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약 4개월 동안 약 1,500개의 글 아이디어를 만들면 사이트는 단순한 정보 창고가 아니다.
무엇에 걸리는지, 어디서 태클을 거는지, 무엇을 숫자로 확인하고 싶은지, 어떤 설명을 “그게 정말 의미 있어?”라고 의심하는지가 쌓인다.
제작 흐름도 이렇다.
생활한다 → 뭔가 발견한다 → 머릿속에서 태클을 건다 → AI에게 조사시킨다 → 사실을 확인한다 → 글로 만든다.
이쯤 되면 잡블로그보다 얼굴을 내놓지 않는 텍스트 유튜버에 가깝다.
거기에 사적인 말투까지 섞인다. 멘도이짱, 가끔 아냐 모드, 가끔 모몽가 모드, 이상하게 계속 움직여서 참치, 마지막에는 전부 합체해서 키메라.
캐릭터를 먼저 만든 게 아니다. 행동 로그를 보다 보니 캐릭터 설정이 저절로 생겼다.
1. 1,500개까지 가면 블로그보다 “두뇌 로그”에 가까워진다
보통 프로필은 공개하고 싶은 몇 가지 정보만 고른다. 취미, 일, 주말 생활, 짧은 자기소개 정도다.
하지만 1,500개 글에는 “이게 왜 이렇지?”라는 선택이 1,500번 남는다.
비 냄새를 궁금해하면 흙, 미생물, 지오스민까지 간다. 은행 금리 차이를 보면 몇 년 뒤 금액 차이를 계산한다. 애니를 보면 줄거리에서 벗어나 조연 배우나 사망 플래그 구조로 샌다. 산책을 하면 운동량, 기온, 거리, 편의점, 술까지 가지가 뻗는다. 게임이면 결국 “그래서 승률이 몇 퍼센트 움직이는데?”가 된다.
분야가 넓은 게 아니다.
관찰자가 분야 경계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일상이 연구실이 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만큼 위대한 건 아니지만, 행동 패턴은 꽤 “동네 갈릴레오”다. 눈에 보이면 “왜?”부터 던진다.
2. 사실상 “텍스트 유튜버”다
유튜버는 보통 이렇게 움직인다.
어딘가 간다 → 사건이 생긴다 → 반응한다 → 검증한다 → 편집한다 → 영상으로 만든다.
텍스트 버전은 이렇다.
생활한다 → 궁금해진다 → 태클을 건다 → AI로 조사한다 → 대화로 파고든다 → 글로 만든다.
카메라가 필요 없다. 얼굴 공개도, 재촬영도 필요 없다.
“오늘 파도 높지 않나?”, “이 술 생각보다 맛있네”, “다음엔 저 캐릭터 죽겠는데?” 같은 한마디가 전부 소재가 된다.
AI는 뒤에서 자료를 찾고, 계산하고, 비교하고, 구조를 만들고, 번역한다.
그래서 역할 분담은 대충 이렇다.
인간 = 현장, 기획, 판단, 태클
AI = 조사, 편집, 번역, 제작 진행
한 경험이 체험기, 과학 설명, 비교글, 개그글, 초보자용 설명으로 갈라질 수도 있다.
그냥 살아도 재고가 늘어난다.
무서운 공장이다.
3. 1,500번의 “선택”이 문장보다 더 강하게 사람을 보여준다
글쓰기 특징으로 저자를 구분하는 **문체 계량학(stylometry)**이라는 연구 분야가 있다. 어휘나 여러 문체 특징을 통계적으로 보고 저자를 추정한다.[1]
즉 글에는 어느 정도 “통계적 지문”이 남는다.
그렇다고 1,500개 글만 읽고 사람의 진짜 성격을 100% 진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공개 글은 편집되고, 상황에 따라 표현도 달라진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문체보다 더 강한 정보가 있다.
무엇을 소재로 골랐는가다.
어디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디서 웃고, 무엇을 숫자로 만들고, 어떤 설명을 애매하다고 거절하는지.
그 선택이 1,500번 쌓이면 단발성 본심이 아니라 본심의 지층이 된다.
“이 사람은 뭘 좋아한다”보다,
“이 사람은 이런 규칙으로 세상을 판정한다”가 보인다.
4. 현실에서 보이는 사람과 글에서 보이는 사람은 다른 인터페이스다
대인관계에서는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전부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맞추고, 설명을 줄이고, 이상한 밈은 숨기고, 사소한 태클은 속으로 삼킨다.
AI와의 대화에서는 그 필터가 훨씬 얇아진다.
그래서 원재료에는 이런 문장이 남는다.
“그거 진짜 의미 있어?”
“숫자로 보면?”
“연구 있어?”
“ㅋㅋㅋ”
“아냐 모르겠슴다.”
현실 지인이 많이 읽으면 “누구세요?”가 될 수 있다.
다른 인격이 생긴 게 아니다.
