology, “divergent thinking. dictionary.apa.org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The science behind creativity” — notes that divergent-thinking measures are useful but do not map cleanly onto real-world creativity as a whole apa.org
- Ward, T. B., Smith, S. M., & Finke, R. A., “Creative Cognition,” in Handbook of Creativity; see also Geneplore descriptions of iterative generative and exploratory processes cambridge.org
- Dorst, K. (2011). “The core of ‘design thinking’ and its application.” Design Studies, 32(6), 521–532 doi.org
- Noy, S., & Zhang, W. (2023).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productivity effect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cience, 381(6654), 187–192 doi.org
- Doshi, A. R., & Hauser, O. P. (2024). “Generative AI enhances individual creativity but reduces the collective diversity of novel content.” Science Advances, 10(28), eadn5290 do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