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ADHD나 자폐 관련 글을 계속 보다 보면 임상심리 글이 아니라 기체 스펙표를 읽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주의가 잘 흩어진다.
→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쉽게 질린다.
→ “호기심이 매우 강하다”
마감 직전까지 시작하지 못한다.
→ “위기에서 폭발적으로 집중한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 “생각이 너무 빨라 손이 못 따라간다”
이 변환을 계속 쌓으면 진단명은 어느새 “성능은 비정상적으로 높지만 일반 조종사는 다루기 어려운 시험제작 모빌슈트”가 된다.
강점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ADHD나 자폐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도 지능, 성격, 능력, 관심사, 어려움, 환경은 크게 다르다. 어떤 환경에서 불리한 특성이 다른 환경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지점은 따로 있다.
“발달장애를 고정관념으로 보지 말라”고 말하면서 곧바로 “ADHD인 사람은 사실 이런 사람이다”라고 새로운 고정관념을 만드는 것.
이게 자기참조 버그다.
1. ADHD는 연구로 확인된 ‘지능 버프’가 아니다
ADHD를 높은 일반지능의 증거로 보는 근거는 없다.
성인 ADHD의 지적 기능을 다룬 메타분석은 18개 연구, ADHD 성인 1,031명과 대조군 928명을 분석했다. 평균 WAIS 전체지능지수는 ADHD군에서 더 낮았지만 차이는 작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라고 평가됐다. 공존질환 같은 표본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이 결과가 “ADHD는 지능이 낮다”는 뜻도 아니다.
핵심은 단순하다. 진단명은 IQ 능력치가 아니다.
고지능 ADHD도 있고 평균 수준의 ADHD도 있고 인지검사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ADHD도 있다. ADHD는 지능 보너스의 이름이 아니다.
2. 자기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현상은 실제 연구 대상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ADHD 아동 연구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외부평가보다 높게 보는 positive illusory bias, 즉 PIB가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SNS식 한 문장과 다르다.
ADHD 청소년 326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학업·사회성·행동 전 영역에 걸친 광범위한 PIB를 보인 비율은 18.4%였다. 추가로 29%는 학업 영역에서만 PIB를 보였다.
즉,
“이 현상이 존재한다”와 “ADHD인 사람은 모두 이렇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ADHD 성인 47명과 대조군 47명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주의 기능에 대한 자기평가가 실제보다 높은 경향이 있었지만, 실행기능과 기억에서는 같은 패턴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령과 영역을 빼버리면 연구가 밈으로 바뀐다.
3. 시간지각 차이와 “항상 작업시간을 짧게 잡는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ADHD의 시간지각 차이는 상당히 연구되어 있다.
2024년 메타분석은 824개의 효과크기를 통합해 ADHD와 시간지각 차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실험의 시간지각 과제에는 시간 구별, 재현, 생성, 추정 등 여러 과정이 들어간다.
이것은 일상에서 “30분이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두 시간이 걸리는 것과 완전히 같은 문제가 아니다. 실제 작업시간 예측에는 계획, 경험, 방해, 낙관성, 과제 분해, 동기, 주의가 함께 들어간다.
따라서 더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ADHD와 시간지각 차이는 연구로 지지되지만, 그것만으로 “ADHD는 항상 작업시간을 과소평가한다”는 보편 규칙이 되지는 않는다.
4. “머리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보다 연구에서 강한 것은 변동성이다
생각이 너무 빨리 바뀌어 행동이 못 따라오는 느낌은 실제 주관적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심리검사에서 말하는 높은 처리속도와 같은 뜻이 아니다.
319개 연구를 종합한 반응시간 변동성 메타분석에서는 ADHD군이 일반 대조군보다 반응시간의 들쭉날쭉함이 컸다. 아동·청소년에서 효과가 더 컸고 성인에서도 차이가 남았다. 평균적인 반응속도 자체보다 시행 간 변동성이 핵심적으로 남았다.
비유하자면 “항상 오버클럭된 CPU”보다는
“어떤 순간에는 빠르고 어떤 순간에는 느린, 출력 변동이 큰 시스템”
에 가깝다.
이것도 ADHD만의 독점적 특징은 아니다.
