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귓가에서 "위이잉" 소리가 난다.
졸리다.
깜깜하다.
가렵다.
가족은 자고 있다.
그런데 모기는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게 전기 모기채다.
생김새부터 강해 보인다.
이름도 강하다.
전류로 "지직" 하고 잡는다.
모기 잡는 최종 병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 생긴다.
손으로도 못 잡는 모기를, 모기채로 정말 잡을 수 있을까?
모기를 못 잡는 이유는 꼭 "공격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거기에 문제가 있지 않다.
찾지 못한다.
놓친다.
너무 작다.
막 잠에서 깨서 판단이 둔하다.
어두워서 조준이 안 된다.
애초에 맞지를 않는다.
결국 모기 퇴치의 병목은 '화력'이 아니라 '수색'과 '명중률'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전기 모기채는 단숨에 수상해진다.
전기 모기채가 이론상 가진 장점
물론 전기 모기채에도 나름의 논리는 있다.
손으로 모기를 때리려고 하면 손을 오므릴 때 생기는 바람에 모기가 도망가는 일이 있다.
반면 전기 모기채는 그물 모양이라 공기가 잘 빠져나간다.
게다가 면적도 넓다.
전기가 흐르는 부분에 모기가 닿기만 하면 잡힌다.
그러니까 이론상 장점은 이렇다.
- 손보다 면적이 넓다
- 그물눈 덕분에 바람에 밀려 도망가기 어렵다
- 닿기만 하면 전기로 잡힌다
- 공중을 나는 벌레는 맞히기 쉽다
- 초파리나 파리처럼 눈에 보이는 벌레에는 편리하다
이런 점에서 전기 모기채는 나쁜 도구가 아니다.
문제는 실전 환경이다.
현실: 한밤중의 모기는 애초에 보이지 않는다
한밤중에 모기를 잡는 건 게임으로 치면 난이도가 꽤 높다.
환한 낮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때리는 것과는 다르다.
한밤중의 모기와는 이런 조건에서 싸우게 된다.
- 방이 어둡다
- 나는 막 잠에서 깬 상태다
- 모기가 작다
- 소리만 들린다
- 한번 놓치면 다시 찾기 어렵다
- 얼굴이나 다리 같은 몸에 앉기도 한다
- 이불이나 가구가 방해된다
- 가족이나 같이 사는 사람을 깨우고 싶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필요한 건 화력이 아니라 수색 능력이다.
그런데 전기 모기채는 모기를 자동으로 찾아주지 않는다.
유도해 주지도 않는다.
조준 보정도 없다.
잠에서 막 깬 사람의 눈과 팔에 전부 달려 있다.
즉 전기 모기채는 이런 도구다.
보이는 적을 쓰러뜨리는 무기.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주는 도구가 아니다.
여기가 중요하다.
손으로 안 되면 모기채로도 안 된다는 문제
"손으로 못 잡는 모기를 모기채로는 잡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밝은 곳에서 모기가 눈앞을 날고 있다면 모기채는 꽤 효과적이다.
손보다 면적이 넓고, 바람에 밀려 도망가는 일도 적다.
공중전이라면 손보다 승률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한밤중 침실에서 모기를 놓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애초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는지 모른다.
소리만 들린다.
마음은 급하다.
졸리다.
다리에 앉는 순간 모기채를 내리친다.
이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기를 잡기도 전에 내가 감전된다.
그러니 전기 모기채도 잘못 쓰면 '가장 노릇 하는 사람을 벌레 취급하는 무기'가 된다. (일본어로 '가족의 기둥'이라 부르는 집안의 가장을 말한다.)
모기를 잡으려다 내 발등을 "지직" 하고 지진다.
가족을 깨우지 않으려고 싸웠는데, 내 비명에 다 깬다.
수호자인 줄 알았는데 제일 먼저 쓰러진다.
이쯤 되면 모기 잡는 무기라기보다 잠에서 막 깬 사람을 시험하는 장치다.
전기 모기채는 '에임 무기'다
전기 모기채는 게임으로 치면 에임 무기다.
보이는 적에게 조준을 맞춰서 명중시켜야 한다.
범위 공격이 아니다.
자동 추적도 아니다.