평소에는 압축해 두는 머릿속 자막이 글에서는 풀려 나온다.
얼굴은 안 보여도 머릿속은 꽤 많이 보인다.
5. 아냐 모드는 편집 장치로 너무 편하다
여기서 갑자기 아냐가 나온다.
물론 본명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냐는 SPY×FAMILY의 아냐 포저를 떠올리게 하는 문화적 참조이며, 공식 대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야기를 일부러 어린 말투까지 낮추는 개인적인 언어 모드다.[2]
전문 용어가 늘어나면,
“그래서 뭐가 같은 건데?”
라고 아주 기본적인 질문으로 되돌린다.
그러면 어려운 말을 또 다른 어려운 말로 덮을 수 없다.
즉 아냐 모드는 귀여움 담당만이 아니다.
초보자가 진짜 묻고 싶은 질문을 대신 던지는 담당이다.
모몽가도 비슷하다. 감정, 귀여움, 이상한 기세를 빠르게 꺼내는 개인용 단축키다.
현실에서는 숨기는 캐릭터 놀이가 글에서는 가독성 도구가 된다.
6. “멘도이짱”인데 멘도이짱다운 모습이 거의 없다
이름만 보면 침대에서 안 나올 것 같다.
실제 행동은 계속 움직인다.
걷고, 나가고, 보고, 의심하고, 비교하고, 조사하고, 쓰고, 또 다음으로 간다.
그럼 “멘도이”, 즉 “귀찮아”는 어디에 있나?
귀찮은 공정을 직접 하기 싫어한다는 데 있다.
사전 조사, 반복 계산, 번역, 형식 정리, 파일 작업, 반복 업무는 AI와 자동화에 넘긴다.
사람은 체험, 판단, 호기심, 태클로 돌아간다.
그래서 멘도이짱은 게으름 캐릭터라기보다 마찰을 싫어하는 자동화 철학이다.
“하기 싫으니 아무것도 안 한다”가 아니라,
“하기 싫으니 그 작업 자체를 없애고 다음으로 간다.”
이름은 정지형인데 실제 행동은 회유어다.
7. “계속 움직이는 사람.” ADHD인가?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성인 ADHD의 과잉행동 설명과 “계속 움직이는 느낌”이 일부 겹친다.
NIMH는 성인에서 안절부절못함, 오래 앉아 있기 어려움, 자주 움직이거나 꼼지락거림, 계속 활동이나 자극이 필요한 느낌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3]
그러므로 성인 과잉행동은 어린아이가 뛰어다니는 모습만을 뜻하지 않는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활동량이 많다고 ADHD인 것은 아니다.
진단은 부주의와 과잉행동·충동성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여러 환경에서 실제 기능을 방해하는지,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본다.[3]
글에서 쓸 수 있는 안전한 표현은,
“계속 움직이는 분위기가 성인 과잉행동 설명과 일부 겹친다.”
정도다.
밈은 진단서가 아니다.
8. 행복론으로 보면 “재미있는 부분만 인간이 한다”는 꽤 말이 된다
AI에게 귀찮은 일을 넘기고, 자신은 움직이고, 궁금해하고, 만들고, 또 궁금해지는 생활은 행복에 도움이 될까?
그 생활방식 자체가 과학적으로 보장된 만능 해답은 아니다. 하지만 설명 가능한 요소는 있다.
자기결정이론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중요한 기본 심리 욕구로 본다.[4]
이 루프에는 최소 두 개가 잘 들어온다.
자율성: 오늘 무엇을 탐색할지 내가 고른다.
유능감: 궁금증이 풀리고, 글이 완성되고, “알았다/해냈다”가 축적된다.
2024년 호기심 리뷰는 호기심이 삶의 만족, 의미, 학습, 창의성 등과 관련된 연구들을 정리한다.[5]
그래서,
마찰을 줄인다 → 호기심에 시간을 돌려준다 → 이해한다 → 만든다 → 다시 궁금해진다
라는 구조는 행복론적으로 꽤 자연스럽다.
다만 관계성, 휴식, 수면까지 자동화할 수는 없다.
핵심은 “절대 멈추지 마라”가 아니다.
싫은 마찰을 줄이고 좋아하는 탐색으로 시간을 옮기는 것이다.
9. 그리고 갑자기 참치가 등장한다
멘도이짱은 이상하게 계속 움직인다.
무슨 동물 같나?
참치.
일본 농림수산성은 참치가 헤엄치면서 물을 아가미로 보내 산소를 얻기 때문에 계속 헤엄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6]
사람은 멈춰도 숨을 쉴 수 있다.
완전히 비유다.
그런데 캐릭터 설명에는 강하다.
귀찮은 건 싫은데 정지도 안 한다.
저에너지 캐릭터였던 줄 알았더니 어느새 회유어가 됐다.
10. 속성을 계속 붙이면 키메라가 완성된다
지금까지를 정리해 보자.