5. 가장 웃긴 부분: 고정관념을 비판하는 글이 새 고정관념을 만든다
구조는 보통 이렇다.
“ADHD인 사람을 게으르다고 단정하지 마라.”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다음 문장이
“ADHD인 사람은 사실 완벽주의이고, 생각이 빠르고, 호기심이 강하고, 관심 있는 일에는 초집중한다”
가 되면 낡은 고정관념을 부순 자리에 새 고정관념을 세운 셈이다.
자폐 관련 콘텐츠에서도 같은 논리적 문제가 생긴다. “자폐인은 한 종류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자폐인은 논리적이다”, “거짓말을 싫어한다”, “남들이 못 보는 본질을 본다” 같은 성격 패키지로 바꾸면 방향만 긍정적일 뿐 다시 일괄 분류다.
부정적 고정관념을 긍정적 고정관념으로 바꿔도 개인차는 돌아오지 않는다.
고정관념을 없애자는 글이 능력치표를 배포한다.
여기서 농담은 거의 자동 완성된다.
6. 왜 SNS에서는 ‘약점→재능’ 변환이 잘 퍼질까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ADHD 관련 차이는 연령, 과제, 측정방법, 비교집단, 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그 단점, 사실 당신의 초능력이다.”
두 번째가 훨씬 짧고, 기분이 좋고, 기억하기 쉽고, 공유하기 쉽다.
짧은 영상 SNS 연구도 주의를 준다. 인기 ADHD TikTok 영상 100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52%가 misleading, 21%가 useful, 27%가 personal experience로 분류됐다. 자폐 정보 TikTok 영상 133개를 본 다른 연구에서는 27%가 accurate, 41%가 inaccurate, 32%가 overgeneralized였다.
이 수치는 TikTok 연구 결과이므로 X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하나의 경고는 남는다.
이해하기 쉬움, 공감하기 쉬움, 퍼지기 쉬움은 정확성과 같은 축이 아니다.
개인 경험은 소중하다. 다만 “나는 이랬다”가 “ADHD는 이렇다”로 바뀌는 순간, 표본 1명의 체험담이 갑자기 연구복을 입는다.
7. ‘공감되는 이야기’는 괜찮다. 추론 단계를 건너뛰지 않으면 된다
안전한 흐름은 이렇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다.”
“비슷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 관련 경향이 보고된다.”
“다만 연령·영역·과제·측정법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갑자기
“그러므로 ADHD 뇌는 이렇다.”
“그러므로 자폐인은 이런 성격이다.”
“그러므로 발달특성은 숨겨진 천재성이다.”
로 점프할 때다.
읽을 때는 다섯 가지만 보면 된다.
- “나는”이라는 주장인가, “진단받은 사람은 모두”라는 주장인가.
- 아동 연구인가 성인 연구인가.
- 특정 능력 영역인가 인격 전체인가.
- 평균 차이인가 모든 개인의 특징인가.
- 어려움을 설명하는 글인가, 모든 어려움을 기분 좋은 능력으로 바꾸는 글인가.
8. 진단명은 캐릭터 스탯창이 아니다
주의, 기억, 동기, 시간지각, 사회인지가 복잡한 이유는 한 줄짜리 능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점이 있다고 해서 카드 뒷면에 같은 크기의 초능력이 반드시 붙어 있을 필요는 없다.
약점은 약점일 수 있다. 강점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숨겨진 성능 업그레이드가 없어도 사람의 가치는 줄지 않는다.
모든 어려움을 “사실은 특수능력”으로 변환하면 결국 ADHD와 자폐 설명은 이렇게 된다.
고기동, 특수 탐지, 초집중 모드, 직감 보정, 논리연산 강화, 단 일반 환경에서는 조종 난이도 높음.
그쯤 되면 진단 설명이 아니다.
건담 설정집이다.
그리고 사람을 라벨로 결정하지 말라는 글이 마지막 문단까지 읽었더니 라벨만으로 모든 능력치를 정해 놓은 경우가 있다.
그 모순까지 포함해서, 발달특성 SNS 담론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지도 모른다.
- PMID 28004285
- PMID 33464422
- PMID 38145491
- PMID 23872284
- PMID 16594807
- PMID 35196157
- PMID 37544970