설치형 방어 장치도 아니다.
그래서 어울리는 상황이 꽤 제한적이다.
전기 모기채가 어울리는 상황
- 밝은 방에서 모기가 보인다
- 초파리나 파리가 날아다닌다
- 모기 기둥(작은 벌레가 한곳에 뭉쳐 날아다니는 무리)처럼 작은 벌레가 모여 있다
- 공중에서 안전하게 휘두를 수 있다
- 몸이나 이불에 닿지 않게 쓸 수 있다
- 살충 스프레이를 쓰지 않은 환경이다
전기 모기채가 어울리지 않는 상황
- 한밤중이라 어둡다
- 막 잠에서 깨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 모기를 놓쳤다
- 다리나 얼굴에 모기가 앉아 있다
- 가족을 깨우고 싶지 않다
- 이불 속이나 좁은 곳에서 싸우고 있다
- 방금 살충 스프레이를 썼다
이 차이는 꽤 크다.
"전기 모기채가 강한가?"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사람이 맞힐 수 있는가?"
가 진짜 문제다.
피부 위의 모기에게 모기채를 쓰지 마라
전기 모기채는 모기에게 대는 것이지 사람에게 대는 것이 아니다.
사용설명서에도 전원이 켜져 있을 때 전기 그물(망)에 손대지 말 것,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향해 쓰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다.
감전이나 부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등에 앉은 모기를 전기 모기채로 치는 건 도구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일이다.
그건 이미 모기를 잡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벌레 취급하는 것이다.
모기는 작다.
발은 크다.
졸린 사람의 명중률은 낮다.
결국 모기보다 집안의 가장이 먼저 쓰러진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모기채가 아니라 손으로 쫓아내기, 휴지로 때리기, 이불에서 떨어지기, 아니면 방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원푸시 스프레이는 '영역 전개'다
반면 원푸시 타입 모기약 스프레이는 설계 사상이 완전히 다르다.
전기 모기채가 '적에게 맞히는 무기'라면, 원푸시는 '공간을 제압하는 도구'다.
일본의 방충 용품 제조사 킨초(KINCHO)의 '카가이나쿠나루 스프레이(모기가 없어지는 스프레이라는 뜻)'는 다다미 4.58장 크기(대략 713제곱미터)의 방에 한 번 누르면 방 전체에 효과가 퍼지고, 12시간용은 약 12시간, 24시간용은 약 24시간 지속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기를 눈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모기를 찾지 않아도 된다.
쫓아가지 않아도 된다.
맞히지 않아도 된다.
잠에서 막 깬 상태로 에임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방에 한 번 누른다.
공간에 약제가 퍼진다.
벽이나 천장 등에 달라붙는다.
거기에 모기가 앉는다.
떨어진다.
이쯤 되면 모기용 영역 전개다. ('영역 전개'는 일본 만화 '주술회전'에 나오는 필살기로, 자기 주변 공간을 통째로 자기 규칙으로 바꿔 버리는 기술이다.)
전기 모기채: 모기에게 맞힌다
원푸시: 방을 모기가 살기 힘든 공간으로 바꾼다
이 차이는 크다.
모기랑 FPS 하지 마라
한밤중에 모기를 잡을 때, 잠에서 막 깬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모기를 상대로 FPS(1인칭 슈팅 게임)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디야?"
"소리 났는데"
"보였다"
"도망갔다"
"다리에 앉았다"
"지금이다!"
"으아아아아!"
이 흐름은 거의 패배 패턴이다.
졸린 사람은 판단이 둔하다.
모기는 작다.
어두운 방에서는 놓친다.
그리고 전기 모기채는 맞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에임 승부를 그만두는 편이 낫다.
원푸시로 영역을 전개한다.
모기향 같은 장치로 결계를 친다.
방충망과 침입 경로를 확인한다.
자기 전에 예방한다.
이쪽이 훨씬 합리적이다.
다만 원푸시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원푸시 타입이 편리하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써도 되는 건 아니다.
공식 Q&A에서도 다다미 4.5~8장 크기당 1회 분사로 충분한 약량이 나오니 여러 번 누르지 말라고 안내한다.