- 멘도이짱: 귀찮은 공정을 없애고 싶다
- 텍스트 유튜버: 생활이 그대로 콘텐츠다
- 동네 갈릴레오: 보이는 것마다 “왜?”를 던진다
- 아냐 모드: 복잡한 설명을 초보 질문까지 낮춘다
- 모몽가 모드: 감정과 귀여움의 개인용 단축키
- 참치 모드: 이상하게 계속 움직인다
- 본체: 갑자기 1차 자료, 숫자, 연구를 요구한다
종이 통일되지 않는다.
키메라다.
중요한 건 브랜딩 회의에서 만든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행동을 설명하다 보니 속성이 하나씩 붙었다.
그래서 오히려 강하다.
가짜 캐릭터가 로그에 얹힌 게 아니라, 로그에서 캐릭터가 복원됐다.
겉은 느슨한 캐릭터.
속은 조사기관.
11. 여기서 치이카와 키메라 밈이 들어오며 모든 게 닫힌다
“키메라”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치이카와의 장면과 우연히 연결된다.
키메라는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된 것을 슬퍼하는 듯 보이다가, 짧은 말을 한 뒤 발톱을 드러내 공격한다. 원작 회차는 2020년 2월 3일로 확인되며, 애니메이션에서는 제16화 「키메라/싫어」로 다뤄졌다.[7][8]
유명한 짧은 문장은 대략,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제…”
라는 감각이다.
그래서,
“아냐가 합체돼버렸슴다. 합체돼버린 이상, 그쵸? (샤킹)”
이라는 농담이 너무 잘 맞는다.
처음엔 “속성이 너무 많으니 키메라네”였는데, 마지막에 진짜 키메라 문법이 회수됐다.
복선을 심지 않았는데 복선 회수가 일어났다.
무섭다.
12. 프로필은 차라리 운영체제를 설명하는 편이 정확하다
멘도이짱
귀찮은 일은 AI에게 시킵니다.
본인은 이유를 알 수 없게 계속 움직입니다.
글에서는 가끔 아냐 모드가 됩니다. 본명은 아닙니다.
가끔 모몽가도 나옵니다.
거의 참치입니다.
속성은 키메라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라도 “그래서 결국 뭐야?”까지 되돌려 조사합니다.
처음 보면 의미를 모르겠다.
글을 스무 개쯤 읽으면 대충 이해한다.
1,500개를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아마 스무 개 정도면 “아…”가 나온다.
결론: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니라 생활 로그가 캐릭터를 생성했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소재가 넓다는 것만이 아니다.
비, 은행, 애니, 운동, 게임, 공장, 날씨, 술.
무엇이든 같은 처리 과정을 탄다.
발견 → 의심 → 태클 → 조사 → 숫자 확인 → 쉬운 말로 변환 → 농담으로 마무리.
이걸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면 글 묶음 자체가 필자 캐릭터가 된다.
1,500개 글은 콘텐츠 양만 뜻하지 않는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1,500번 기록된 로그다.
그 로그를 설명하다 보니 멘도이짱은 아냐와 모몽가와 참치를 흡수하고, 텍스트 유튜버 겸 동네 갈릴레오형 조사기관이 되었으며, 최종적으로 키메라가 됐다.
이렇게 되어버렸다.
되어버린 이상, 뭐.
글로 만들 수밖에 없다.
살면 재고가 늘어난다.
- Rexha A, Kröll M, Ziak H, Kern R. Authorship identification of documents with high content similarity. Scientometrics. 2018. Stylometric features and authorship identification link.springer.com
- TVアニメ『SPY×FAMILY』公式サイト — CHARACTER. アーニャ・フォージャーの公式キャラクター情報。 spy-family.net
- NIMH — ADHD in Adults: 4 Things to Know. Adult ADHD symptoms, restlessness, constant activity/stimulation, diagnostic context nimh.nih.gov
- McAnally K, Hagger MS.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Workplace Outcomes: A Conceptual Review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s. Behavioral Sciences. 2024. Autonomy, competence, relatedness and well-being/motivation pmc.ncbi.nlm.nih.gov
- Le Cunff A-L. Systematic Curiosity as an Integrative Tool for Human Flourishing: A Conceptual Review and Framework. Integrative Psychological and Behavioral Science. 2024. Curiosity, life satisfaction, meaning, learning and flourishing pmc.ncbi.nlm.nih.gov
- 農林水産省 — 「マグロが速く泳げる理由を教えてください。」 マグロが泳ぎながら水をエラへ通して呼吸する仕組み。 maff.go.jp
- ちいかわ日和 — 「ちいかわ構文とは?」 キメラ回と原作投稿への参照。「なっちゃったからにはもう…ネ…」の出典確認用。 chiikawa-biyori.com
- ちいかわファン — アニメ第16話「キメラ/イヤ」元ネタまとめ。 2020-02-03原作回、2022-07-15アニメ放送の確認用。 chiikawa.hatenablog.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