또 분사할 때 약제가 얼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람 몸에 쓰는 벌레 기피제가 아니므로 몸에 직접 뿌려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도 주의가 필요하다.
개나 고양이가 있는 방에서 쓸 수 있다고 안내되는 경우에도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
한편 곤충,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을 키우는 방에서는 쓰지 말라고 안내한다.
즉 원푸시는 강력하지만 사용법은 지켜야 한다.
영역 전개는 강하다.
다만 아군까지 휘말리는 환경에서는 쓰지 마라.
이 정리가 중요하다.
전기 모기채와 살충 스프레이를 같이 쓰면 위험하다
전기 모기채에는 또 다른 주의점이 있다.
살충 스프레이를 많이 뿌린 직후에 전기 모기채를 쓰면 위험하다.
스프레이의 분사 가스에 가연성 가스가 들어 있으면 모기채의 불꽃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일본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NITE)의 사고 자료에도, 살충제를 많이 뿌린 상태에서 라켓형 전기 살충기를 썼다가 스파크로 불이 붙어 폭발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그러니 모기와의 전투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건 이것이다.
스프레이로 공간 제압
↓
아직 불안
↓
전기 모기채로 추가 공격
↓
불꽃
↓
사고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하다.
원푸시를 쓴다면 용법과 용량을 지킨다.
전기 모기채를 쓴다면 스프레이 직후에는 쓰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서는 이렇게 구분해야 한다.
도구를 비교할 때는 '화력'이 아니라 '운용'을 보자
모기 대책 용품은 화력만 따져서 비교하면 판단을 그르친다.
중요한 건 어떤 병목을 해결해 주느냐다.
| 도구 | 해결해 주는 문제 | 약한 점 |
|---|---|---|
| 손으로 때리기 | 피부 위의 모기를 바로 처리할 수 있다 | 빗나가기 쉽고, 손이 더러워지고, 바람에 밀려 도망간다 |
| 전기 모기채 | 눈에 보이는 벌레를 맞히는 데 도움이 된다 | 놓친 모기에 약하고, 사람이 감전될 위험이 있다 |
| 원푸시 | 방 전체를 처리할 수 있다 | 용법·용량, 반려동물과 다른 생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
| 모기 퇴치기·노마트(전기로 약제를 퍼뜨리는 일본의 플러그인 방충기, 이런 종류) | 계속 방어한다 | 즉효성은 제품에 따라 다르다 |
| 방충망·침입 경로 대책 | 애초에 못 들어오게 한다 | 이미 들어온 모기에는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
이 표로 보면 한밤중 침실에서 강한 건 전기 모기채가 아니다.
한밤중 침실에 필요한 건 명중 보조가 아니라, 찾을 필요 없는 공간 대책이다.
그러니 원푸시 타입이 강하다.
결론: 가장을 벌레 취급하느니 원푸시로 영역을 전개하는 편이 확실하다
전기 모기채는 눈에 보이는 벌레에게는 편리하다.
낮의 초파리, 밝은 방의 파리, 공중을 나는 눈에 보이는 모기에는 쓸 만하다.
하지만 한밤중 침실에서 "위이잉" 하고 들리는 모기를 잡는 도구로는 사람 쪽 성능에 너무 많이 기댄다.
보이지 않는다.
맞지 않는다.
졸리다.
마음이 급하다.
다리에 앉는다.
내가 감전된다.
이러면 모기보다 먼저 집안의 가장이 쓰러진다.
그러니 한밤중 모기 대책은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잠에서 막 깬 몸으로 모기랑 FPS 하지 마라.
전기 모기채로 자기 자신을 벌레 취급하지 마라.
원푸시로 영역을 전개해라.
물론 원푸시도 만능은 아니다.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한다.
반려동물이나 물고기, 곤충 등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스프레이 직후에 전기 모기채를 같이 쓰는 것도 위험하다.
그래도 한밤중 침실이라는 조건에서는 에임 무기보다 범위 마법이 더 강하다.
모기를 놓친 시점에서 승부는 이미 수색전이다.
거기서 모기채를 휘두르는 건 사람 쪽에 너무 가혹하다.
가장을 벌레 취급하느니 방 전체를 제압하는 편이 낫다.
이것이 원푸시 신봉자가 합리적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